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더 쌓아라" vs 은행권 "글쎄"…충당금 둘러싸고 '시각 차'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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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2-0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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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부실 위험을 의미하는 ‘회색코뿔소(gray rhino)’를 연일 거론하며 은행권에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 둘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주 이익 환원을 고려해야 하는 은행권은 추가 적립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3월 종료를 앞둔 소상공인 대출지원 추가 연장 이슈와도 맞물리면서 은행들이 4분기 충당금을 얼마나 쌓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은행들에게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보완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기세가 좀처럼 꺾일 줄을 모르는 데다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확대 등에 따른 시장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다는 측면에서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양대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이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충당금 확대 필요성을 내비쳤고, 정은보 금감원장도 “위험이 현실화했을 때 금융회사들이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권은 금리 인상,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대출채권 부실화 위험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충당금적립률은 작년 3분기 기준 166.7% 수준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일부에서는 미국에 비해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이 적다고 지적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손충당금에 더해 대손준비금까지 쌓는다. 다 합하면 적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금융당국의 입장에 반박하기도 했다.

은행권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대손충당금은 부실 대출 규모를 예상해 그만큼을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정으로, 쉽게 말해 은행 대출 가운데 향후 상환받기 어려운 대출금(손실액)을 미리 이익에서 제외해 놓은 금액을 의미한다. 충당금이 많을수록 부실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손실흡수능력을 높여 재무제표 상 큰 충격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충당금을 무조건 많이 쌓는 것도 좋은 게 아니다. 충당금을 쌓는 만큼 은행 순익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배당 축소로 이어져 주주 권익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 은행에 투자한 주주들의 반발뿐 아니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행이 자의적으로 충당금을 과하게 쌓을 경우에는 회계부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충당금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적정 수준’에 대한 가늠이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규모가 140조에 육박하는데 개별 은행으로 보더라도 금액 자체가 적지 않다”며 “정상여신으로 잡혀있는 만기연장 등 금액을 보수적으로 (충당금에) 일괄 적립하는 것이 맞는 건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당국 가이드라인에 일단 따를 수밖에 없지만 그 요구가 명확한 가이드라인 범위 내에서 합리적 수준의 조율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3월 금융지원 추가연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3월 만기 종료시점과 대선이 맞물려 있는 데다 당국자들의 발언도 있었던 만큼 연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면서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이 거듭될수록 감춰진 대출 리스크는 향후 더 큰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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