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아이·디어·유] 4龍 ②배우자…청와대 들어가면 뭐 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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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1-12-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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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윤석열-안철수 ‘영부인’-심상정 ‘영부군’

  • ‘3김1이’ 김혜경-김건희-김미경+이승배

  • 예산·인력 지원…청와대 입성 후 활동계획 공개해야



◆영부인 ‘꿈’이 대통령 만든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한 장교는 그의 선배가 대통령이던 군사 독재 시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정치할 생각이 저어어언혀 없어. 근데 대통령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야. 왜나면 말야,,,내 와이프 꿈이 영부인이거든. 우하하하하~”
 
오래 전 충남 논산시 연무읍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직접 보고 들은 장면이다. 이 장교가 지금까지(혹 앞으로)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건, 이혼했거나 아내가 영부인의 꿈을 접었기 때문일 거다.
 
▷세월이 흘러 언론사에서 일하며 정치권을 취재할 때,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비슷한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자기가 대통령 하고 싶다고 다 되나요. 그렇게 대통령 된 사람은 없어요. 대통령이 되려면 말이죠, 영부인 자리를 간절히 열렬히 원하는 분의 남편이 먼저 돼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대통령에 올라요.”
 
지난 97년 대선 이후 매번 대선 후보들의 배우자(부인, 남편) 얘기가 나올 때마다 똑같은 말을 들어 이젠 놀랍지도 않다.
 

[사진 위 왼쪽부터 육영수, 이순자, 김옥숙. 아래 왼쪽부터 손명순, 이희호, 박영옥]

▷믿거나 말거나 과거 대통령 배우자를 떠올려보자.

일본군 장교를 지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내 육영수 여사와, 육사 동기 친구인 전두환-노태우씨의 부인 이순자, 김옥숙씨는 위 육사 장교 부인의 ‘롤모델’이었을 터. 1960년대 이래 50여년 정치 영욕을 함께 한 3각 라이벌,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경우 대통령 당선 여부에 따라 부인들(손명순-이희호-박영옥 여사)의 인생은 사뭇 달랐다. 아니, 아내를 영부인으로 만드느냐 아니냐에 따라 3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았다.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부인 ‘3김’+남편 ‘1이

내년 3월 9일 치르는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후보 배우자들, 특히 영부인 후보 3김(김혜경-김건희-김미경)은 제각각 서로 다른 모습이다. 아내 3김에 남편 1이, 이들을 부창부수로 들여다 보면 이렇다.  

▷부창부수(夫唱婦隨) 김혜경
부창부수는 남편이 노래하면 아내가 따라 한다는 뜻이다. 호감, 비호감을 떠나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는 이렇게 하고 있다.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력의 소유자답게, 이재명-김혜경 커플은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올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죽이 척척 맞는다. 남편 몸이 한 개라 아내는 두 번째 몸 역할을 한다. ‘따로 또 같이’ 대통령과 영부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집에서 아내가 쓰러지면 남편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즉각 119에 신고하고, 앰뷸런스에 동승, 병원 응급실로 함께 한다.
 
▷부창부무(夫唱婦無) 김건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남편이 죽어라 힘들게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반려견, 사과 사진 등을 SNS(사회관계망)에 올리는 '온라인 배후' 말고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남편의 노래를 따라 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윤 후보가 앞으로 맞게 될 ‘결정적 장면’ 중 하나는 부인 김건희씨의 등장일 거다. 지금까지 김씨에게 쏟아진 학력·경력, 재산 형성, 주가 조작, 전시회 협찬 등 의혹과 논란을 본인이 언제, 어떤 자리에서 누구와 어떻게 해명하느냐에 ‘영부인의 꿈’이 달려있을 게다.

눈물 지으며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로만 ‘주장’하면 역풍, 잘못 없음을 인정할 근거를 팩트로 제시한다면 순풍일 듯하다. 나아가 20대 미혼 여성 김명신(개명 전 이름)이 문화예술 분야의 성공한 사업가 김건희로 승승장구한 스토리, 수중에 2000만원 뿐인 노총각을 2021년 재산 신고 기준 71억6908만원의 엄청난 부자로 만들어 준 사연 등을 세세히 꼼꼼하게 밝히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그렇지만 예측불가다. 국민의힘은 11월 말 혹은 이달 초에 ‘국민의힘 배우자포럼’을 발족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윤캠프와 당은 아마도 김건희씨 공개 활동을 ‘물가에 아이를 내놓는 일’로 여기는 듯하다.
 

[왼쪽부터 김혜경, 김건희, 김미경, 이승배]

▷부창부창(夫唱婦唱) 김미경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교수-기업인 맞벌이, 의사 부부’였다. 이들은 부창부수가 아니라 부창부창이다. 남편이 노래를 하면 부인은 남편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해왔다. 같은 대학을 나왔지만 남편은 사업, 정치라는 노래를, 아내는 공부와 교육 분야에서 각자의 노래를 불러왔다. 김미경 씨는 변호사 자격증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 '변호사 검색’을 해보면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 검색 결과 '김미경' 이름은 6명이 나오는데 1번 ‘김미경-휴업’에 해당하거나, 또는 변호사협회 회원 등록을 안 했거나, 둘 중 하나다.
 
