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가계대출 총량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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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1-1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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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가계대출시장에서 이례적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대출금리 급등뿐 아니라 은행 대출금리가 상호금융권보다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금리 상승의 배경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들 수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상회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했다.
 
기준금리 상승 영향을 감안해도 최근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은 평소보다 과한 편이다. 대출금리는 각각 가산·우대·준거금리로 이루어진다. 금년 10월 예금은행 신용대출금리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 준거금리인 은행채 1년 금리는 약 0.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대출금리 급등의 이유가 준거금리 상승보다 주로 가산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인하에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올해 10월 기준의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은행권 대비 0.04%포인트 낮았다. 또한 신용대출에서도 상호금융권 대비 은행 대출금리가 약 0.6%포인트 높았다. 상호금융 이용 차주보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 차주에 대한 대출금리가 높다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이와 같은 특이한 현상들은 가계대출 총량제와 관련이 있다는 판단이다. 대출금리 급등은 대출시장이 수요자에서 공급자 위주로 전환되며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을 늘리려는 은행 영업전략이 반영된 결과이다. 은행 간 영업경쟁이 강한 시점에는 순이자마진을 늘리기 어려워 박리다매 형태로 대출영업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은행이 대출 총량제를 계기로 공급자 우위의 지위를 통해 후리소매 형태로 영업 방식을 전환하며 대출금리 급등, 은행·2금융권 금리 역전 현상이 초래되었다.
 
더욱이 최근 신용점수를 인위적으로 낮추어 정책금융을 이용하고자 하는 소상공인도 나타나고 있다. 즉, 수차례 현금서비스 이용, 공과금 연체 등의 방법을 통해 신용점수를 낮추면 정책금융을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민간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받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나온 황당한 상황이다.
 
총량 규제는 단기적으로 대출 공급을 억제하여 가계부채 증가세를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극단적 처방책이다. 하지만 대출시장에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해당 폐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더욱이, 정책금융 확대 필요성도 부각되며, 정부 재정 여력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대출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조속히 총량 규제 시행을 중단해야 한다. 총량 규제 대신 가계대출 급증을 억제할 다양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가계 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제도의 신속한 도입이 필요하다. 이 제도는 가계 부문 대출을 늘리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추가 자본을 부담케 하는 제도이다. 금융기관 스스로가 가계대출 공급 확대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로, 이미 스위스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어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춘 바 있다. 대출 규모, 건전성, 자본 적정성 수준이 서로 상이한 금융기관에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한 대출 공급 목표치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도 총량 규제는 문제가 있다.
 
또한 가계대출 중심의 금융기관 대출 포트폴리오가 기업대출 위주로 전환되도록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려왔다. 글로벌 자본 규제 강화 기조하에 차주의 위험가중치가 낮아 자기자본비율 유지에 가계대출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담보 가치 상승과 담보 확보로 인해 은행은 신용위험이 낮은 가계대출을 선호해왔다. 이는 대출마진은 크지만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대출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써 기업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할 경우 은행의 가계대출 공급도 자연스럽게 감소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지원팩터(SME supporting factor)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 중앙은행에서 시행한 제도로, 중소기업 대출 시 위험가중치를 약 24% 절감해주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추가 확보된 자본이 기업대출로 운용되어 가계대출 공급을 축소시킬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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