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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열린 복지국가실천연대 간담회 - 청년 그리고 사회복지사를 만나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7월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 세상을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억강부약은 강자를 억누르고 약자를 돕는다는 뜻이다. 억강부약은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기본 철학을 보여준다. 이 후보 정치철학의 핵심인 셈이다. 그렇다면 억강부약 정치를 어떻게 봐야 할까.  


억강부약은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억강’을 하려면 기득권에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부당한 기득권은 바로잡는 과감한 조치가 불가피하다. ‘부약’을 하려면 약자에 대한 복지 강화 조치가 필수적이다. 


이 후보가 내세운 ‘기본 소득, 기본 대출, 기본 주택’의 기본 시리즈 중 기본 대출과 기본 주택이 약자를 보듬는 ‘부약’ 정책의 대표적 사례다. 기본 대출은 누구든 소득·자산·신용도에 관계없이 최대 1000만원까지 3% 수준의 저리로 10~20년간 빌려준다는 정책이다. 이 후보는 높은 금융 문턱에 가로막혀 대출 받기가 어려운  20·30대 청년부터 시작해 전 국민으로 점차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가 불공정을 바로잡기도 하지만
정의 실현에 시장보다 늘 우월한 건 아냐


기본 주택은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곳에 공공 주택을 지어 무주택자에게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임대해 주는 정책이다. 이 후보는 100만 가구  주택 공급을 약속하고, “억강부약 정신에 따라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인 청년들에게 우선으로 (공공주택) 포션(몫)을 주겠다”고 했다. 기본 소득은 잘사는 사람이든 못사는 사람이든 관계 없이 전 국민에게 일정한 액수를 지급하는 것이지만 청소년에게는 추가로 더 지급한다는 점에서 역시 약자 배려가 담겨 있는  부약 정책이다. 


이 후보의 ‘억강’ 사례로는 부동산 불로소득 방지를 들 수 있다. 그는 개발이익환수제 강화,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정책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막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출마 선언에서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라고 해서 억강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특권과 반칙’에 엄격히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억강부약이 지향하는 정책은  불평등과 양극화의 해소 내지 완화다.  이 후보도 출마 선언에서 “오늘 대한민국 위기의 원인은 불공정과 양극화”  “우리가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것은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이라며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강조했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시장경제의 산물이다. 시장경제는 개인이나 기업의 자유와 창의, 혁신을 북돋우고 경쟁을 촉진해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다. 기여도가 크거나 능력이 뛰어날수록 더 많은 보상을 안겨 줌으로써 모두가 능력 개발에 나서게 해 준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경쟁에서 이긴 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승자 독식 체제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경쟁 그 자체가 꼭 공정하다고만 할 수도 없다. 가난한 집안 사정 등으로 출발선부터 불리한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경쟁에 뛰어들 만한 여건이 안 되거나 여건이 된다 하더라도 부유한 집안 출신에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바로잡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정치는 국가 권력을 이용해 국민 생활에 인위적으로 개입한다. 시장경제가 기여도와 능력을 중시하는 데 비해 정치는 필요와 평등을 중시한다.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장기 저리로 대출해 주고,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 싼 임대료에 장기 임대를 해주고, 청소년에게 기본 소득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억강부약은 필요 충족과 평등 실현을 위해 국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정치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기본 시리즈 정책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별개 문제이고, 이 후보는 정치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경제는 과학 아닌 정치'···李의 말은
巨與업고 무슨 정책이든 할 수 있단 뜻


그러나 이 후보의 억강부약 정치는 너무 과한 측면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경제는 과학이 아닌 정치”라고 한 발언이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서울대에서 열린 금융 경제 세미나 초청 강연에서 “경제는 과학이 아닌 정치”라면서 “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이 부담하고 적게 가진 사람이 적게 부담한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것이 작동하지 않는 부분이 금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난하면 안 빌려주고 빌려줘도 조금밖에 안 빌려주고 이자를 엄청 높게 내야 하고 장기로 안 빌려주는데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리로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 말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는 정의 개념으로 대출 문제를 본다는 점이다. 세금 같은 공적 영역에서는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이 부담하고 적게 가진 사람이 적게 부담하는 게 맞는다. 그러나 대출과 같은 사적 영역에서는 이런 정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 시장 원칙이 적용될 뿐이다. 이 후보 주장대로라면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를 팔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부자들보다 싼 값을 받아야 한다. 자동차 회사는 복지기관이 아니라 영리 기업이다. 영리 기업에 소득수준에 따라 값을 달리 받으라고 하는 게 이치에 맞나? 은행 역시 영리 기업이다. 


두 번째는 경제 원리보다 정치 논리를 앞세운다는 점이다. 은행이 신용도에 따라 차등 대출을 하는 것은 신용도가 낮으면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그러면 은행이  부실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부실해지면 금융과 경제 전반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후보는 이런 경제 원리보다 정의 실현이라는 정치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이 후보가 정치 논리에 따라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장기 저리로 대출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자기 공약대로 ‘기본 대출’ 정책을 시행하면 된다. 단, 돈 빌린 사람이 갚지 못하면 대출해 준 은행이 손실을 보라고 할 게 아니라 아니라 국가 예산으로 은행 대출을 대신 갚아줘야 한다.


‘경제는 과학이 아닌 정치’라는 이 후보의 말은  정의를 위해서라면 정치가 얼마든지 경제에 개입할 수 있다는 생각을 드러낸다. 국가 권력을 통해 강제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는 발상을 나타낸다.  정치가 경제에 개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자유 경쟁의 부작용을 막거나 줄이는 선에 그쳐야 한다. 정치가 경제의 모든 영역을 통제하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제가 아닌 한 그렇다. 

국회 과반 민주당 통해 무슨 일이든 가능


정치가 시장경제의 부산물인  불공정을 바로잡기도 하지만 정의 실현에 시장 메커니즘보다 늘 우월한 것은 아니다.  정치가 중시하는 필요 충족과 평등 실현 문제를 보자. 누가 무엇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평등을 실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요즘 코로나 영업 제한으로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손실 보상 문제를 놓고 연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손실 보상 대상을 선정하고 손실 규모를 책정하는 기준이 현실과 턱없이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수천만원 손실을 봤는데 보상액이 고작 몇십만원 수준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정부 손실 보상 정책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를 너무 앞세우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기도 쉽다. 정부가 멋대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 현 정부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둔 2019년 전국 지차체의 대형 토목·건설 사업 23건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줬다.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국가 균형 발전을 내세웠지만 총선용 지역 선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결정할 때는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기도 했다.  정치는 권력을 이용해 반대나 저항을 뚫고 나간다. 이 과정에서 권력 남용과 악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나 경제성 평가 조작은 그런 사례의 하나다. 


이재명 후보의 억강부약 정치는 불평등 해소라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자의적 정책 결정과 공정성 훼손이라는 역기능을 불러올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원하는 일은 뭐든지 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억강부약을 위해서라면 민주당과 손잡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후보의 억강부약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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