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탈(脫)세계화 시대, 한국 경제의 묘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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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교수,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22-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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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디커플링 노골화, '자원 무기화'에 속수무책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동서울대 교수]



최근 글로벌 경제의 화두는 탈(脫)세계화이다. 3년째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에 우크라 전쟁까지 겹치면서 불에 기름을 붓는 꼴로 빠르게 확산하는 양상이다. 1970년대부터 신(新)자유주의의 물결과 1980년대 말 미·소 냉전 종식으로 미국 주도의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글로벌화가 급물살을 탔다. 국제 정치의 대립 구도는 현저히 줄어든 반면 글로벌 경제의 통합이 모두의 이익 실현을 가능케 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일본을 필두로 한국을 포함 아시아 4용(龍)에 이어 중국까지 산업화를 통해 세계 경제의 주력 공급국으로 부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화에 대한 후유증과 그로 인한 부정적 시각이 확대되었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부의 편중으로 국가는 물론이고 개인 간에 격차가 벌어졌다.
 
2010년 이후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면서 전혀 예측하지 않았던 반전 상황이 생겨났다. 수년 내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넘어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속속 등장하면서 미국의 초조함과 긴장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2017년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중국에 대한 압박의 포문을 열었다. 4년 재임 기간 중 다양한 수단으로 경제적 압력을 가했지만, 소리만 요란했지, 결과적으로 중국에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이어 2021년 집권한 바이든 정권은 좀 더 치밀한 수단으로 중국의 입지를 좁혀 나가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도발로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있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가 있는 듯하지만, 물밑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수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한 배를 타고 세계 경제를 이끌던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의 갈라서기, 즉 디커플링이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경제적인 의미에서 디커플링이란 미국과 중국이 상이한 기준과 기술을 채택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분리 현상이다. 두 개의 시스템이 공존하면서 세계를 더 분절시킨다. 편 가르기가 노골적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 곳곳으로 확대되면서 경제와 안보가 하나의 선상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대립각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안보를 축으로 새로운 짝짓기가 가시화되는 신(新)냉전이 글로벌 질서의 재편을 촉진한다.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유리한지를 두고 국가 간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은 가중되고 이에 따른 지구촌의 인플레 도미노가 점입가경이다. 미국과 중국의 극단적인 대립에 더해 팬데믹이 이를 더 부채질한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공급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실감시켜 주고 있기도 하다. 공장들이 셧다운 되면서 중국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공급 대란이 더 불거지는 현상이 목격된다. 동시에 기술을 매개로 한 총성 없는 전쟁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칩4(한국·미국·대만·일본)를 묶는 반도체 동맹에 이어 전기차와 배터리를 연결하는 배터리 동맹까지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와 장기적 경제 이익 공유를 매개로 동맹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외부 변수에 대응 못하면 현재의 제조 경쟁력·우월적 선도 기술 일시에 주저앉을 수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자원의 무기화다. ‘자원 민족주의 (Resource Nationalism)’가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이 희소 자원인 희토류를 무기화하면서 촉발되었다. 우크라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까지 원유와 가스의 공급을 제한하면서 확전 일로로 치닫는다. 대다수 자원 부국이 미국과의 관계는 불편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에 상대적으로 가깝다는 것도 미국 등 서방 진영이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다. 이들은 에너지 동맹을 맺고 위안화 결제를 늘리면서 본격적인 자원 냉전 시대의 도래를 당긴다. 희소 자원을 가진 국가들이 공급을 쥐락펴락하면서 가격 폭등과 물가 앙등을 부추기면서 글로벌 경제의 붕괴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같이 자원 빈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로 인한 서방의 위기감과 대책 또한 분주하다. 우선 원자재 수급과 관련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유를 푸는 긴급 처방을 내놓는다. 중국과 러시아에 가까운 국가들을 회유하기 위한 당근까지 제공한다. 한편으로 서방 진영의 희소 광물 공유 체계 구축과 대체 자원 개발, 정제 기술 개발을 포함한 금융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줄이는 방편으로 유럽은 원전의 확대를 서두른다. 자원 부국들은 우호국과 비(非)우호국으로 구분하여 공급을 조정하면서 서방 진영의 분열을 노린다. 기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요소인 상품·기술·금융·물류에 이어 원자재가 주요 변수에 진입함으로써 위험 수위가 훨씬 더 높아지고 있다. 미·중 사이에서 줄 서기를 해야 하는 국가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작년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올해 들어 예측불허의 시계로 돌아섰다. 중국의 오미크론 확대에 따른 도시 봉쇄의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심각한 악재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 경제마저 먹구름이 잔뜩 끼고 있다. 바깥 세상의 정세를 보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유리한 것은 없고 불리한 것만 차곡차곡 쌓여간다. 기업은 묘수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정부는 정권 인수인계 시기라 거의 손을 놓고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 흘러나온다. 자칫 그나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조업 경쟁력이나 4차 산업혁명 관련 우월적 기술이 외부 유탄에 맞아 주저앉을까 두렵다. 국가가 제 정신을 차려야 기업과 국민이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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