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인플레 잡으려다 경제 잡을까...금리 인상 따른 경기 침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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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입력 2022-03-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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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본격적인 물가 잡기에 나섰다. 올해 남은 6번의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리고, 대차대조표 축소도 예정보다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이 8%대를 넘보고 있는 가운데 연준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대응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16일(현지시간) 연준은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25bp(1bp=0.01%) 인상해 0.25~0.50%로 올렸다. 함께 공개한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들은 이후 6차례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간 양적 완화를 시행하며 8조9000억 달러 수준으로 불어난 연준의 대차대조표 역시 이르면 5월부터 축소할 수 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회의를 계기로 매파적인 태도로 전환했다고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강한 긴축 정책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미국 단기금리전략 팀장은 "점도표는 매파적 연준을 신호하고 있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제 성장률을 희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이날 CNBC에 밝혔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핵심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는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5.2% 상승하며 연준의 물가 목표치 2%를 크게 웃돌았다. 1983년 4월 이후 최고치다. 변동성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PCE지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1% 오르며 1982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코로나로 인한 생산량 저하 및 공급망 차질과 노동력 부족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던 물가는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까지 겹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준은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지표가 내년까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한 뒤 올해 핵심 PCE물가지수 상승률이 평균 4.1%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2.6%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클 슈마허 웰스파고 이사는 "연준이 자신들의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상당히 빠르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CNBC에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급격히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펙 오카데르사카야 스위스쿼트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경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할 절실한 필요 때문에 긴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경제전문매체 포춘에 밝혔다. 이미 경제 성장률이 부진한 상황에서 물가를 통제하면서 경기 침체를 촉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이른바 경제 연착륙은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설명이다.

다이앤 스웡크 그랜트손튼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오랜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인정했다"며 "연준의 가장 비둘기파적인 위원들까지도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고 밝혔다.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제 성장률 역시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연준이 올해 모든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하반기 들어 미국 경제 성장률은 평균 1%를 기록할 것"이라며 "반경착륙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를 단언하기도 했다. 조셉 라보르나 나티시스 미국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올해 일곱 차례의 금리 인상 전망을 확인했다"며 "파월 의장과 연준에게 행운을 빈다. 많은 사람들의 직업을 희생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강조했다. 그는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며 "이미 경제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가 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치솟는 물가에 미국인들은 소비를 줄이고 있다. 16일 미국 상무부는 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예상치 0.4% 증가를 밑도는 수치다. WSJ은 이번 소매판매 지표가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을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국채시장 수익률 곡선은 이미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연준의 시도로 인해 경제 전망이 흐려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단기물 국채가 장을 주도하면서 장기물 금리와의 수익률 격차는 줄어들었다.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오후 3시 기준보다 3.32bp 상승한 2.191%, 2년물 금리는 11.16bp 급등한 1.975%에 각각 거래됐다. 계속해서 격차가 줄어들며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웃돌면 이는 경기 침체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언 링겐 BMO캐피털마켓 전략가는 "연준이 수익률 곡선의 운명을 결정했다"며 "오는 5월 회의까지 10년물과 2년물 국채 금리가 역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슈마허 웰스파고 애널리스트 역시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와 함께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졌다며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시사하고 있어 올해 중반까지 수익률 곡선 역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리서치팀장 또한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아 커브가 상대적으로 일찍 역전될 위험이 크다"고 야후파이낸스에 경고했다. 그는 "연준의 모든 금리 인상 주기가 경기 후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해 수익률 곡선 역전이 나타날 경우 1~3년 안에 경기 후퇴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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