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우리의 다정한 이웃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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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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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중 한 장면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이나 몸 상태에 따라 영화가 재밌기도 하고, 형편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씨네 리뷰'는 이러한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꼭지(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논평(리뷰)을 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마블 스튜디오의 아이언맨부터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DC코믹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플래시 등 '히어로'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멋지고 근사한 능력을 가진 수퍼 히어로가 많고 많지만 '최애(최고로 애정하는)'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역시 '스파이더맨'을 꼽겠다. 일반인과 히어로의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하고, 섣부른 선택에 괴로움을 겪기도 하는 우리의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을.

이른바 '스파이더맨' 3대로 불리는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톰 홀랜드는 다양한 시대, 다양한 세대의 언어로 선택과 책임, 희생, 히어로의 신념과 성장을 이야기해왔다.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이 대학생 신분과 일반인 사이에서 고민하고 히어로로서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그려왔다면, 앤드류 가필드는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으로 선택과 희생에 관해 자기 학대적인 모습도 보여왔다. 오랜 공백 끝에 마블스튜디오로 돌아온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Z세대, 그야말로 '요즘 아이'가 히어로로서 겪는 혼란과 성장을 담아냈다. 모두 저마다의 디테일을 가지고 있지만 '스파이더맨'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히어로로 때로는 흔들리고 깨지기도 하지만, 인간의 선한 마음을 믿으려는 다정한 이웃이라는 점이다. 또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가르침을 얻고 고독하지만, 묵묵히 영웅의 길을 걷는 모습은 '스파이더맨'의 상징 격이다.

12월 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요즘 아이들의 언어로 '스파이더맨'의 정통성을 풀어낸다. 대학 진학, 가짜 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슈 등 요즘 시대상을 녹이며 '스파이더맨' 고유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팬이기에 더욱더 반갑고, 애틋하며, 벅찬 마음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중 한 장면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가짜 히어로 미스테리오(제이크 질할렌)가 죽고 난 뒤, 피터(톰 홀랜드)는 평범한 고등학생의 삶을 누를 수 없게 됐다. 미스테리오가 죽기 직전 남긴 영상 때문이다. 그는 스파이더맨이 개인적인 욕망으로 아이언맨의 자리를 꿰차려 하며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가짜 뉴스를 퍼트렸다. 게다가 스파이더맨의 정체는 뉴욕에 사는 고등학생 피터 파커라고 폭로해 피터의 일상까지 무너트리고 만다.

피터는 신분이 노출된 뒤 살인자라는 누명과 미스테리오 지지자들의 위협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야 했다. 무엇보다 여자친구 MJ(젠데이아 콜먼)와 친구 네드(제이콥 배덜런)가 위협받고 대학 진학까지 무산될 위기에 처해 피터의 괴로움은 더욱더 커졌다. 주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지켜볼 수 없었던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고안해낸 건 '세상 사람들에게 피터 파커라는 존재 자체를 지운다'는 것. 소중한 이들에게 잊히는 게 두려웠던 피터는 갈등하고 이 사이 주문의 오류로 '멀티버스'가 열리게 된다. 시간의 틈에서 각각 다른 차원의 존재가 등장하고 또 한 번 세상을 어지럽힌다.

앞서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보다 10대 히어로라는 점이 강조되어왔다. 피터는 히어로지만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숙모 메이(마리사 토메이), 비서 해피(존 파브로)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미성숙한 히어로 피터가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는다. 이 과정에서 피터의 희생, 선택에 따른 책임 등은 기존 시리즈만큼이나 무겁고 극통하다. 이미 지난 시리즈를 통해 학습해왔는데도 톰 홀랜드가 연기하는 피터의 고통은 처음 겪는 일인 것처럼 생경하고 심산하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지난 시리즈를 돌아보기도 하지만 요즘 시대상과 세대를 그려내 전작과 차별화를 두기도 한다. 여자친구 MJ와 친구 네드는 주어진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주체적인 인물로 피터의 싸움을 적극적으로 돕고 그의 선택을 응원하며 우정을 지켜나간다.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명대사도 마찬가지다. 톰 홀랜드의 피터에게 맞는 새로운 시작과 깨달음을 전한다.

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중 한 장면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는 지난 시리즈를 향한 애정과 존경을 가득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스파이더맨'과 팬들을 위한 선물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스파이더맨'이 영웅으로서 포기해야만 했던 순간, 선택에 대한 후회 등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도록 장치를 심어두었다. 이 과정은 캐릭터도, 그를 사랑했던 관객도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홀로 고독하게 싸워왔을 '스파이더맨', 그가 짊어진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톰 홀랜드의 피터는 측은지심을 불러오는데 그가 겪는 감정의 파도에 함께 휩쓸리도록 한다. 캐릭터에 관한 완벽한 이해와 풍부한 감성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마블의 '스파이더맨' 홈 시리즈가 전하고자 했던 바를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봉 전부터 숱한 루머와 유출 사고로 몸살을 앓았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개봉 직후에도 스포일러와의 전쟁 중이다. 모든 선물 같은 장면을 위해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제하고 리뷰를 쓰려고 했다. 마블 스튜디오가 전하는 '스파이더맨'을 향한 찬사, 거대 자본으로 즐기는 블록버스터 히어로 무비를 관객들이 직접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만 영화를 더욱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팁을 전한다면, '스파이더맨' 전 시리즈를 관람하는 일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단독으로 즐겨도 좋겠지만 전작이 쌓아 올린 서사들을 이해한다면 영화 곳곳의 이스터에그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겠다.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줄거리를 알고 있다면 영화에서 얻어가는 게 더욱 많아진다. 쿠키 영상은 총 2개다. MCU 확장과 차기작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관람 등급은 12세, 상영 시간은 14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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