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폭풍전야] 창사 첫 파업 초읽기...핵심 쟁점과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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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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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관계가 살얼음판처럼 위태롭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중지되면서 삼성전자 노조는 창사 첫 파업 절차인 ‘조합원 동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연대한 공동교섭창구인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전날인 21일 대표이사와의 대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사측에 발송했다. 노조 측이 요구한 답변 시한은 25일까지다.

공동교섭단은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1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동조합(2노조),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3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4노조) 등 삼성전자 내 4개 노조가 소속돼 있다. 4개 노동조합 위원장이 공동 대표를 맡아 단체교섭·임금교섭 등 사측과의 협상을 진행한다.

단체교섭 대응 당시부터 연합전선을 구축한 공동교섭단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창사 이후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노조사무실 제공, 유급 조합활동 시간 보장, 조합 홍보활동 기준 등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고 상호 협력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임금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5개월간 약 15차례에 걸친 임금교섭을 진행했다.

오랜 기간 줄다리기를 진행한 끝에 사측은 지난달 노조에 최종안을 제시했다. 이 최종안을 놓고 이뤄진 조합원 총투표 결과 90.7%가 반대표를 던졌다.

공동교섭단 중 조합원이 가장 많은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진윤석 위원장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공동교섭단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지난 11일과 14일 조정회의가 열렸으나 최종적으로 조정 중지가 결정됐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중지되자 공동교섭단은 △불공정·불투명 임금제도 개선 △최소한의 휴식 권리 보장을 기치로 내걸고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의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그동안 사측 교섭위원들은 자신들이 권한도 정보도 없다고 공공연하게 노조에 밝혀왔다”며 “정말 권한이 없었다면 이제는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책임지고 직접 노동조합과 공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사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창사 첫 단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공동교섭단, 임금교섭·후생복지 쟁점 소개
공동교섭단은 최근 임금·복지와 관련한 노사의 핵심 쟁점을 소개했다. 우선 임금교섭에서는 △포괄임금제 폐지 △계약연봉 정액 인상 △성과급 기준 마련 △코로나19 격려금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등이 합의되지 않았다.

노조 측은 계약 연봉액 1000만원 정액 인상, 영업이익의 25%로 성과급 지급기준 준칙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계약 연봉 정액 인상과 성과급 지급기준 마련을 전제로 인상 수준을 조정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난 수정안을 제시했다.

공동교섭단은 계약연봉 정액 인상과 성과급 기준 마련을 통해 직급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성과급 기준을 명확화·투명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사측은 노조 측이 핵심 쟁점으로 제시한 조항들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 노·사는 후생복지와 관련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동교섭단은 후생복지 교섭 쟁점으로 △육아휴직 △자기계발휴직 △유급휴일 추가 △연중휴가 △병결자 및 산재자 △의료비 △건강검진 △명절 등 8개 항목을 꼽았다.

노조 측은 “DX부문의 경우 육아휴직이 2년, DS부문의 경우 육아휴직이 1년으로 내부적으로 차등이 있다”며 “자기계발휴직 역시 DS부문의 경우는 사용할 수 없고 DX부문의 경우 1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업 내에서 후생복지에 차이가 생기는 차등 복지 현상을 개선하고 이를 상향 평준화하자는 제안이다.

공동교섭단은 이 밖에도 노조창립일과 회사 창립기념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하고, 폐지된 연중휴가를 부활시킬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최소한의 휴식을 취하며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후생복지와 관련한 8개 쟁점도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사관계 긴장 속 첫 파업 ‘초읽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인해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 됐다. 조정 중지로 인해 쟁의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파업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절차는 조합원 동의다. 공동교섭단은 이미 사측에 “대표이사와의 대화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인 셈이다.

다만 공동교섭단이 제시한 25일까지 사측의 답변이 없더라도 당장 파업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새로운 위원장 선출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고 신임 위원장을 뽑는다.

위원장·부위원장 러닝메이트 제도로 치러지는 전국삼성전자노조 신임 위원장 선거에는 현재 이원일·손우목 후보가 단독 출마한 상태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사상 첫 파업이라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차기 집행부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

차기 집행부가 들어서더라도 ‘창사 첫 파업’이라는 부담감, 파업이 불러올 후폭풍 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공동교섭단에 포함된 조합원 수는 5000명 미만 수준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이 11만명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노조 가입률은 5%에 못 미치는 셈이다. 공동교섭단 전체가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삼성전자 영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앞서 사측에 제시한 임금교섭안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도 차기 집행부의 다음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노사협의회 합의를 통해 통상적으로 3월 급여일 이전에 연봉인상률이 결정되는데, 자칫 노조 관련 이슈로 인해 노사협의회 합의가 늦어지는 경우 노조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라는 거대 사업장에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최근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은 다른 삼성 계열사 노동조합을 비롯해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의 연대를 늘리고 있다.

조합원이 가장 많은 전국삼성전자노조가 금속노련 소속인 점을 고려하면 공동교섭단과 금속노조 사이에 교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나서는 경우 1969년 창사 이후 53년 만에 첫 파업이 된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과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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