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거인을 길들이는 새로운 방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
입력 2022-02-24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한중 관계 미래 30년은 치열한 경쟁의 시대다

[전병서/경희대 China MBA 객원교수]

 

 


닭 잡던 칼로 소를 잡을 수는 없다.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지만 한국은 대중국전략에 고민이 많다. 황소를 해체하는 방법과 닭을 잡는 방법은 같을 수 없다. 고수는 단칼에 급소를 공략해 황소를 제압하지만 하수는 여기저기 마구 찔러 뿔난 황소를 만들어 역습당한다. 

단칼에 급소를 공략하는 것은 내공과 시간의 숙성이 있어야 한다. 먼저 소의 몸체구조를 샅샅이 알아야 하고 정확히 급소를 공략하는 긴 실전연습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의 대중국 전략도 이와 같다. 국토면적으로는 한국의 97배나 되는 큰 나라 중국의 공세를 단칼에 제압하는 것은 철저한 중국공부와 긴 시간의 관찰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어설프게 대응하다간 판판이 힘에 밀려 역습당한다.

중국의 기술력, 경제력 다시 냉정하게 봐야 한다. 실상(實狀)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상실(喪失)의 아픔을 겪을 수 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간이라도 빼 줄 것 같은 환대를 하다가 갑자기 홀대, 냉대, 이젠 박대를 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중국의 경제력과 기술력의 굴기다. 가게가 커지면 종업원이 손님을 깔본다. 한국보다 형편없이 못살았던 중국, 이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사고 가장 많은 명품을 소비하는 나라다. 못살았던 시절 한국손님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곳간이 비어 있는 나라와 곳간이 넘치는 나라를 다룰 때는 달라야 한다. 1992년 한국과 수교하던 시절 중국은 194억 달러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전전긍긍하던 나라였지만 2021년에는 3조2500억 달러를 가진 세계최대 외환보유국이다. 연간 6700억 달러의 무역흑자에 외국인 직접투자액이 1700억에 달하는 나라다. 속이 허할 때는 뭐든 감사하고 맛있지만 배부르면 고른다. 한국이 중국을 다루는 방법도 달라져야 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달라져야 한다. 상대가 절절히 원하는 것을 비싸게 팔아야지 이미 배부른 이에게 먹던 밥 더 준다고 고마워 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이 기술개발하고 한국과 대만이 기술을 키웠고 중국은 이 기술을 가져다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가전, 통신, LCD, 전기차, 배터리산업에 이 공식이 그대로 들어맞는다. 중국은 지금 어지간한 제조산업에서 세계 1위가 아니면 이상할 정도다. 반도체 하나를 빼고는 전 제조산업에서 중국이 추격에서 추월의 단계를 넘어 이젠 선두의 자리로 가고 있다. 반도체 없는 디지털은 없고, 반도체 없는 4차혁명은 없다. 천만다행인 것은 한국은 반도체가 있고 중국은 없다. 한국은 반도체로 레버리지를 걸어 중국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4차산업혁명에서 거인의 어깨를 올라탈 묘수를 찾아야 한다.

한국 홀대하는 G2 중국의 속내 제대로 읽어야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역대 왕조의 말기에는 예외 없이 농민 반란이 왕조의 멸망을 가져왔다.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하고 불로 일어선 자 불로 망한다. 농민봉기로 일어선 사회주의 중국의 권력자들 입장에서는 정적보다 무서운 것이 민중봉기다. 

가난한 농민을 토지로 유혹해 나라를 세운 중국, 건국 후 지지리도 못살았다. 사회주의 공유제를 한다고 대약진 운동 벌여 4200만을 아사 시키는 대참사를 만들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천안문사태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천안문사태를 입에 올리는 것을 금기로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1978년에 덩샤오핑은 경제적으로 한계에 도달한 사회주의 중국의 가난의 질곡을 탈피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 이후 40여년간 개발독재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켰고 이젠 미국의 74%에 달하는 경제규모에 1인당 소득 1만 달러대의 중진국으로 올라섰다. 중국이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60~70년대 개발독재로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난 한국이 바로 중국 경제성장의 교과서였다.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혼밥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표면상의 이유는 중국 내 정치일정 문제라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한국의 민주화다. 박근혜 정부의 중도하차 이후 권력을 잡은 새 정부는 민중의 촛불시위로 탄생된 정부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민중의 시위가 만든 민주정부는 경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중국에 줄곧 요구하는 것이 '한한령'의 해제지만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를 제패할수록 한국문화에 대한 빗장은 더 잠길 수밖에 없다.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바로 한국의 민주화 바람이 중국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민중의 힘이 정권도 바꾼 한국의 민주화 문화는 중국이 가장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미국과 패권다툼을 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같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절대 모택동식 공산주의와 같은 선상에서 둘 수 없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전략적 동반자니, 협력자니 하는 레토릭을 쓸 뿐이고 사상과 이념이 다른 나라와 절대 같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중국이 도약하는 데 있어 한국이 경제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환대하고 대우하는 것일 뿐이다.

한중관계 미래30년, 치열한 경쟁의 시대가 온다

한·중 수교 과거 30년과 미래 30년은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될 것 같다. 지난 30년은 3차산업혁명의 시대에 한·중은 중간재와 자본재를 수출 수입하는 협력관계였지만 미래 30년은 4차혁명의 시대로 서로가 경쟁우위를 두고 피 터지게 다투는 시대다. 2등 하면 망하는 4차혁명시대, 중국 제조업의 국산화는 한국 제조업의 시장상실로 이어지고 중국의 디지털화는 한국의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미국의 대중전략은 무역으로 시비 걸고 기술로 목 조르고 금융에서 돈 털어가는, 중국을 거지 만드는 전략이다. 미·중의 전쟁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군사외교적 동맹과 중국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협력의 충돌이 불가피하고, 필연적으로 편 가르기와 약한 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일이 벌어질 판이다.

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국제관계에서 경제력과 기술력이 힘이고 답이다. 중국과 이념의 동지가 아닌 경제 파트너인 한국의 대중관계는 철저히 계산하고 국익 중심으로 가야 한다. 90년대 중반 중국 GDP의 83%에 달했던 한국의 경제규모를 미래 30년에 다시 도달하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면 한국은 G3다. 무역, 기술에서 금융으로 이어질 미·중전쟁에서 한국은 이제 제조가 아니라 미·중 금융전쟁의 금융에서 어부지리 묘수로 돈을 벌 기회를 잡아야 한다.

미국에 맞설 정도로 날로 힘과 경제력이 커지는 중국에 대해 한국은 국익극대화에 최우선목표를 두고 말(言)조심, 힘(力)조심, 돈(钱)조심하면서 철저하게 안전 운행하며 중국이라는 거인을 관리해야 한다. 도광양회(韬光养晦)는 한·중관계 미래 30년에 우리 한국에게도 적용될 말이다.


 

[1]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