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성 없는 목표" vs "더 높여야 한다"
  • 올 12월, 국제연합에 최종 제출할 계획

화력발전소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는 2030년 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목표안을 지난 8일 제시했다.​ 2018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760만t이다. 정부가 새로 제시한 NDC에 따르면 2030년 배출량은 4억3660만t이다.

정부가 새로 제시한 NDC는 현재 목표(26.3%)보다 13.7%포인트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 이는 최근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법)에서 제시된 NDC 35%보다 5%포인트 높은 수치다.

정부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산업계 반발이 거세다. 그동안 탄소중립법이 명시한 35% 감축도 어렵다는 견해를 보여왔던 산업계로서는 NDC 상향 조정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기후·환경단체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NDC 목표 상향에 반대하는 산업계와 달리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NDC 목표의 실제 감축률은 30% 수준이라며 실효성이 적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누구를 위한 NDC 상향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2030년 탄소 감축 목표 26→40% 상향 조정
정부의 이번 NDC 발표는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탄소중립법 입법 취지와 국제동향 등을 고려해 감축목표를 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준연도에서 2030년까지의 연평균 감축률(4.17%)을 고려할 때 2018년 대비 40% 감축목표는 매우 도전적인 것"이라며 "이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기준연도부터 2030년까지 우리나라 연평균 감축률은 4.17%다. 영국(2.81%)과 미국(2.81%), EU(1.98%) 등 기존 선진국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정부는 "NDC 상향을 위해 정부는 전환·산업·건물·수송·농축수산 등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모든 부문에서의 감축 노력을 극대화했다"며 "국내·외 감축 수단을 모두 활용하되 국내 수단을 우선 적용했다"고 밝혔다.

NDC는 부문별로 세분화했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가장 높은 전환·산업 부문에서는 △석탄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술 개발·혁신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 △연료·원료 전환 등의 감축 수단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건물 부문은 에너지 효율 향상·청정에너지 이용 확대, 수송 부문은 무공해차 보급·교통 수요관리 강화를 감축 수단으로 내놨다. 농·축·수산 부문에서는 저탄소 농수산업을 확대하고, 폐기물 부문에서는 폐기물 감량, 재활용 확대, 바이오 플라스틱 대체 등을 감축 수단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온실가스 흡수와 제거량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산림의 지속가능성 증진, 도시 숲, 연안습지·갯벌 등 신규 탄소흡수원 확보,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 확산 등을 제시했다.
 
"정부의 일방적 목표...실현 불가능"...산업계 반발
반면 산업계는 무리한 목표 설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산업 부문 NDC 목표가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것과 관련해 기업경쟁력 약화, 산업 위축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NDC가 40%까지 높아질 경우, 산업 부문에서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약 3800만t(감축률 14.5%)의 탄소를 줄여야 한다. 종전 NDC(26.3%) 때에는 감축량이 1670만t, 감축률은 6.4%였다. 감축 의무가 2배 이상 늘어난 산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산업계는 정부가 실현 불가능한 일방적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50~60년 기간을 두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선진국과 달리 문재인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것.

대한상공회의소는 "탄소중립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불과 8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NDC를 40%까지 상향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주요국보다 매우 높고 탄소 배출 효율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조속한 혁신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필요하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 기준 국내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1700만t이다. 국가 전체 배출량의 16.7%, 산업 부문의 30%를 차지한다. 이미 에너지 효율이 상당 부분 고도화돼있는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탄소 감축을 정부 목표치만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철강협회는 "NDC를 35% 이상으로 설정하면 철강산업의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며 "조선, 자동차 등 연관 산업의 생산 차질이나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계는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양찬희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계는 관련 기술력과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소가 포함된 원료를 사용하는 석회석, 광업, 유리 등 비금속 업종은 대체 원료 개발 없이는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도 아직 개발 단계라는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40% 감축으론 부족하다"...환경단체의 또 다른 반발
기후·환경단체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정부안이 부담스럽다는 산업계와 달리 NDC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소중립 해체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탄중위 앞에서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공대위는 정부가 제시한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은 기후위기를 막기에 부족하고 기후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당사자들이 배제된 현재의 논의 구조는 기후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논평을 내 "탄중위가 발표한 2030 NDC 상향안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의 책임과 역할에 비례하지 않는 미흡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악당의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이 이제라도 책임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총배출량 기준으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최소 5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중위는 오는 18일 2050 탄중위 전체회의에서 NDC 상향안을 심의·의결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NDC가 확정되면 다음 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26)에서 NDC 상향안을 발표하고, 12월에 국제연합(UN)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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