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아이·디어·유] 이재명박 vs 왕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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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1-10-0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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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각각 최근 차기 대선 여론조사 1위 후보는 변하지 않고 있다. 당내 경선 1차 컷오프 이후 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줄곧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앞으로 최종 후보 확정 때까지 다양한 변수가 생기고, 별별 사건이 다 벌어질 거다. 그럼에도 이들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서 2파전을 벌일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지금, 또 만약 향후 본선에서 두 후보가 맞붙는다 가정하면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 윤석열 후보에게는 ‘왕(王)자 논란'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이 될듯하다.

이 후보에게는 이재명+이명박, 즉 ‘이재명박’ 프레임이 대장동 의혹에 덧칠돼 있다. 윤 후보에게는 손에 왕자를 새긴 이후 ‘왕석열’ 프레임이 간단치 않은 이슈가 됐고,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후보 공히 위기의 프레임을 기회와 찬스로 바꿀 수 있는 다양한 대응 방법이 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대통령에 나선 후보들이 결정권자인 중도층에게 자신의 진가와 본모습을 제대로 알리는 건 중요하다. 각각에게 씌워진 부정적인 프레임을 잘 극복하지 못하면 여야 전통 지지층마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마지막 TV 토론까지 미결정, 부동표인 중도층에겐 ‘이재명박 vs 왕석열’을 둘러싼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어느 시점까지 갈진 모르지만 두 후보가 이번 대선을 잘 치러야 우리 정치가 뒤로 퇴보하지 않을 터.

◆이재명박-이재명박살··· 비슷한 듯 정반대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던 이재명 후보는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맞섰다. ‘자수성가형 성공신화’를 쓴 공통점을 엮어 일부 극렬 ‘문파(문재인 후보 강성 지지층)’는 이 후보에게 ‘이재명박’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는 이번 당내 경선에서도 암암리에 쓰이는 네거티브 프레임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대장동 의혹’으로 야당은 더 공공연하게 그를 이명박 전 대통령(MB)에 갖다 붙인다. 국민의힘은 의혹 초기부터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는 “BBK는 누구 겁니까”라는 MB의 원죄를 패러디했다.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진 이들이 하는 이 공격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가미카제 자살특공대를 연상시킨다.

두 사람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MB와 이 후보 모두 성공 이전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 찢어지게 가난한 경상북도 빈민층 집안 출신, 주노야독(晝勞夜讀·낮에는 노동, 밤에는 공부)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가난과 노동으로 얻은 질환, 장애로 군대도 면제됐다.

MB는 현대건설에서 승승장구, 47세(1988년)에 회장에 올랐다. 이 후보는 사법시험 합격 후 변호사로 잘나가다 46세(2010년)에 성남시장이 됐다. 데칼코마니, ‘이재명박’이란 단어가 이해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성공 이후의 삶은 정반대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이 된 이후 당시 대통령이던 MB를 박살낸다. 대장동 의혹의 출발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후보는 2005년 성남시장 당선 전 대장동 개발을 반대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도시개발을 해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MB를 정점으로, 이지송 당시 LH사장-신영수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이어지는 현대건설 출신 ‘토건세력’은 2009년 이후 대장동 ‘민간 개발’을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신 전 의원의 동생이 수억원대 뇌물을 받는 등 부동산업자의 ‘대장동 로비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후보는 2010년 시장 당선 후 전임 이대엽 시장(한나라당 소속)이 이미 확정한, 민간 100%로 이뤄진 성남 신흥동 제1공단 개발계획을 틀면서 대장동 개발을 인정해야 했다. 대장동 개발을 민간만이 아닌 성남시와 민간이 함께 하고, 대장동에서 얻는 수익을 13㎞ 떨어진 신흥동 제1공단 공원화 사업에 투입하는 식으로 변경한 거다. MB식 민간 개발을 무력화한, 그야말로 ‘이재명박살’이다.

이재명박이 ‘공원재명-토건명박’으로 분리되는 과정은 2010년 이후 2018년까지 성남시 의회 속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의 굴레를 벗을 열쇳말이 바로 ‘이재명박’이다.

BBK는 MB 소유임이 사실로 확인된 반면, 화천대유 실소유주가 이 후보라는 주장은 팩트가 없는 정치적 공방이다. 요컨대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박’으로 시작해 ‘이재명박살’로 끝낼 수 있다.

