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 4일 근무제' 도입 화두로...실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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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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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권, 주4일 근무제 일괄 대신 다각화 검토 필요···선결과제도 살펴야"

[사진=아주경제 DB]

국내에서 '주 5일제'를 최초로 도입했던 금융권을 중심으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느덧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일부 후보들이 노동공약 중 하나로 주 4일 또는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내세우면서 실제 근로시간 단축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본격화될 가능성을 둘러싸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5일 FEI 금융경제연구소는 최근 '은행권 주 4일제 도입 관련 기초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신한은행의 경우 실험적으로 주 4.5일 근무제를 예고한 상태"라며 "그러나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그에 파생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2년 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크다.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된 바이러스로 인해 업체들이 시차출퇴근제와 선택시간 근무제, 재택근무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근로자들의 근무 형태도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SK와 토스,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국내 금융권에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곳은 전무하다. 해외의 경우 작년 11월 영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아톰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임금 손실 없는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주말과 맞닿아 있는 월요일이나 금요일 중 휴일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은행 직원들의 근로시간은 기존 주 37.5시간에서 34시간으로 9.4%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7월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이후 은행권 내 1인당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고용감축과 점포 통폐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측은 "주 40시간 근로시간을 주 32시간으로 20%로 감소한다고 가정할 경우 사측이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고용 20%를 창출할 것이라고 속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핀테크 금융서비스 확대와 은행 점포 축소 대안인 편의점 은행 도입 추진,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채널 확대와 같이 금융산업의 성격이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전환되는 현 시점에서 은행원의 신규 채용 없이 자본과 기술 투입을 통해 기존의 생산량을 유지하거나 기존 인력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업무집중도나 업무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소 측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신규 채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근무강도 강화로 인해 근로자의 휴식과 건강이 침해·훼손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또한 지난 2002년 주 5일 근무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던 당시 은행권 환경과 현재 환경 변화 격차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시 금융권 노사는 주 5일제 근무 도입을 통해 기존 평균 연월차와 휴가 38일 가운데 총 26일분을 삭감하는 대신 남은 12일에 대한 연월차를 확보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당시 남성 장기근속자 비율이 높았던 만큼 휴가 축소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임금을 보장받았으나 현재는 희망퇴직자 확대에 따른 장기근속자 비율이 낮아진 데다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연차휴가 삭감 등에 대한 의견 차가 세대별로 클 수 있다는 점도 일괄적 주 4일 근무제 도입의 발목을 잡을 문제점으로 꼽힌다.

또한 '주 4일 근무제 다각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근무지나 직무 성격에 따라 근로시간과 근무장소의 경직성이 다르다는 점은 일괄적인 방식 대신 주 4일 근무제 다각화 도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는 시각이다. 일례로 개인 대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근로자의 경우 본점과 영업점 구분 없이 업무 성격상 근로시간을 분할하기 어려워 시차출근제에 대한 활용도가 낮았고, 소형점포 역시 점포 내에 대체인력이 없는 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앞서 선결과제 역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은행 직원들의 휴식권과 건강권 보장 차원에서의 변칙적 초과근무시간을 근절하고 중식시간을 포함한 법정 휴게시간 확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총액 감소 가능성에 대한 근로자들의 공감대 형성 등이 주요 선결과제로 꼽힌다. 

2018년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이후 은행 직원들의 근로시간은 사용자 측이 운영시스템상 근로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등 양적 지표로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성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근무지 외에서 발생하는 재택 야근이나 PC오프가 적용되지 않는 업무의 경우 이를 모니터링하기 쉽지 않아 변칙적인 근로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때문에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앞서 주 52시간 시행에 대한 질적 개선부터 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은행 근로자들의 휴게시간 1시간 보장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연구소 측은 "법정휴게시간 1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4인 이하 지점이나 출장소 근무자들"이라며 "주 4일 근무제 도입으로 영업시간 역시 축소될 경우 지점과 출장소 인원이 적은 점포를 중심으로 휴게시간 보장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한편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달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가 공동 개최한 ‘주 4일 노동과 금융노동자의 미래’를 주제로 한 공동 토론회에서 '금융산업 주 4일 근무제 도입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황기돈 사단법인 나은내일연구원 원장은 금융산업이 디지털금융플랫폼 중심 리번들링(Rebundling)으로 전환됨에 따라 비대면 거래 확대와 AI 신기술 도입과 같은 은행의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은행 영업점 통폐합과 인력 감축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를 지적하며 주 4일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박사는 주 4일제 도입방안으로 △기존의 주 5일 근무에서 월~금요일 중 4일을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주 4일 근무방안 △월~목요일까지 주 4일 근무 그리고 금~일요일까지 주 3일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효과로 전자의 경우 기존 인원 대비 20% 신규 채용, 후자의 경우 점포당 평균 5명 신규 채용 가능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 4일제 도입에 따른 임금과 정년에서 일자리 창출을 전제로 한 노사정의 공정 분담과 사회적 공감대 확산, 국민연금 수급개시시점과 퇴직시점의 연계 그리고 정년퇴직제도 폐지 검토 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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