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에 또 터진 ‘민정수석 리스크’…文, 사의 수용 빠른 결단

  • 김진국 아들, 자소서에 ‘父직업 공개’…‘공정’ 논란 확산될 듯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4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21일 아들의 입사지원서 문제로 논란이 된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
 
김 수석이 아들의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으로 취임 9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면서 현 정부 들어 5명의 민정수석이 각종 구설수로 사퇴하는 ‘징크스’가 이어지게 됐다.
 
빠른 사태 수습으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민정수석의 잇따른 사퇴로 임기 말에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국민들이 민감해하는 ‘공정’이라는 ‘역린’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당분간 후폭풍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아들의 입사지원서와 관련해 “김 수석이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논란에 대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께서 느끼실 정서 앞에 청와대는 즉시 부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민정수석에 공백이 생기면서 후임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후임 인선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국 “아버지로서 부족함…정의·공정 위한 노력 평가 받길”
 
김 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을 직접 찾아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임의 변을 직접 밝혔다. 김 수석은 자신의 사임사만 읽고, 별도의 질의응답은 받지 않았다.
 
김 수석은 이번 논란에 대해 “아버지로서 부족함이 있었다”면서 “제 아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들은 가족과 관련해서도 한 점의 오해나 의혹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면서 “그래서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점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고 여겼다”고 했다.
 
다만 김 수석은 “저는 비록 떠나가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공정을 향한 의지와 노력은 국민들로부터 온전하게 평가받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마지막까지 대통령의 곁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정말 송구하다”면서 “반드시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자리를 물러난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 MBC는 김 수석의 아들 김모(31)가 최근 기업체 5곳에 입사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라는 내용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성장 과정, 학창시절 등의 항목에 관련 내용을 기재하지 않고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는 등의 문구를 적었다.
 
김 수석은 출근 뒤 즉시 사의를 표했고, 문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하며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의 아들은 학생 때부터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는 등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언론을 통한 해명 과정에서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었다.
 
◆5번째 민정수석 불명예 퇴진…임기 5개월 남기고 후임 인선 난항
 
김 수석의 사퇴로 초대 수석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현 정부 민정수석이 모두 단명하거나 퇴임 후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반복됐다.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 전 장관은 2년 2개월간 민정수석으로 ‘장기 재직’했지만 국무위원에 대한 부실 인사검증과 청와대 내부 특별감찰반 논란 등을 겪었다.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됐을 때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 가족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임명 35일 만에 결국 사퇴했다.
 
2대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부동산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내려진 ‘1주택 보유’ 권고에도 끝내 다주택(2주택)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사퇴했다.
 
3대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 조율에 실패하면서 4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4대 신현수 전 민정수석은 임명 두 달여 만에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인사패싱 논란’ 등으로 자진 사퇴했다.
 
문 대통령은 김 수석이 물러남에 따라 후임 민정수석 임명에 대한 숙제도 떠안았다. 당장 문 대통령의 임기가 5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野, ‘아빠 찬스’ 맹비판…‘옹호 글’ 올린 박범계, 與서도 논란
 
김 수석의 자진 사퇴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아들의 도박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를 의식한 여권 인사들의 옹호 글이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수석의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이 기사를 포스팅하는 이유는 김진국 민정수석은 투명하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적었다.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범계 장관의 자제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의원은 “김 수석이 가족사를 포함, 소상한 자초지종을 밝히고 사과했으면 차분히 청와대 입장과 국민 판단을 지켜볼 일”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이 극도로 요구되는 시점에 법무장관이 개인적 확신을 근거로 오지랖 넓게 청와대 참모의 사적 영역까지 선제적으로 방어하려 나서는 모습은 매우 부적절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사적인 판단을 섣불리 표출함으로써 적격 시비를 자초하는 것은 물론, 사과를 한 민정수석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자칫 대통령에게까지 부담을 지울 수도 있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희대의 아빠찬스 범죄”, “정권 실세자녀들의 참을 수 없는 특권의식”이라며 맹폭을 가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나 국민들 마음은 씁쓸할 뿐”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평등, 공정, 정의는 임기 말에 이르러 대국민 헛소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 이번 일로 더욱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병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논평에서 “문재인 정권의 민정수석 잔혹사가 마지막까지 가관”이라며 “희대의 아빠찬스 범죄에 분노한 국민의 마음을 단순한 사의 수용으로 위로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내 사람이 먼저’라는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민정수석의 문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민정수석 자리를 오염시킨 건 아닌지 대통령 스스로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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