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아파트가 신속통합기획을 적용받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으면서 강남권 재건축 사업에도 속도감이 붙고 있다. 압구정과 개포, 서초 반포·잠원, 송파 잠실 일대 주요 사업장도 후속 절차를 밟는 가운데 정비업계에서는 앞으로 인허가보다 공사비와 조합원 분담금이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 인가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행정 절차 단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강남구는 재건축 사업 전담 조직인 ‘강남 재건축 신속화합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현재 강남구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은 103곳으로, 이 가운데 재건축 사업장만 53곳에 달한다.
대치동에서는 은마를 시작으로 이른바 ‘우선미’ 벨트도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대치우성1차는 쌍용2차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으로 오는 8월 총회에서 통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선경아파트는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앞두고 있고, 미도아파트도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신속통합기획이 적용되더라도 체감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치우성1차 조합 관계자는 “정비계획 변경 과정에서 신속통합자문 방식을 적용했지만 예상보다 자문 절차가 많아 체감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향후 서울시와 강남구가 사업시행계획 인가 등 후속 인허가를 보다 신속하게 처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개포·서초·송파 주요 재건축도 절차를 밟고 있다. 압구정 2·3·5구역은 현대건설, 4구역은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압구정2구역은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개포동에서는 개포주공6·7단지가 사업시행계획 인가 단계에 들어섰다. 서초구 반포·잠원 일대는 한강변 대단지를 중심으로 착공과 시공사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고, 송파구에서는 잠실주공5단지에 이어 잠실우성1·2·3차와 장미1·2·3차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사업 속도가 빨라질수록 공사비 부담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은 하이엔드 브랜드와 외관 특화, 고급 커뮤니티 등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공사비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인허가 문턱을 넘더라도 관리처분 단계에서 평형 배정과 조합원 분담금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사비 갈등은 이미 강남권 곳곳에서 현실화됐다. 청담르엘은 준공 이후 롯데건설이 조합에 공사비와 지연이자 등 1300억원 안팎의 정산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이어졌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도 공사비 정산 문제로 일부 조합원 입주 지연과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서초구 신반포4지구 역시 입주를 앞두고 추가 공사비 갈등을 겪은 뒤 서울시 중재를 거쳐 증액 합의가 이뤄졌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거나 없는 사업장에서는 분담금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난다. 신반포18차 337동은 일반분양 없는 일대일 재건축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기존보다 작은 평형을 선택해도 가구당 분담금이 10억원을 넘는 사례가 나온 바 있다. 공사비 상승분을 일반분양 수익으로 상쇄하기 어려운 사업장은 조합원 부담이 직접 커질 수밖에 없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은마를 비롯한 강남권 재건축도 결국 사업성이 가장 큰 변수”라며 “공공기여와 공사비 부담이 커질수록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더라도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평형 배정과 분담금을 둘러싼 조합원 간 의견 조율이 또 하나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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