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文, 유엔 총회서 임기 마지막 대북 관계 실타래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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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1-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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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종 악재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빨간불’

  • 기조연설 준비 집중…코로나 극복·포용적 회복 중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 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며 잠수함 발사 비행시험에 성공한 도산 안창호함 함장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남북 평화의 불씨를 되살린다.

문 대통령은 제76차 유엔 총회를 계기로 오는 19~22일(현지시간) 3박 5일 미국 뉴욕과 호놀룰루를 방문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유엔 총회 5회 연속 참석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 자격 정지에 이어 북한의 잇따른 강경 도발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조를 호소할 예정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IOC 이사회는 북한의 일방적인 도쿄올림픽 불참 결정과 관련해 북한 올림픽위원회의 자격을 2022년 말까지 정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3월 조선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코로나19로부터 선수단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한 바 있다.
 
한·미 정상회담 불발 속 백신 외교 주목…화이자 회장과 면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이번 유엔 총회는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뉴욕에서 체류하시는 시간이 짧고 그래서 더 이상의 정상회담을 갖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번에 유엔 총회 참석 계기에 한·미 정상회담은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지만 체류시간은 짧을 것이고 정상회담을 갖더라도 아직 회담을 갖지 못한 정상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방미 일정 첫날인 20일에는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SDG Moment)’ 개회식에 참석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특사로 임명된 BTS와 함께 참여해 빈곤, 기후변화 등 국제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SDG 달성을 위한 미래세대의 관심과 동참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도 진행된다.

문 대통령은 21일 앨버트 불라 화이자 회장을 접견한 뒤 한·미 백신협약식에 참석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백신 파트너십의 일환”이라며 “백신 자주권 확보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응웬쑤언 푹 신임 베트남 국가주석과 첫 대면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남북 동시 유엔 가입 30주년의 의미를 설명할 예정이다. 미국 방송 ABC와의 인터뷰도 예정돼 있다.

22일에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펀치볼국립묘지 헌화 및 독립유공자에 대한 훈장 추서식과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에 참석한다.

펀치볼국립묘지 헌화에서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대한 감사와 경의를 표시할 예정이다. 또한 한·미 유해 상호 인수식 행사를 통해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를 본국으로 봉송하고, 하와이에 안장된 국군 전사자 유해를 국내로 봉환할 예정이다.
 
BTS와 유엔 총회 ‘동시 출격’…미래세대 비전 밝힌다
이번 방미에는 BTS도 측면 지원을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BTS에게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을 수여하고 “덕분에 외교활동이 수월해졌고, 대한민국의 국격이 대단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BTS를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 행사 때 BTS가 청와대를 방문한 이후 1년 만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진행된 임명장 수여식에서 BTS가 대통령 특사를 흔쾌히 수락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에서 SDG(지속가능발전목표)를 위한 특별행사를 여는데 정상들을 대표해서는 내가, 전 세계 청년들을 대표해서 BTS가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해왔다”고 전했다.

BTS는 SDG를 핵심 의제로 열리는 이번 총회에서 ‘SDG Moment’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영상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특사 활동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여러모로 참 고마운 것이 (BTS가) K-팝, K-문화의 위상을 더없이 높이 올려 줌으로써 대한민국의 품격을 아주 높여 줬다”면서 외국 정상들을 만나면 BTS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도 “우리 세대는 팝송을 들으며 영어를 익혔는데, 요즘 전 세계인들은 BTS의 노래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익히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BTS를 대표해 RM(김남준)은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이라는, 한 국민과 개인으로서 이런 타이틀을 달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RM은 “(어떻게) 우리가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동시에 많은 것을 드릴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었는데 대통령께서 너무나 좋은 기회를 주셔서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특별사절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BTS 멤버 7명에게 외교관 여권과 선물로 만년필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통령 특별사절’의 위상에 걸맞은 예우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BTS 멤버인 제이홉(정호석)은 기념촬영 후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양손 엄지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행사에는 BTS 멤버 전원과 소속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붉은색 커버의 ‘대한민국 외교관 여권’은 대통령, 국무총리 혹은 외교부 소속 공무원, 특별사절 등이 발급받는 것이다. 외교관 여권 소지자는 해외에서 사법상 면책특권을 주고, 공항에서 출입국 시 소지품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며 VIP 의전을 받을 수 있다.
 
미사일·비난 담화…강경 일변도 北 변수에 속수무책
변수는 북한의 행보가 될 전망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와 비난 담화 등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남북 간 긴장 고조를 피하면서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우리 군 당국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거론하며 비난 담화를 내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부부장은 전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미사일 전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라는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면서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칭할 때 통상 사용했던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 대신 문 대통령 실명을 쓴 것이다.

김 부부장은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 따라 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참관 당시 '북한의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지 고작 4시간여 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진행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전력화를 위한 핵심 관문을 통과한 것을 축하하는 한편, 그간 개발에 힘써온 ADD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 여러 종류의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의 성공을 통해 우리는 언제든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부부장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헐뜯고 걸고 드는 데 가세한다면 부득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남 관계는 여지없이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그것(남북관계 완전 파괴)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남조선이 억측하고 있는 대로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해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첫해 중점과제 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남조선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전날에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이틀 연속 열고 북한이 최근 연이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과 관련해 “대내외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NSC상임위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15일에도 열렸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이날 오후에 열린 NSC 상임위 회의에선 근래 있었던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한·미, 한·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및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성과 등을 바탕으로 북한에 대해 유관국들과의 협의를 한층 강화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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