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 국내 기술이전 통해 中서 시판…첫 상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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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21-09-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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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국 연구진이 개발해 국내 기업에 기술 이전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후보물질이 중국에서 첫 시판 허가됐다. 향후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시장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30일 연구원에서 발굴한 HIV 치료제 후보물질이 국내 신약 개발 기업 기술이전을 통해 올해 6월 중국에서 신약으로 시판이 허가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화학연에서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중 처음으로 상용화되는 제품이다.

화학연이 개발한 후보물질은 비핵산 계열의 역전사효소 저해제(NNRTI)다. 역전사효소는 HIV, 일명 에이즈 바이러스가 가진 특정효소로, 바이러스의 RNA 유전정보를 바이러스의 DNA 유전정보로 전환해 HIV 증식에 핵심 역할을 한다. 이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저해제(Inhibitor)는 HIV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중국 임상시험 결과 신경 정신 계통의 부작용이 적고 유전적 독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바이러스 효과가 우수한데다 주사가 아닌 경구용 복용제라는 게 특징이다. 다른 약과 병용도 가능하다. 세계 각지에서 HIV 샘플을 확보해 조사했을 때 모든 지역 바이러스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손종찬·이일영 화학연 박사팀은 1995년부터 HIV 치료제 연구를 시작했다. 2006년부터 에이즈 치료제 시장의 60~70%를 점유한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와 공동연구를 진행해 2008년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해당 후보물질에 대해 국내 신약 개발 기업 카이노스메드가 국내 임상 1상을 마쳤고 화학연은 2012년 카이노스메드에 기술 이전해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했다.

카이노스메드는 HIV 환자 증가율이 높은 중국 내 상용화를 위해 지난 2014년 중국 제약사 장수아이디에 후보물질의 중국 판권을 이전했다. 이후 중국 내에서 임상 1~3상을 거쳐 올해 6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지난 2019년 기준 전 세계 약 3800만명의 HIV 환자가 존재한다. 특히 중국은 2018년 HIV 감염인과 환자가 누적 125만명으로 집계되는 등 매년 약 8만명씩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간 HIV에 감염되면 면역 약화로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치료제가 개발된 후에는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면서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현재 전 세계 HIV 치료제 글로벌 시장은 1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글로벌 판매권을 보유한 카이노스메드는 GSK나 길리어드의 고가 제품 구매가 어려운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신흥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책임자였던 손종찬 박사는 "화학연에서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승인된 첫 사례로 의미가 깊다. 이번 치료제를 통해 중국 HIV 감염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화학연에서 발굴된 많은 후보물질이 계속해서 신약으로 개발돼 인류의 건강 수명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책임자 손종찬 박사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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