김미경 교수는 워낙에 동명이인(同名異人)이 많아 검색을 해도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안철수 김미경’으로 검색하면 부인이 아닌 같은 이름의 기자가 나올 때가 적지 않다.
 
2017년 대선 때는 함께 적극적으로 뛰었지만 워낙 남편이 많은 선거에서 ‘철수’했던 지라, 이번 대선에는 아직 본격 등판을 미루고 있다.

▷부창부수(婦唱夫隨) 이승배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경우 부인이 노래하고 남편이 따라 하는, 婦唱夫隨다. 많은 남자 후보들 중 단 한 명 여성 후보 홍일점(紅一點)의 배우자, 청일점이다. 헌정 사상 최초 '대통령을 부인으로 둔 남편'을 꿈꾸는 그는 심 후보와 반독재민주화 운동의 ‘동지’였다. ‘투쟁 심상정-이승배’ 커플은 ‘모범 안철수-김미경' 커플과 완전 반대지만 서울대 동문 부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심 후보가 안 후보에게 손을 내미는 건 이런 이유에선가.
 
여튼 박근혜 씨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모든 대통령은 배우자를 가졌다. 남자 대통령의 아내는 영부인(令夫人)이라는 호칭을 받는다. 원래 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그 앞에 우두머리 영(令)자를 붙인 거다. 영어로도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 똑같다.
 
그렇다면 여성 대통령의 남편은 뭐라고 해야하나. 만약 심상정 후보의 남편인 이승배 씨가 대통령의 남편이 된다면 말이다. 남의 남편을 높이는 말은 부군(夫君)인데 사전을 찾아보니 영부군(令夫君)이라는 단어는 '아직' 없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단어가 사전에 올라가길 기대한다.
 
영어로 대통령의 남편은 퍼스트 젠틀맨(First Gentleman)이라고 칭한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섰을 때 ‘대통령 선배’인 빌 클린턴은 “내 아내가 대통령 되면 나를 ‘퍼스트 래디(Laddie)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래디는 스코틀랜드식 영어로, 젊은 남자란 뜻이다. ‘농반진반’, 젊고 싶었던 빌 클린턴이 꾼 꿈은 해몽만 좋았던 셈이다.

◆“청와대 들어가면 나는 00하겠다”
각설하고 위 4명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들은 대선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간단하다. “내 남편, 부인이 대통령이 되면 나는 무엇을 하겠다”라고 밝히는 거다. 당연히 배우자와 상의한 뒤, 실제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공약인듯 공약 아닌 '사실상의 공약'을 발표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배우자는 먹고 노는 자리가 아닌 국민의 세금을 쓰는 자신만의 업무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는 제2부속실이라는 조직이 있다. 여기서 일하는 비서실 직원, 경호원 등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대통령 배우자를 위해 존재한다. 사람 뿐인가, 예산도 작지 않다. 그러나 구체적인 액수는 확인 불가다. 청와대 예산 여기저기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게 얼마가 됐든 대통령 배우자에게 들어가는 국민의 세금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국가 위신, 국격을 생각할 때 대통령의 배우자가 임기 중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공개하는 건 후보와 배우자 모두에게 의무다. 유권자는 당연히 알아야 하고, 요구해야 하는 권리다. 
 
대한민국 4인 외벌이 가정을 이끈 김혜경씨는 청년 아들들을 둔 엄마 경험을 토대로 청와대 안주인이 되면 뭘 할지, 뭘 하고 싶은지를 말하면 좋겠다. 김건희 씨는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고학력자 되기, 비즈니스로 큰 돈 버는 방법을 공유하고, 문화예술, 교육 분야에서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걸 어필하는 게 당연하다. 김미경 씨는 맞벌이 가정의 육아, 사회생활 병행 성공기를 비슷한 처지의 남녀노소 국민들에게 알리고 그 성공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내놓으면 좋겠다. 이승배 씨는 양성평등을 외치는 부인 노래에 맞춰 남성도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하면 어떨까 싶다.

부디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의 배우자는 몸과 마음, 정성을 다해 '1호 부인'의 일을 제대로 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미리 국민들께 계획을 말하고, 뭘 할지 밝혀야 한다. 약속해야 한다.
 
*추신 1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창당 작업 중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부인 정우영 씨는 11월 19일 첫 공개 일정으로 아동 보호 이슈를 택했다. 김동연 캠프에 따르면 정우영 씨는 이날 홀로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경기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우리 주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신적·육체적 학대를 받는 아이들도 많다. 중요한 건 학대가 일어나기 전 예방이다. 우리 사회가 아동 학대를 미리 알 수 있게 촘촘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신 2
지금까지 국내외 국정 최고위직 배우자의 '업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쉘 오바마다. 그는 재임 시 '아동 비만 타파'를 주창하며 '렛츠 무브(LET'S MOVE!)' 캠페인을 이끌었다. 말로만 하지 않고 흥겹게 춤을 주면서.(아래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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