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게임] 과금에 지친 이용자들 분노가 게임사로... 사업모델 개편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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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10-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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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호황 누린 게임산업 이면에 이용자 불만

  • 과금 유도 한계 봉착... "DAU 기반의 콘텐츠로 승부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감염병은 일상의 단절을 불러왔다.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영화나 드라마, 게임 같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콘텐츠의 수요가 급증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은 게임 이용시간이 늘었다고 답변했다. 게임산업은 반사이익을 봤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각각 연매출 3조원, 2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넷마블도 지난해 매출 2조4848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 웹젠 같은 중견게임사들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초 게임업계에서 8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에 달하는 연봉 인상 경쟁이 일어난 것도 최대 실적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게임업계가 당분간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장밋빛 기대가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이용자들로부터 과도하게 과금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국 게임사들의 주력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는 육성과 전투(혹은 전쟁), 아이템 획득 등이 핵심 재미 요소다. PC 기반에선 게임 이용 시간에 비례해 캐릭터가 성장했다. 장시간 PC 앞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직접 두드려 몬스터를 잡는 등의 노력이 필수였고, 과금 모델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이용하는 월 구독 형태가 전부였다.

그러나 2010년대에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로 게임 플랫폼의 패러다임이 바뀌자,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 방식이 게임을 조작하는 데 제약을 주자, 캐릭터가 자동으로 싸우는 ‘자동사냥’ 방식이 일반화됐다. 과금 모델도 싹 바뀌었다. 캐릭터에게 능력치를 부과하거나, 장비를 제작(혹은 강화)하는 데 돈을 써야 캐릭터가 강해지는 ‘페이 투 윈(Pay to win)’이 자리 잡았다. 고가 아이템일수록 얻을 확률이 매우 낮아 이용자들은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써야 했다.

키움증권은 최근 ‘변화된 게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모바일 게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MMORPG는 유저들의 경쟁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스텟(능력치)을 상승시키는 BM(사업 모델)을 착용하고 있다”며 “예전 2000년대에는 시간으로 활용(Time to Win)했다면 모바일로 전환되면서 시간보다는 결제를 통한 스텟을 상승시키는 방식(Pay to Win)이 채택됐다. 결국 기존에 게임의 즐기는 방식을 과정 중심의 콘텐츠에서 결과 중심의 콘텐츠로 변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에 따른 부작용은 명확했다. 이용자들은 경쟁을 위해 끊임없이 돈을 쏟아부어야 했다. 이 같은 피로도가 지속적으로 누적되자, 게임사를 향한 분노로 이어졌다. 최근 엔씨소프트를 향한 이용자들의 반발도 이 때문이다. 시장 또한 과도하게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사들의 사업 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올해 초만 해도 100만원에 달하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50만원대까지 떨어진 것도 이 같은 분석이 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30일, 신작 모바일게임 ‘리니지W’ 2차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고정적으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시스템인 ‘아인하사드의 축복’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기적으로 이용료를 내지 않으면 경험치와 아이템 성장률이 감소하는 시스템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빠른 성장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이성우 엔씨소프트 리니지W 그룹장은 “출시 시점뿐 아니라 서비스 종료 때까지 (아인하사드의 축복과)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금으로만 이용할 수 있던 변신, 마법 인형 시스템도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하고, 반지 같은 액세서리도 현금이 아닌 게임 내 보스전을 통해 획득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다른 게임에서도 이용자 친화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회사는 이날부터 리니지M, 리니지2M에도 아인하사드의 축복 활성화를 현금이 아닌 게임 내 재화로도 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유료 상품은 판매 중단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출시한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 내에 ‘아인하사드의 축복’과 유사한 과금 모델인 ‘영기’ 시스템을 적용했다가 이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이를 개선하기도 했다. 영기는 게임 캐릭터의 경험치와 재화 획득률을 높여주고, 거래가 가능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효과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는 ‘시즌패스’라는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야 활성화할 수 있어 이용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이 기존의 ‘페이 투 윈’ 사업 모델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 투 윈'은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기에 적합하지만, 그만큼 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러 게임의 수명을 단축한다는 단점이 있다. 대안으로 주목받는 건 다수의 일 이용자 수(DAU)를 기반으로 이벤트,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매출을 서서히 끌어 올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중국 게임사 미호요가 서비스하는 모바일게임 ‘원신’은 국내 게임과 비슷한 유료 확률형 뽑기 상품이 있긴 하나, 이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게임 진행에 문제가 없다. 즉, 과금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용자들이 원하면 스스로 지갑을 여는 구조다.

이 게임은 출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국내외 주요 국가 앱마켓에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미호요는 최근 원신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2.1 업데이트' 이후 일주일간(9월 1~7일) 매출 1억5100만 달러(약 1770억원)를 올렸다. 일평균 매출로 환산하면 252억원에 달한다. 업데이트 이전 일주일(8월 25~31일)치 매출 3100만 달러와 비교하면 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키움증권은 “국내를 제외한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 매출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모바일게임들을 살펴보면 몇천만명 단위의 막대한 DAU를 보유한 게임들이 대다수”라며 “결국 확보된 DAU가 게임회사의 자산으로 평가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DAU 베이스의 게임들은 '페이 투 윈' 게임을 지양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피로도가 낮다. 피로도가 낮은 게임은 라이프 사이클이 길어질 수 있어 장기 흥행구조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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