◆‘왕석열’, '멍석열'에서 ‘명석열’로
윤 후보는 정치권 데뷔 후 국민의힘 입당까지는 탄탄대로, 꽃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대권 도전을 본격화하며 잇단 1일 1실언, '멍석열'이라는 비아냥이 그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말 실수는 정치 초보의 무경험과 무지, 실수로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터진 임금 왕(王)자 논란은 윤 후보에게 치명적이다. ‘왕석열’이라는 별칭은 그에게 뼈아플 거다.

윤 후보의 무속인 연루설은 적지 않은 히스토리를 가졌다. 윤 후보는 아내 김건희씨와 2012년 결혼했는데 이 둘을 연결해준 인물은 ‘무정'이라는 스님으로 전해졌다. 무정 스님은 결혼뿐 아니라 윤 후보와 친분이 있는 건설업자, 전기업자들과 연결돼 있는 핵심인사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정 스님은 조계종 등 주요 불교 종단에 적(籍)을 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 신원, 정체가 불분명한 무속인 혹은 점술가로 보인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2018년 11월 서울 인사동 한 술집에서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중앙일보 소유주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만났을 때 역술가가 자리를 함께했다.

정치권에 뛰어든 이후인 지난 8월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이 주선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자리에도 한 역술인이 동석해 입길에 올랐다.

급기야 지난 1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5차 TV토론회에 나선 윤 전 총장의 손바닥에 ‘왕’자가 적혀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때부터 무속인 연루설이 본격화된다.
 

지난 1일 MBN 주최로 열린 5차 TV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이 홍준표 의원과의 1대1 주도권 토론에서 손을 흔드는 제스쳐를 하면서 손바닥에 적힌 '왕'자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그 해명은 오락가락, 우왕좌왕, 혼돈의 카오스였다. “그때 한 번뿐이었다”는 캠프 대변인이 한 첫 해명은 바로 거짓임이 들통났다. 3차, 4차 TV토론회에서도 손바닥에 또렷이 적힌 ‘왕’자가 있었다. “토론회 때마다 이웃 할머니가 써줬다”, “손가락 위주로 씻어 못 지웠다”, “왕XX 라면은 먹지 않겠다” 등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의 해명이 이어졌다.

해명이 또 다른 거짓을 낳았고, 다시 국민의힘 토론회에서 내놓은 해명은 큰 사고로 이어지고 말았다.

5일 KBS 주최 국민의힘 대선 경선 6차 토론회에서 윤 후보는 “응원 개념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게 제 불찰”, “국민께 하여튼 송구”라고 답하다가 어느 역술인의 이름이 거론되자 “알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역술인의 경우 “만난 적 없다”고 했는데, 어느 행사에서 밀착 수행한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대형 사고는 유승민 후보가 “부인, 장모가 역술인, 무속인들 굉장히 자주 만나냐”고 물었을 때 터졌다. 윤 후보는 “저는 아니지만 장모가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른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여자 분들이 점도 보러 다니는 분도 있고···”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여자’라고 했지만 장모, 부인이 무속인, 역술인들을 만나는 걸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이제 윤 후보는 종교계 지도자들을 두루 만나고 다녀야 한다. 정치인은 모든 종교를 다 믿고 따라야 한다. 특정 종교를 갖고 있어도 열린 믿음을 가져야 한다. 기독교 에큐메니컬(교파, 교회의 차이를 초월하여 모든 기독교 교회를 통일시키자는 운동) 활동가처럼 말이다. 선거를 치르는 이들은 하나같이 개신교 교회, 천주교 성당, 불교 절을 절대 빼놓지 않고 다닌다. 

덧붙여 앞으로 모든 정치 이벤트에서 자유로운 발언은 최대한 삼가고 미리 공부해야 한다. ‘검사 생활 26년’을 잊고, 새롭게 정치·외교, 경제·부동산·금융, 문화예술 분야 등의 상식 키워드와 기본 개념을 잘 숙지해야 한다. 그래야 ‘명석열’로 거듭날 수 있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가 대통령의 능력과 상관없는 이상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신의 본모습과 실력을 중도층에게 제대로 어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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