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우리나라에 대해 금융규제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해당 규제가 현실화하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일부 혼란이 불가피하기에 우리 정부와 산업계의 경계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이날 자민당은 외교부회 산하에 '대(對)한국정책검토워킹팀(WT)'을 신설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외교부회는 자민당의 정책을 총괄 입안하는 정무조사회 산하 외교 전문 조직이다. 지난 11월 26일 자민당은 우리 대법원의 2019년 강제징용 보상 판결과 올해 11월 16일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등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해당 조직을 신설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12월 8일 일본 도쿄도 자민당 당사에서 외교부회 산하 '대한국정책검토워킹팀(WT)'이 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NHK 갈무리]

이날 모임은 내년 여름까지 금융·투자·무역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담은 중간보고서를 작성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 혹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내년 여름'이란 시한은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시행한 지 3주년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해당 모임의 좌장을 맡은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자민당 외교부회장)은 강경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사토 참의원은 "항의뿐 아니라 뭔가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자민당 정무조사회 산하에 한국 정책을 제대로 검토하는 조직이 필요해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의 허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는 여러 다른 문제가 있기에 확실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현행 법률 범위 안에서도 (제재)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을 뿐 아니라 (의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이 역시 (보고서에) 담고 싶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금융 제재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7월 2일 일본 내각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했을 당시부터 유력한 추가 제재 방안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극우·강경 성향의 자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상징적인 조치가 아닌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눈에 보이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1월 아소 다로 당시 경제부총리는 문예춘추와 인터뷰하면서 "한국과 무역을 재검토하거나 금융 제재에 나서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어떤 방법이든 일본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한국이 먼저 피폐해진다는 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사토 참의원 역시 그간 소셜미디어와 방송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금융 제재 필요성을 여러 차례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7월 일본 위성방송인 BS닛테레의 '심층뉴스'에 출연했을 때 발언이다. 

당시 그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금융 분야 제재가 가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의 해외 자금 대부분은 일본의 메가뱅크(대형 은행)에서 빌린 것이며, 한국 기업은 금융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 달러화를 조달할 때 일본 은행의 보증을 받는다는 점에서 금융 제재가 한국의 달러 조달 부담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주장은 2019년 7월 말 사토 야스히로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MHFG) 회장이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면담했던 일을 일부 왜곡한 것이다. MHFG는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즈호은행이 속한 대형 금융그룹이다. 당시 사토 회장은 양국 간 갈등이 금융 부문으로까지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동안에는 사토 참의원의 이런 발언이 비공식적인 주장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공식적인 정책 제언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대표적 혐한 정치인으로, 기시다 총리가 과거 외무상(외무대신)이던 시절 그를 보좌하던 부대신(차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를 만난 자민당 산하 외교부회. 왼쪽에서 셋째가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 [사진=사토 마사히사 트위터]

사토 참의원뿐 아니라 다카이치 정조회장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당내 존재감도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과거 일본 방위상을 지낸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자민당 내부에서도 가장 강경한 극우 성향을 띠고 있다는 평가다. 다카이치의 '뒷배'인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영향력 역시 여전히 건재하다. 아베 전 총리는 최근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5명)의 수장에 공식 취임하며 국제사회와 대중을 향한 공개 발언을 늘려가고 있다. 

이들 세력은 기시다 총리에 대해 주변국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라며 재차 압박하고 있다. 과거 기시다 총리가 주변국에 우호적인 정책을 주장했던 '고치카이 파벌' 출신이라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기시다 내각 역시 국내 지지율을 고려해 우리나라와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우리나라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고 당당하게 요구하겠다는 발언을 되풀이할 뿐이다. 

특히 일본 정치권은 내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우파 성향 지지층을 겨냥해 우리나라에 대한 강경책을 강행하는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7월 일본의 금융 제재 가능성을 논의한 이력이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소(KIEP)는 '일본 금융자금의 회수 가능성 및 파급 영향 점검'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금융기관의 자금 회수로 외국인 자본 유출이 촉발된 사례가 있다"면서도 "현 상태에서는 민·관 차원의 충분한 대응 여력이 있기에 일본의 금융 보복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고 파급효과 역시 제한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기시다 총리(왼쪽 둘째)와 아베 신조 전 총리. [사진=유튜브·F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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