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 발생률 높은 60대 이상은 가입 저조…중복가입 우려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어린이 상해·사망 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18개월이 지났다. 이에 각 손해보험사는 운전자의 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지나친 운전자보험 가입 경쟁에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여러 건 가입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장이 불가능한 운전자보험에 중복으로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1년 새 운전자보험 신계약 200만건 이상 급증

10일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에 따르면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운전자보험 신계약 체결 건수는 600만2088건에 달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393만4149건)보다 52% 이상 급증한 수치다.

운전자보험 가입자가 최근 1년 새 급증한 데에는 민식이법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만 12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등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에 손보사들은 앞다퉈 민식이법에 맞춰 운전자보험 마케팅에 나섰다. 월 1만~2만원가량의 보험료로 벌금 3000만원과 형사합의금 1억원, 변호사 선임비 2000만원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손보사의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과 운전자의 불안감은 민식이법 시행 초기 운전자보험 가입자 폭증으로 이어졌다. 민식이법 시행 초기였던 지난해 2분기 손보사들이 운전자보험으로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4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두 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원수보험료는 전년동기대비 10.3% 증가한 1조117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여론에 민감한 30~40대 운전자의 가입이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운전자보험 신규 가입자의 연령대별 비중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30대와 40대는 각각 2.6%포인트, 3.1%포인트 상승했다. 연구원은 30~40대 운전자 중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많아 법률 개정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추측했다.

최근에는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이렉트채널의 운전자보험 가입자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삼성화재의 다이렉트운전자보험 가입자가 지난 8월 35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2010년 출시된 이 상품은 가입자 20만명을 넘어서는 데 10년이 걸린 반면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에 15만명이 가입한 셈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민식이 법 시행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운전자보험을 판매한 결과 전년 대비 가입자 수와 수입보험료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운전자보험의 경우 교통사고에 따른 벌금이나 형사 합의금(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변호사 선임비 등을 보장하는 임의보험으로 자동차 소유주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에 비해 기존에는 가입 수요가 크지 않았지만, 민식이법 이후 운전자들이 운전자보험을 사실상 의무보험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고령운전자 가입 머뭇…중복가입 우려도

손보업계에 따르면 운전자보험 신규 가입자의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2018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60대 이상에서는 7.7%포인트 하락한 반면, 30대와 40대에서는 각각 2.6%포인트와 3.1%포인트씩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30~40대 가입자 비중이 상승한 것은 해당 연령층에서 어린이 자녀를 양육할 가능성이 높아 어린이 교통안전 법률 개정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운전자보험 가입이 절실한 60대 이상 운전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가해 운전자 연령대별 교통사고 건수 증가율을 보면 60대 이상이 12.6%로 가장 높았다. 운전자보험 가입에 가장 적극적인 30대와 40대의 교통사고 건수 증가율은 각각 3.4%와 3.7%로 오히려 낮은 편이었다.

아울러 운전자보험의 주요 담보는 중복 보상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여러 건 보유한 가입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최근 운전자보험 시장의 문제로 꼽힌다. 운전자보험 가입자 중 2건 이상의 운전자보험을 보유한 고객 비중은 올해 3월까지 19.3~20.1%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 4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6월에는 22.7%를 기록한 실정이다.

운전자보험 중복가입은 보험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복 가입했더라도 보험금을 중복해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운전자보험의 주요 담보인 벌금,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형사합의금 등),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은 실손 보장 조건으로 2개 이상 가입해도 중복 보상되지 않는다. 동일한 담보(보장항목)에 중복으로 가입하면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 등 보험소비자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보험설계사가 운전자보험 가입 현황을 파악하지 않은 채 보험 가입을 권유했다면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보사들의 무리한 영업에 운전자보험이 보험사기에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요 손보사들은 경쟁사보다 쉽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운전자보험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한 손해보험사는 연초 프로미라이프 참좋은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피해부상치료지원금’ 가입금액을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일시 상향했다. 이 보험사가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교통사고피해부상치료지원금은 12대 중과실과 뺑소니 부상사고를 보장하는 담보다. 신호위반이나 과속 차량에 치이거나 횡단 중 킥보드 사고로 인한 부상도 보장한다.

이 보험사는 또 판매채널에 ‘중앙선 침범 차량을 피하려 했지만, 살짝 충돌해 14급 부상’을 입어 1000만원을 수령한 보상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보험사기 유발 가능성이 제기되자 해당 보험사는 가입금액을 500만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운전자보험 판매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수요 확대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난 만큼, 고령층의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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