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알면 애 안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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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6-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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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애 키우기 얼마나 힘든지 알면 애를 낳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모임에서 화두는 출산이었다. 30대 중반 여성인 친구들은 아이를 낳기가 무섭다고 입을 모았다. 출산의 고통 때문이 아니다. "안 그래도 벅찬 인생, 더 벅차진다"는 공포가 컸다.

결혼한 지 4년이 넘은 친구는 "친언니가 조카를 키우는 모습을 보니 아이를 가질 엄두가 안 난다"며 "커리어나 취미 생활을 포기하는 것은 둘째 치고 경제적 부담이 상당해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웬만한 용기 없이는 아이를 낳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양육비 부담은 세계에서 손꼽힌다. 미국 투자은행인 제퍼리스 금융그룹(JEF)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양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GDP의 7.79배(2013년 기준)로 중국(6.9배), 일본(4.26배), 미국(4.11배) 등보다 높다.

이는 신생아부터 18세까지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다. 대학까지 포함하면 부모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학자금 대출을 통해 학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미국 등과 달리 한국은 부모가 이를 감당하는 구조라고 JFE는 지적했다.
 
미친 양육비에 미친 집값까지 감당하려면 외벌이로는 턱도 없다. 맞벌이가 필수인데 맞벌이마저 수월치 않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항상 노심초사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초등돌봄교실에 신청하고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대기자는 2017년 9226명에서 2020년 2만1300명으로 176% 증가했다.

얼마 전만 해도 우리는 일본의 저출산을 우려했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이 우리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일본의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30을 기록했다. 우리는 0.81로 세계 최저다.

일본 젊은층 역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아이를 낳고 싶다는 의욕 자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본인 자신을 감당하기도 벅차기 때문에 출산은 생각조차 못 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우리나라 양국에서 출산은 금수저들이나 하는 사치가 돼버린 셈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취업과 소득을 늘려 젊은층의 의욕을 끌어 올려야 출산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용기를 내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될 때 우리나라도 일본도 아이 울음소리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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