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본청.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비대면 수사'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동안 감염병으로 인한 수사 중단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노출됐는데 향후 또 다른 팬데믹 상황에 대비해 접촉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형사사법체계의 변화와 대응' 연구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현행 수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상 수사 절차는 당사자가 물리적으로 직접 출석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감염병 확산 등 문제에 취약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부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컴퓨터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문서를 생성·공유하고 있고, 전자기록 저장 역시 클라우드와 같은 가상 공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등 기술 발전에 발맞추고 있지만 형사소송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장동 의혹 검찰 전담수사팀 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주요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경찰관 확진으로 인해 경찰서 일부가 폐쇄되는 사례도 흔했다. 이 밖에 구치소 내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구속된 피의자가 변호인을 대면하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

현장에 출동해 용의자를 잡더라도 확진자에 대해서는 대면 조사를 하기 어려웠고 직접 대면 조사를 한 후 경찰서 내 집단감염으로 이어져 공백이 생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경찰청은 대면조사와 소환조사를 자제하도록 하는 지침을 하달했고, 이는 결국 수사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은 2024년부터 형사사법절차에서 전자문서를 사용하도록 규정하는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형사절차전자문서법)’ 도입으로 이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할 수 있는 피의자 제스처·진술 신빙성 등을 파악하기 어렵고, 수사 정보가 노출되면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대면수사를 통해서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영상통화 기술을 비롯해 화상 통신 시스템이 발전했고, 오히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피의자 등을 소환해 신문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사 전 과정을 녹화하면 진술 내용 번복, 진술 당시 태도 등을 관찰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외국에서는 비대면 조사를 통해서도 진술에 대한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법도 개발되고 있다. 영국 경찰은 자기기입식 면담(SAI)을 활용하고 있다. SAI는 한정된 경찰 인력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사건·사고 현장을 목격한 증인에게 지시문과 질문들로 구성된 자기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기억회상' 도구다.

미국은 경찰 관련 시설에 일반 시민의 접근을 차단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사고·중범죄·가정폭력 범죄(피의자가 여전히 현장에 있을 때) 등 우선순위가 높은 긴급 상황에만 긴급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는 수사 절차를 비롯해 구금이나 공판절차와 같은 형사절차 전반에 대해 원격 화상장치를 사용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외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비대면·원격 절차에 활용된 기술 수준과 수사기법 등을 개발해 표준화한다면 새로운 비대면 수사절차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김민규 부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적합한 수사기법 등을 개발하고 표준화한다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새로운 수사절차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비대면・원격 수사가 가능한지를 검토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나 매뉴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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