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부 소관 시행령 제·개정…땜질식 처방 쉬워

  • 최저임금법·손실보상법 시행령 등 국민 혼란 초래

김부겸 국무총리 [사진=유대길 기자]


이른바 '이재명표 부동산 완화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당정 협의 하루 만인 21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유예'에 반대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 제도의 실제 시행은 다음 정부"라며 발을 뺀 것이다. 

그 중심엔 
'시행령 정치'가 있다. 문재인 정부 내내 계속된 시행령 정치가 당·정·청 분열은 물론 정부 내 목소리도 한데 담아내지 못하는 비극을 초래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여권발(發) 시행령 정치가 정책 신뢰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제동 걸자···李 "안 되면 대선 후에"

김부겸 총리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하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와 관련해 "정부 정책의 신뢰가 떨어져서 정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양도세 중과를 도입하면서 올해 5월 말까지 유예기간을 줬는데, 그때 정부를 믿고 주택을 처분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부 정책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던 분들이 지금 여유를 준다 해서 매물을 내놓을 것이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동안 반대 입장을 내비쳤던 청와대도 아닌 내각을 대표하는 국무총리가 당정 협의 하루 만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당·정은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내년도 보유세 동결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주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법안 마련에 돌입했다. 이런 맥락에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도 '상생 임대인'에게 양도세 비과세 특례 적용 요건인 '실거주 2년' 가운데 1년을 채운 것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당·정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적용을 반복해왔다. 앞서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유예기간을 거쳐 그해 4월부터 2주택자 이상에 가산세율을 부과했다. 이후 추가 중과를 앞두고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한 차례 더 유예 조치했다.

최근 이 후보는 주택 공급 확대 차원에서 1년 더 유예할 것을 주장했다. 주택 처분기간에 따라 면제율을 차등 적용하자는 것이다. 청와대가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이 후보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김 총리의 반대 입장 표명 후 이 후보는 이날 "현 정부와 상의가 안 되면 몇 달 뒤 대선이 끝난 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간 기본소득을 비롯해 대선 공약마다 발을 뺀 이 후보가 또다시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이 후보가 당정 협의 하루 만에 부동산 세제의 궤도 수정을 시사함에 따라 당·정·청 간 파열음은 한층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文정부 내내 계속된 시행령 정치···"법률체계 흔들었다"

부동산 정책 혼란과 관련해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시행령 정치의 문제점은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거쳐 못 박아두지 않고, 하위 법률로 일몰 전 땜질식 처방을 한다는 점이다. 실제 양도세는 '소득세법'에서 정의하고 있지만, 비과세·감면 등 구체적인 요건은 소득세법 시행령(대통령령)에서 정하고 있다. 주택 보유·거주기간, 조정대상지역 여부 등 내용이 시행령에 담겼다.

시행령·시행규칙 제·개정은 행정부 소관이다. 국회가 모(母)법을 손대지 않는 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사실상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책을 펼치는 수단인 셈이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 정부의 시행령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양도세 중과 또한 당정이 언제든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단발식 시행령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야기했다. 지난 2018년 말 개정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대표적이다. 시행령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실제 근로하지 않은 시간(주휴시간)을 포함했다. 한 자영업자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합헌 판결이 났지만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논란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도 시행령으로 그때그때 보완하면서 시장 소란을 유발 중이다. 현행 손실보상법 시행령은 보상 대상을 정부 방역 조치인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을 받은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사적모임 인원 제한으로 영업손실을 본 경우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가 지침·시행령을 개정해 보상 대상을 넓히기로 하자 시장에서는 지난 7월 이전 발생한 피해에 대해 소급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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