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막히니 월세대출로?…대출절벽에 늘어나는 '월세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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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10-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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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립·다세대(빌라) 월셋집에 살려면 평균 5683만원의 월세 보증금에 62만원의 월세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임대차보호법 시행 여파로 전세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전세자금대출마저 한도가 줄면서 서민들이 월세로 내몰리고 있다. 그동안 은행에서 찬밥 신세였던 월세대출 상품마저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 8월부터 '가계 부채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은행 등에 압력을 가한 데 따른 것이다. 집값 급등 탓에 주택 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 대출액이 이미 억제선 턱밑까지 차오른 은행들은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나섰다.

실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1만4138건 가운데 40.4%인 5706건은 준월세, 준전세를 포함한 월세 계약이었다. 지난해 11월 40.7%를 기록한 뒤 9개월 만에 40%대로 다시 올라섰다. 임대차법 시행 직후이자 1년 전인 지난해 8월(31.0%)과 비교하면 9.4%포인트 높다.

특히 준월세의 비중이 대폭 늘었다.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치인 구간으로, 보증금 비율이 높은 준전세보다 월세에 가까운 임차 형태다. 지난 8월 준월세 거래는 3279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23.2%를 차지했다. 1년 전(16.6%)보다 6.6%포인트 높은 수치다. 그만큼 전세의 월세 전환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업계는 정부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을 받아 중도금 등을 치르려 했던 예비 입주자, 아파트 청약 당첨자, 신규 전세 계약자들은 대출이 차단되면 차선책으로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중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말부터 집단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창구를 한시적으로 완전히 닫았으며 우리은행도 전세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잔금), 전세대출 한도를 모두 축소했으며,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일반 주담대 일부 한도를 줄이고, 전세대출 한도도 곧 축소할 예정이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대출 상품을 돌아보는 이들도 생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 대출의 경우 청년을 위한 기금 상품이 대부분이며 그동안 사실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면서 "미미한 수준이지만 당행 취급 월세 대출 상품의 경우 지난해 연말과 올 9월을 비교하면 약 4% 증가했다"고 말했다.

은행 월세대출은 일반적으로 마이너스통장 대출 방식과 비슷하다. 월세 계약기간이 곧 대출 만기이며, 만기에 월세를 곱하면 대출 한도가 나온다. 월세 100만원짜리 집을 2년간 계약했다면, 2년간 내야 하는 월세는 모두 2400만원이고 이게 바로 대출 한도다. 매달 정해진 월세 납부일에 집주인 계좌로 보내진다.

대표상품은 국민은행의 'KB주거행복월세대출', 신한은행의 '신한월세보증대출'이 있다. KB주거행복월세대출은 보증금 있는 월세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가 들 수 있는 상품으로 최대 한도는 5000만원이다. 신한월세보증대출 역시 대출 한도는 최고 5000만원 이내와 임차보증금 80% 이내 등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임대차 기간 동안 월세액 합계로 산정된다. 우리은행은 청년에게 특화된 '우리 청년맞춤형 월세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만 34세 이하라면 최대 12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금리는 연 2%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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