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트렌드④] 인력 유출과 프리라이더 사이 딜레마, EY한영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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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2-05-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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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공정 중시하는 MZ세대... '일하는 방식'부터 바꿨다

  • "주니어들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성취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 중요"

  • "회의를 하더라도 모든 참여자들이 의사결정에 의견을 제시하도록 권장"

한효석 EY한영 재무자문본부 부문장 [사진=EY한영]

최근 회계법인들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조직관리다. 신(新)외감법 도입 이후 업무 환경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인력 이탈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크다. 업무 강도가 완화되고, 저가 수임 경쟁도 줄었지만 회계사를 찾는 수요 역시 증가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타트업 등 회계 지식을 갖춘 인재가 필요한 영역도 늘고 있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성과보수(Carried Interest)로 유능한 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을 유혹한다. 매년 1000명 이상의 회계사들이 선발되지만 업무 현장에서는 늘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개인적 성취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밀레니얼+Z세대, 1981~2003년생) 회계사들의 비중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외감법으로 감사 수요가 늘어난 것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인수합병(M&A) 시장이 역대 최고 호황을 기록하며 각종 자문 업무도 급증했다. 인재가 곧 경쟁력인 회계법인으로서는 늘어가는 업무에 대응하는 동시에 회계사들의 이탈을 막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 됐다.
 
이탈을 막는 과정에서 소위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들만 남은 게 아니냐는 시선도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유능한 회계사들을 거부할 수 없는 조건으로 스카우트해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지난 3일 아주경제 자본시장부는 EY한영 회계법인의 한효석 전략재무자문본부 TCF부문장과 'M&A 트렌드‘라는 주제로 ’변화하는 조직문화‘를 선정해 인터뷰했다.
 
한효석 부문장은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소위 '프리라이더’가 발생하는 사례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조직의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20년 넘게 회계법인에 몸담았지만 능력이나 자질 자체가 부족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점에 개인적 어려움에 빠져있는데도 관심을 갖지 못했거나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지 못한 조직이 문제의 원인이었던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프리라이더라고 할지라도 적절한 멘토링과 동기부여를 통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회계법인의 재무자문본부는 어느 곳보다 업무 강도가 강하다. 동기 부여 없이 노동을 한다는 것은 직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한 부문장은 "지식을 제공하는 프로페셔널 펌(Professional Firm)인 회계법인은 공정성과 개인적 성취가 중요한 MZ세대와 어울리는 측면도 존재한다"며 "중요한 것은 법인 차원에서 주니어 회계사와 컨설턴트들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 역량이 발전하는 가운데 조직에 대한 소속감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성장한 직원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되더라도 그런 과정 자체가 전문가 조직이 사회에 제공하는 기여이고 직원에게 줄 수 있는 매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십수년 이상 M&A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효석 부문장은 회계법인의 재무자문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MZ세대의 특징을 장점으로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 부문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의견을 논의 과정에 반드시 반영하는 것이다. 그는 "어떤 회의를 하더라도 모든 참여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며 "특히 회의에서 최초 제안에 대해서는 작은 부분이라도 참석자의 의견을 반영해 원안 유지보다 수정안을 만든다"고 밝혔다. 처음 M&A 팀장직을 맡게 된 4~5년 전부터 지켜온 원칙이다.
 
업무 분담에 있어서도 절대량보다는 긍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개인의 창조성을 보다 강조하는 편이다. 한 부문장은 "(프리라이더의 경우에도) 권한과 신뢰를 주고 책임을 부여했을 때 오히려 개선되는 사례가 많으며, 그 과정을 조직이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오히려 개인의 문제가 생겼을 때 조직이 충분히 기다려 줄 수 있다는 '시그널'을 모두에게 주기 때문에 조직 융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효석 부문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밀레니얼 세대'란 용어가 키워드가 돼 조직 내 협업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많다. 맡은 조직의 역할과 책임(R&R) 설정 방식과 같은 역량을 극대화하는 노하우를 알고 싶다.
 
-MZ세대의 특징 중 개인화와 공정성에 대한 중시는 프로페셔널 펌에 장기적으로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고 잘 어울리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를 존중해야 한다. MZ세대는 디지털 역량 등 전문가 업무 측면에서 뛰어난 점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장점을 이해하고 흡수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MZ세대에게 더욱 많은 경험과 기회를 과거보다 빠르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이 성장하는 체험을 통해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올라간다. 성장한 직원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되더라도 그런 과정 자체가 전문가 조직이 사회에 제공하는 기여이자 MZ세대에게 줄 수 있는 매력이라 생각한다.
 
조직 내 협업도 강조하는 편이다. 현재 재무자문(TCF) 부문에는 5개 팀이 있다. M&A, 재무실사, 밸류에이션, 사모펀드, 부동산 팀이다. 중요하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의 경우 각 팀에서 인원을 선발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회계법인의 특징은 인원 구성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회계사는 물론 사모펀드, 대기업, 전략컨설팅, 증권사, 타회계법인 출신은 물론 해외 지역 전문가까지 다양한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본부의 파트너 구성도 그만큼 다양하다. 모두 10년 이상의 각기 다른 분야에서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일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넓혀가는 효과가 있다.
 
△보다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면.
 
-팀 회의에서는 중요하든 사소하든 모든 안건의 의사결정에서 다같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최초의 제안에 대해서는 작은 부분이라도 원안을 유지하기보다 수정안을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구성원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곧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실행하기 위한 기초 단계이고 이후 실행단계에서 구성원의 참여를 극대화한다고 생각한다. 팀장 시절부터 시작해 5~6년 전부터 유지하고 있는 원칙이다.
 
또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창조적 사고를 강조하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Feedback)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업무 규모나 절대량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업무 퀄리티 향상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소위 월급만 받고 일을 하지 않는 '프리라이더' 논란도 있을 수 있다. 프리라이딩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성이 결여,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EY한영 나름의 노력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프리라이더를 다른 표현으로 조직의 '썩은 사과'로 표현한다. 전체 바구니를 썩게 만들 수 있으니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조직 차원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바른 방법인지에 대하여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회계법인이라는 전문직 조직에 입사한 구성원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지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20년 넘게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면서 개인의 성향과 성격의 차이가 있지만 능력이나 자질 자체가 부족한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 멋진 미래를 꿈꾸고 자존감이 가득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물론 특정 시점에 보았을 때, 업무를 미루거나 조직의 성과에 무임승차하는 조직 내 구성원은 있었다. 나 역시 과거에 그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원인은 당사자 개인에게만 책임이 지울 문제라기보다 그 시점에 충분한 관심과 관리를 하지 못한 조직의 부족함도 있다고 생각한다. 혹은 그 사람의 권한 책임에 대해 명확히 알려주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조직이 평소 구성원의 열정과 시간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만큼 구성원 개인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도 함께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회복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썩은 사과라고 제거하기보다 잘못된 부분만 도려내고 새살이 돋도록 조직이 기회를 주고 도와준다면 오히려 크게 성장하거나 조직의 '룬샷(Loon shot·바보같아 보이는 혁신적 아이디어)'이 되기도 함을 목격하였다. 개인의 문제가 생겼을 때 조직이 기다려주고, 보호해 준다는 시그널을 구성원 모두가 인지할 떄 조직력이 더 강해지고 성장의 새로운 기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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