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 매일 오전 7시 회의…윤석열의 상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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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1-12-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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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전 7시 회의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누구

  • 새벽 5시 기상, 6시 보고, 7시 회의

  • 전·현직 직장인들은 무슨 생각할까


▶많은 직장인들은 안다. 오전 7시 회의에 대해. 그 회의를 위해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매일 오전 7시 편집국장 주재 부장단 회의를 하는 일간지에 15년 다녔다. 신문사 편집국 ‘부장단 회의’는 그날 가장 중요한 회의다. 당일 벌어지는 주요 이슈에 대해 마감 시각 오전 9~10시까지, 무슨 기사를, 누가 쓰고, 지면 어디에 배치할지 정한다.
 
회의가 오전 7시면 출근은? 야간 당직 제외, 밤새 해외 뉴스를 챙기는 국제부 기자들은 새벽 5시 이전, 각종 속보가 많은 정치부, 사회부 등은 6시 이전에 회사 또는 출입처에 나가 기삿거리를 살핀다. 사건·사고 현장에 가거나, 주요 취재원에게 전화를 돌린다. 이런 취재를 취합한, 부장 회의를 위한 보고는 칼 같이 오전 6시 30분까지다. 그래야 부장은 20분 가량 회의에 들어갈 자료를 최종 마무리할 수 있다.

이 때 기상 시각은 새벽 4~5시였다. 신참자들은 '자의반 타의반' 업무시간대를 이보다 적어도 1시간여 앞당겼다.
 
이 조직의 오전 7시 회의 맞춤형 근무 시간은 90년대 중반 당시와 지금도 별다르지 않다. 단 하늘과 땅 차이는 퇴근이다. 과거에는 정해진 퇴근 시각이 사실상 없었다. 지금은 6~7시 출근을 기준으로, 오후 서너시면 퇴근한다고 한다. 주52시간 근무, 노동법을 지키기 위해서다.
 

[사진=픽사베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단 첫 회의가 28일 오전 7시에 열렸다. 여의도 당사에서 이 시각,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 조직·직능·정책 등 이른바 ‘6본부장’이 참석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앞으로 매일 오전 7시에 중요 회의를 열고, 이 회의는 윤석열 후보가 직접 주재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회의를 거의 매일같이 이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27일 선대위 회의에선 선대위 운영과 관련해 구체적인 업무지시까지 했다. “중앙선대위는 총괄상황본부에 전일(전날)에 상황본부 금일(오늘) 계획, 전주 상황, 금주 계획을 정확하게 보고해 달라”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 봐도 비디오’라는 옛말이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실무자들이 오전 7시 회의 준비를 위해 언제 일어나 무슨 일을 얼마나 해야 할지 눈에 선하게 보인다.

회의를 주재하고 참석하는 사람 면면을 볼 때 온라인으로 즉각 소통하면서 발빠르게 일을 처리할 상황도 아닐 게다. 눈이 어두운 분들을 위해 일일히 모든 말씀자료를 큰 글씨체로 프린트, 복사해 돌려야 한다. 만에 하나 복사기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그것도 회의 시작 10분전에.
 
팀장 이하 실무 직원들은 적어도 새벽 4시 전에 일어나 5시까지는 출근해야 할 거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하 본부장들의 업무 패턴 상 비대면 근무는 꿈도 못 꿀 거다. 그러면 각 본부별 팀장급 등 중간 책임자에게 ‘늦어도’ 오전 6시 이전까지는 1차 보고를 해야 한다. 전날 보고한 오늘 일정을 재확인하고, 만약 새로 할 일정이 추가되면 일이 얼마나 늘어날 지 가늠이 안 된다.
 
매주 금요일에는 이번 주 상황을 총정리하고, 일요일 저녁에는 금주 계획을 세워 보고해야 한다.
 
▶윤석열 후보의 가장 큰 구호는 ‘공정’과 ‘상식’이다. 오전 7시 매일 회의를 준비하는 윤캠프 정치노동자들에게 어떤 공정과 상식을 적용할지 궁금하다. 자원봉사자라면 나중에 그 보상과 대가가 주어질 때 선거법 위반이 되는지는 잘 알 터.
 
그렇지만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위원장은 전혀 모르는 눈치다. 2030세대 뿐만 아니라 4060까지, ‘매일 오전 7시 회의’ 소식을 접한 전·현직 직장인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말이다. 2022년이 불과 나흘 남은 오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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