"파월 발언 모순 가득…데이터는 美 경제둔화 가리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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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6-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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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에너지ㆍ식품 가격 통제 못 해…정책 실패 공포 커져

  • 데이터는 '경기둔화' 말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대해 모순이 가득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그가 말하는 미국 경제 상황과 데이터들이 가리키는 경제 상황이 극과 극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나오는 가운데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연준의 의지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연준, 에너지·식품 가격 통제 못 해…정책 실패 공포 커져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CNBC 등 외신은 연준의 정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연준이 75bp(1bp=0.01%포인트)에 달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28년 만에 밟은 뒤 시장의 불확실성은 가중됐다.
 
CNBC는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하다”며 “파월 의장이 오는 7월 회의에서 50bp나 75bp를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논평은 시장을 더욱 흔들었다”고 평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모순이 가득하다는 평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에 대한 통제력이 없다고 언급하면서도, 휘발유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연준이 금리를 올리겠다고 말한 점이 모순적이라고 CNBC는 짚었다.
 
또한 파월 의장은 75bp 금리인상을 결정한 배경에는 지난주 발표된 미시간대학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오른 점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잘 고정돼 있다고 말했다. 미시간대학에 따르면 5년 이상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는 3.3%로 급등했다.
 
경제도 문제다. 파월 의장은 경기를 냉각시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춰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전망과 달리 각종 지표는 경제 성장 둔화를 가리키면서 연준이 정책 오류로 향하고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 파월 의장은 경제가 더 높은 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집계하는 ‘GDP 나우’는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로 내렸다. 이달 1일만 해도 1.3%였다.
 
비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은 고객 노트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이 “혼란스럽고 자신감이 없으며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성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품 및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연준의 의지는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사는 “연준은 잘못된 변수를 목표로 삼았고, 단기 성장에 대해 너무 낙관하고 있다”며 “경제가 침체의 징후가 없고 소비자 지출은 강하다는 파월의 설명은 연준이 뒤처져 있고 결과적으로 정책 오류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우려를 더한다”고 강조했다.
 
RBC의 톰 포셀리 역시 “그들은 이러한 것(에너지와 식료품 가격)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는 '경기둔화' 말한다
미국에서 최근 발표되는 데이터들은 미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점을 나타낸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전략가는 “시장은 경제가 강하다는 파월의 발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전날 전반적으로 소비가 매우 강하다고 짚으면서 “넓은 의미에서 경기둔화의 징후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히 강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둔화의 징후가 무수히 많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는 5월 주택 착공 건수가 전월 대비 14.4% 급감했다고 밝혔다. 주택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착공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다우존스가 조사한 예상 감소폭(2.6%)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의 고용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 5~11일 사이 22만9000건으로 집계되며, 시장의 예상(21만7000건)보다 많았다. 다만 해당 수치는 최근 5개월 중 가장 많았던 전주 대비 3000건이 줄어든 것이다.
 
제조업 수치도 불길하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6월 지역 기업 활동 지표가 전달의 2.6에서 -3.3으로 떨어져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공장 활동이 위축될 것임을 예고했다.
 
아울러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서 미국인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5월 미국의 소매 판매가 전달 대비 0.3% 줄어들면서 5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RBC 캐피털 마켓의 톰 포셀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브레이크를 밟기 전까지 최소한 성장률은 둔화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증거는 상당히 일관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월의) 논평을 존중하지만, 현장의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CNBC는 “(데이터들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는 연준의 적극적인 노력이 미국 경제를 냉각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대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프레디맥은 이날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가 이번주 5.78%로 치솟으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고 밝혔다.
 
주가는 전날 짧은 반등을 끝내고 주요 지수가 일제히 폭락했다. 다우지수가 2.42% 하락하며 2021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주요 지지선인 3만 선 아래로 떨어졌다. S&P500 지수는 전장 대비 3.25%, 나스닥 지수는 4.08% 각각 하락했다. 이에 따라 S&P500 지수에 이어 다수 지수도 약세장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뉴욕 컨설팅회사 마리아 피오리니 라미레즈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조슈아 샤피로는 “로드맵이 없다. 아무도 모른다. 아는 척하는 사람만 말을 하고 있다”며 경제 전망이 안개에 싸여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침체가 이미 도래한 것으로 본다. 인더스트리얼 알리안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세바스티앙 맥 마혼은 WSJ에 “미국이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2023년이 끝나기 전에 몇 번의 기술적 경기침체가 연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암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테판 스탠리는 적어도 올해는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주택 가격 상승과 코로나 기간 시행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미국 가계가 올해는 버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스탠리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경기침체는 2분기 연속으로 GDP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으로 정의하곤 하지만, 공식적인 경기침체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선언한다. NBER은 고용, 생산량, 소매판매 및 가계소득 등을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기침체 여부를 파악한다. 다만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므로 경기침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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