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모병제·첨단軍 전환 위한 차기정부의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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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2-03-0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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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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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로 병력 자원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이 제시하는 모병제 공약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모병제가 군 장병 처우 개선과 함께 소위 '이대남'이라는 청년층의 표심을 겨냥한 면도 있다고 하나, 이는 언급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내야 할 과제다.
 
이재명 후보는 '선택적 모병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름 구체적이다. 징집 병사의 규모를 임기 내 15만명으로 줄이는 대신, 전투 병과 부사관을 5만명 늘려, 군인을 직업의 하나로 택하는 폭을 넓히려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 행정·군수·교육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군무원 5만명을 충원하는 한편, 취사나 시설 경계와 같은 비군사적 업무는 민간 외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목표는 스마트 강군이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활용, 효율적이고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이다.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하는 전력 강화와 함께 유·무인 감시·정찰의 복합전투체계 확립도 포함된다. 병사 월급 200만원 시대를 열어 최저임금제에 맞춘 급여의 단계적 인상을 추진할 계획도 내세우고 있다.
 
심상정 후보 또한 모병제를 지향하고 있다. 과감한 면모를 보인다. 2029년까지 의무복무 12개월의 징집병과 4년의 전문 병사를 혼합·운용하는 체제를 운영하다가 2030년부터는 상비군 30만명 규모의 완전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지원병으로 운영되는 해군(해병대) 및 공군은 2025년까지, 육군은 2029년까지 새 체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원병에 대한 대우도 개선해 전문 병사의 경우, 초봉을 300만원 수준으로 보장하고, 5년 차에 부사관으로 진입하면 대학·대학원 진학을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안철수 후보도 징집병을 줄이고 전문 부사관을 군 병력의 50%까지 늘리는 준 모병제를 제시하고 있다. 줄어드는 현역병과 연동해 전문 부사관을 군 병력으로 확대하는 한편, 국방 의무를 다한 청년들에게는 학교 복학, 취업·창업을 위한 1000만원의 사회진출지원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 측도 모병제 채택에는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양적 군대에서 첨단과학 기술군으로, 병력은 줄어도 전투력은 강한 군대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은 내용 면에서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모병제와 첨단 군으로의 전환을 당위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징집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병역개편은 여야 대선 후보 모두에게 해당하는 공약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국방개혁 2.0'을 통해 한국군 상비병력을 총 50만명(육군 36.5, 해운 4.1, 공군 6.5 해병대 2.9만명) 규모로 유지하는 것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규모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23년 이후 병역 가용자원(20세 남성 인구)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현재 20대 남자 인구는 연령대별로 약 30만명이다. 하지만 지금 출생하는 신생아 남자는 10만명대에 불과하다. 징병제로는 지금과 같은 군 조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10∼20년을 내다보고 지금부터라도 병역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대안이 모병제다. 모병제로의 전환과 관련, 우리 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핵심은 군사력 확보와 국방예산이 모병제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첫째, 모병제로 바꾸면 지원자가 없어 병력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기우다. 대선 후보들의 한결같은 처우 개선 약속을 기반으로 군 복무기간 동안 일반 사기업보다 높은 급여를 제공할 경우, 군 복무 신청에는 높은 경쟁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군 복무 의무기간을 적절하게 조정할 경우, 병력 확보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모병제가 가난한 자식들만 입대하는 부작용을 가질 것이라는 점도 근거가 없다. 징병제하에서도 고위 공직자 자녀가 일반인보다 몇십 배나 많은 병역면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보면, 현 징병제가 과연 평등과 공정성에 부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돈 있고 '빽' 있는 부모의 자녀가 더 많이 군대 가지 않으려는 것이 징병제의 공정성 구현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말이다.

둘째, 병역제도 개편이 군 기피 현상을 심화하고 전투력을 약화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타당치 않다. 모병제는 젊은이들에게 안정적인 복무와 급여를 제공하게 된다. 고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복무 여건이 향상된 군대는 좋은 일자리로 환영받을 것이다. 모병제 하 군 복무자는 공무원 신분을 갖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보호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마저 가질 것이다. 군 복무 자체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부응하는 일이 된다. 모병제는 전투력 향상과 직결된다. 병력의 질을 높이고, 4차 산업 위주의 국방력 유지가 오히려 전쟁 억지력을 향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로봇·드론 등 첨단기술로의 군 무장은 지능화, 네트워크화, 기동화를 통해 세계 6위 군사 대국인 한국의 전투력을 더욱 높일 것이다. 병력 규모 위주에서 혁신 전략과 전술의 스마트 강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셋째, 모병제 전환에 따른 인건비 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도 그리 우려할 일이 못 된다. 국회 예산처 분석에 따르면 모병제에 필요한 추가 예산은 한 해 2조6000억원 정도다. 2021년 한 해 국방예산 약 55.3조원의 4.7%다. 대선 후보들이 모병제 전환 과정에서 장병 급여 수준을 월 200만 원 이상으로 높이는 것과 타 간접비용 상승분까지 포함해도 한 해 증가하는 국방예산은 6~9조원 정도로 전망된다. 이는 현 국가 예산의 1∼1.5% 수준으로 예산의 합리적인 조정과 군 정예화를 통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할 것이다.
 
한국은 현재의 징병제를 계속 지켜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있다. 모병제가 앞으로의 대안이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의 신장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이 모병제다. 징병제가 청년들의 경제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으나, 모병제를 통한 급여 지급은 소비나 투자로 나타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차기 정부는 모병제 도입을 위해 장성과 장교 규모, 부대 구조 축소 및 개편을 포함, 군 복무환경 개선과 인권 보장, 여군 확대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안보 상황을 진단하고 적정 병력 규모, 직업군인 확대에 따른 필요 예산 조달 및 조정방안에 대해서도 보다 더 세밀한 관심을 가질 것을 기대한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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