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조회 넘어 기자 통화내역까지...선 넘는 공수처, '해체론'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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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1-12-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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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수처 설립 취지는 '정치적 중립'..."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

  • ​무분별한 통신영장 발부..."법원도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사진=연합뉴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대상이 아닌 기자들을 상대로 통신조회를 해 '사찰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기자들에 대해서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확보한 것이 드러났다. 권력을 견제하는 중립적 수사 기관이라는 공수처의 설립 취지와 반한다는 비판과 함께 '공수처 폐지론'도 법조계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까지 본지를 비롯해 최소 23곳의 언론사 기자 100여명과 야당 정치인 39명, 일반인 약 30명의 통신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수처에 불리한 보도를 한 현직 기자들의 통신사실 확인자료(통화내역)까지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를 빙자한 사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이미 지난 24일 기자와 정치인·시민단체 등 무차별적 통신자료 조회를 한 것에 대해 "수사에 필요한 절차라고 해도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없는지, 국민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요소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입장문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자료 요청 이유에 대해선 '수사 진행 중'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수처가 법률상 수사 대상이 아닌 기자들의 통화 및 메시지 착·발신 내역까지 살펴본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통신 영장을 발부 받아 해당 자료를 조회할 이유가 있었는지 해명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수사 대상이 아닌 기자의 통화 내역은 민간인 불법사찰로 볼 수도 있고, 추후 취재원에 대한 별건 수사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 수사력 결여, 여실히 드러난 셈"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또다시 수사 기관으로서의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공수처가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수사를 진행한 건 총 24건이고, 이 중 기소된 건 1건에 불과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별 채용 사건이다. 

검찰 출신 김광삼 변호사(법무법인 쌤)는 이번 논란에 대해 "범죄와 관련됐다고 생각이 들면 모든 것을 통신조회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통신영장을 발부받으려면 혐의와 관련된 사람을 추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의 기법도 모르고 전문성도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A변호사는 "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사안은 엄정하게 진행을 해야겠지만, 이번 사안(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이 공수처가 사활을 걸고 수사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보탰다. 

◆거세지는 '공수처 폐지론' 속 법원 자성 요구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저인망식' 통신 자료 조회에 대해 과거 국정원을 보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국정원까지는 모르겠지만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넘어선 건 확실"하다면서 "영장 없이 조회가 가능한 전기통신사업법을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수사·형의 집행 등을 위해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공수처가 단순한 통신자료 요청을 넘어 비수사 대상인 언론인들의 통화내역 확인을 위한 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취재원이나 제보자의 신원을 노출할 수 있는 것으로, 언론자유 침해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 같은 무분별한 뒷조사 논란이 일면서 '공수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견제기능을 하라고 만들어 놨더니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드는 행태를 공수처가 보이고 있다"며 "설치 초기부터 무용론에 휩싸였던 공수처로선 더욱 편향성을 배제한 정교한 수사를 벌였어야 했는데 1년이 다 되도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번에 통신영장을 발부해 준 법원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B변호사는 "법원이 통신영장을 무분별하게 발부하는 것이 아닌지 자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상진 공수처 대변인은 "모든 수사 활동이나 과정은 적법했다"며 "영장을 청구하든 아니든 진행 중인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 영장 발부가 됐다면 당연히 적법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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