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거래소 제공]



공모주 수요예측 제도가 제 기능을 잃으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참여 기관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주관사의 자율성은 크게 떨어져 현재로선 '가격 발견'이라는 수요예측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치솟은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경쟁률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연초 SK바이오사이언스가 1275대1로 사상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뒤 SKIET(1883대1)가 다시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으며, 하반기 들어서는 현대중공업(1836대1)도 비슷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 규모가 적은 코스닥시장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커진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치솟으며 공모가 고평가 현상도 심화됐다. 올해 들어 상장한 65개 기업 중 61개사, 90% 이상이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가를 초과한 기업도 27개사로 40%를 넘어섰다. 하반기 들어 공모주 시장의 투자 열기도 상대적으로 식어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수요예측 경쟁률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아스플로는 214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난 7월 HK이노엔(1871대1)의 기록을 새로 썼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치솟은 원인은 참여 기관의 증가에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소규모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의 숫자가 과거 대비 급증하며 물량 배정을 위한 경쟁률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제도적 변화도 이를 부추겼다. 금융당국은 2015년 IPO 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투자자문사와 부동산신탁회사의 수요예측 참여를 허용한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IPO 시장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300대1의 경쟁률만 나와도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했지만, 2015년 참여 기관 확대 이후에는 이 기준이 500대1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현재는 경쟁률이 2000대1 수준까지도 올라갔기 때문에 수요예측 과정에서 희망범위 상단으로 공모가를 결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예측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는 상장 주관사의 자율성 확대가 거론된다. 현재 공모주 배정은 △우리사주조합(20%) △일반투자자(25%) △하이일드펀드(5%) △기관투자자(50%)에 나눠 배정하도록 되어 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여기에 코스닥벤처펀드(30%) 몫이 더해져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은 30%에 불과하다. 일반투자자들을 위한 25%의 물량은 그대로 두더라도,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는 주관사의 재량에 따라 가격 발견에 기여한 기관에 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정부의 제도 개선 방향도 당초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2018년 당정협의를 거쳐 마련한 '자본시장 혁신과제' 발표에서 정책성 펀드에 배정된 의무 배정 물량을 점진적으로 없애고 주관사가 자율 배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발표 이후 현재까지도 의무 배정 규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하이일드펀드 물량을 5% 줄이고, 일반투자자 배정을 5% 늘리는 제도 변화는 있었지만, 주관사 자율성의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수요예측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가격 발견에 기여한 기관투자자는 신주배정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기관투자자 신주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지난 6월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현재 도입이 완료된 상태다. 다만 금투협 자율규정인 데다 기존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는 수준에 머물러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코스닥 상장의 경우 각종 정책성 펀드와 외국인 투자자 배정까지 고려하면 수요예측 참여 기관들이 실제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은 공모 규모의 15~20% 수준에 불과하다"며 "참여 문턱을 높이고 상장 주관사의 물량 배정 자율성을 대폭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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