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시도 때도 없이 '따르릉'…허경영은 내 번호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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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1-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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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바 '허경영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리자 피로감 호소하는 이들 많아져

  • "내 번호 어떻게 알았지?" 무작위로 전화 거는 방식…개인 정보 유출은 아냐

  • 선거법 위반 아닐까? 특정 정당·후보 지지해달란 내용 없어 위반 아냐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후보 신년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서울 지역 대학교에 지원했던 수험생 A씨는 최근 전화 한 통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추가 합격 전화만 기다리던 와중 서울지역 번호 '02'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이다. 추가 합격 전화로 알고 설레는 마음에 통화 버튼을 눌렀으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였다. 이른바 '허경영 전화'로 불리는 투표 독려 전화다. 이 전화는 '02'로 시작하다 보니 서울권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이 혼란을 겪는 모양새다. 한 수험생은 "추가 합격 전화인 줄 알고 받았더니 허경영이었다. 크게 기대하다 말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대선일인 3월 9일이 다가올수록 '허경영 전화' 수신 빈도가 늘어나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허경영 전화 막는 방법'이란 글도 공유되고 있다. 휴식을 취하는 주말도 예외 없이 '허경영 전화'로 휴대폰이 울리자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서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허경영 전화'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1분 1초가 아쉬운 응급의료센터에도 '허경영 전화'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권역응급의료센터 업무용 콜폰에 허경영 전화가 걸려 왔다. 매우 바쁜 주말에 전화기를 집어 던질 뻔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의료업계 종사자도 "약 1시간 동안 중환자실 전화기 15대 중 10대에 허경영 전화가 왔던 적도 있다"고 전했다.
 

롤스로이스에서 내리는 허경영 [사진=연합뉴스]

전 국민이 불편을 호소하는 '허경영 전화'는 “안녕하십니까. 허경영 대통령 후보입니다"로 시작하는 10초 분량의 ARS 음성 메시지다. 문제는 이 전화를 스팸 처리해도 번호를 바꿔 또 걸려 온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끝자리가 '9010'인 번호로 걸려왔으나 스팸으로 차단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9011', '9012' 등 마지막 숫자만 수시로 바꿔 전화를 걸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걸려오고 있는 '허경영 전화'의 스팸 등록 건수는 누적 1만건을 훌쩍 넘었다.

전화를 받은 이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게 아닐까 우려한다. 하지만 '허경영 전화'는 개인 전화번호를 받아 거는 게 아니라 국가혁명당 측이 전문업체에 의뢰해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의로 추출한 전화번호에 전화를 거는 RDD방식(Random digit dialing)으로,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받아본 허경영 전화의 발신 비용은 얼마쯤일까. 권영철 CBS 대기자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보통 업체와 계약할 때 1200만회 통화가 이뤄지면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한다"며 "KT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전화로 이동전화에 걸 경우 10초에 15.95원을 과금한다. 따라서 1000만통을 걸면 1억5000만~1억6000만원이 된다. 하지만 여론조사회사와 별정 통신사 간 계약엔 1초에 1원 안팎 정도로 계약을 하는 만큼 1200만회 기준으로 전화 비용만 1억2000만원 정도가 나가는 셈"이라고 밝혔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 [사진=유대길 기자]

그렇다면 '허경영 전화'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해달란 내용이 아니라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58조 2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실제로 허 후보가 녹음한 10초 분량의 전화 메시지엔 "힘든 현실을 이겨내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국민 여러분 우리의 힘찬 미래의 첫걸음은 용기 있는 투표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신을 지지해달란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허경영 전화'가 선거법 위반이 아닌 만큼 앞으로도 이 전화는 계속 걸려올 것으로 보인다. 허 후보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ARS 전화와 관련해 "선거를 보이콧하지 말고 선거로 세상을 바꾸고, 선거에 참여하자고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가 가다 보니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허경영도 대선 후보로 나왔다는 점을 알리고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대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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