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전 의원이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세상을 떠난 가운데 ‘6공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의원이 27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여러 가지 무리한 과잉진압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이 기소되지도 않았고 재판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인 박 전 의원은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문제가 된 건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반란죄인데 이게 광주 문제와는 법적인,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그런데 언론에서 전부 그걸 혼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이어 “언론과 여야, 광주민주화운동 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크게 하고 있는 것도 당시 전두환 장군과 노태우 장군이 가깝고 친했으니 관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추정을 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관계도 안 했고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Q. 노 전 대통령, 5·18 민주화운동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다. 1995년 7월 5·18 운동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지검 공안1부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 사건의 피의자 58명 전원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헌정질서의 연속성과 관련한 일련의 정치적 사건에 대해 사법기관이 위법 여부를 판단할 경우 새 헌법과 법률에 의해 실효성을 부여받은 헌정질서나 법질서의 단절을 초래해 정치적·사회적·법률적으로 중대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새 정권 출범 이후 국민투표나 대통령선거 등을 통해 형성된 국민의 정치적 판단과 결정을 사후에 사법적으로 번복하는 부당한 결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확대부터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전두환 대통령 취임 등의 사건은 통치행위이므로 유무죄를 따지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두고두고 비판을 받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가 여기서 나왔다.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는 박 전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검찰은 1994년 5월 13일 5·18 민주화운동 피해 당사자 322명이 전·노 전 대통령 등 36명을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혐의로 고소한 이후 소환 또는 서면조사를 했다. 1995년 7월 19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5월 전·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실시했고, 최규하 전 대통령에 대해서 방문조사를 시도했으나 “통치행위에 대해 조사를 받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거부해 무산됐다.

Q. 노 전 대통령이 광주민주화운동에 개입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당시 관계자들의 비협조로 인해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는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 없이 사망했다. 5공의 2인자이자 12·12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노 전 대통령 사망에 대한 입장’을 내고 “위원회는 그간 5·18 관련 중요인물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여 1차로 5명(전두환, 노태우, 이희성, 황영시, 정호용)을 선정, 조사안내 서한 및 출석요구서를 발송하였고, 연령과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의료진을 동행한 자택 방문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며 “지난 41년간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언급도 없이 사망하여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조사위는 “그동안 중요 핵심인물들에 대한 대면조사가 우선적으로 실시되지 못한 것은 1995~1996년 검찰 수사에서 제외된 장병들에 대한 증언을 확보하는 상향식 조사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라며 “위원회는 향후 5·18 진상규명 관련 핵심인물 35명과 관련자에 대해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에 따라 지속적이고 엄정하게 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Q. 노 전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사과했다?

절반의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운동은 유언비어가 진범이다”라며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시민들 씨를 말리러 왔다’는 등 유언비어를 듣고 시민이 무기고를 습격했다”고 주장했다.

1995년 10월엔 “중국 문화혁명 때 수천만명이 희생당하고 엄청난 걸로 말하자면 우리 광주사태 저거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한 녹음 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내 본의와 다르게, 내가 모르게 나왔다하더라도 (그 말은) 잘못이며 희생자나 유족, 그리고 모든 분들에게 미안한 짓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지금 이번 일을 뼈저리게 가슴속에 지녀 광주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가 지속적인 사과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노씨는 지난 2018년부터 5차례 광주를 방문해 희생자에게 사과했다. 노씨는 언론 통화에서 “아버지가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썼는데 돌아가셔서 아쉬움이 많다”면서 “아버지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돼 있으니, 본인이 책임을 짊어지고 안고 간다고 평소 말씀하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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