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꿈 많던 청년 목수에서 재계 20위권 수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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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1-09-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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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르면 이달 대우건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예정

지난 7월 광주 서구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살 청년 목수로 건설업계에 첫발을 디딘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조만간 전국구 건설사 수장으로 우뚝 선다. 하반기 대우건설 인수가 마무리되면 중흥건설그룹은 건설사 3위, 재계 20위권에 들어선다.

경쟁이 치열한 건설업계에서 망치 하나로 시작한 그의 삶 곳곳에는 성실함과 결단력이 있었다.
 
'선택과 집중' 중흥건설그룹, 중견건설사로 '우뚝'
정 회장은 목수로 건설업과 인연을 맺은 후 현장에서 알게 된 인연들과 의기투합해 1983년 중흥그룹의 전신인 금남주택을 세웠다. 이후 1993년 중흥종합건설과 세흥건설을 세우면서 건설업 위주로 사업을 확장했다.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한 중흥건설은 수도권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30여개 주택·건설·토목업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덩치를 키웠다.

주택 시장에서는 2001년 전남 순천 금당지구에 '중흥S-클래스' 분양을 시작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엔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았던 지역의 땅을 싸게 대량으로 매입한 뒤 아파트를 분양해 파는 방식으로 사세를 급격하게 키웠다.

특히 세종시 공공택지사업은 중흥건설을 중견건설사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

중흥건설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세종시에 모두 12개 단지, 1만3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했는데 모든 물량이 분양에 성공하며 성장 기회를 잡았다. 2012~2013년에는 2년 연속 전국 아파트 공급실적 3위를 기록할 정도로 활발히 주택사업을 펼쳤다.

세종시가 행정복합중심도시로서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덕에 수요가 몰린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덕분에 2015년 처음으로 대기업 집단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정 회장의 경영철학은 △비(非)업무용 자산 불매 △보증금지 △적자 프로젝트 수주 금지 등 '3불 원칙'이다. 업무용이 아닌 땅은 사지 않고, 보증은 서지 않으며,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 또한 수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신 경영은 현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최고경영자가 현장을 알아야만 품질로 승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현장에서 실무진과 업무를 공유하고, 즉석에서 빠르게 판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중흥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사진=중흥건설그룹 제공]

 
대우건설 인수 불안 불식시키기 위해 재등판
2013년 장남인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준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대우건설 인수설이 돌면서다.

당장 대우건설 노조는 고용불안, 매각 과정의 배임 문제 등을 제기했다. 대우건설 직원들도 중흥그룹에 편입되면 해외 경쟁력 및 주택브랜드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6위의 대형 건설사다. 전체 수주잔액 39조원 가운데 해외사업이 8조원에 달할 정도로 해외 사업에 강하다.

반면 중흥건설그룹은 시공능력평가 기준 중흥토건이 15위, 중흥건설은 35위다.

조직 안팎에서 통합에 대한 불안한 전망을 내놓자 정창선 회장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전이 본격화하던 지난 7월 광주상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건설은 대우건설대로, 중흥건설은 중흥건설대로 잘 성장시키겠다"며 "대우건설에서 이익을 남겨 중흥으로 가져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의 주택브랜드 '푸르지오'와 중흥건설의 '중흥S-클래스' 합병설에 대해서는 "두 회사가 가진 장점을 살려 각각의 회사를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일축했다.

회사 인수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는 대우건설 노조와 관련해서도 "노조에서 오너(본인)의 경영방침을 몰라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오너의 경영철학을 이해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인수, 빠르면 이달 마무리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는 막바지 단계다.

중흥건설은 법무법인 광장과 회계법인 삼일PwC와 함께 지난달 중순부터 대우건설 상세실사를 실시하고 있다. 3~4주간 진행되는 상세실사 과정에 우발채무, 추가부실 등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빠르면 이달 안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는 정창선 회장의 의지가 강한 만큼 예기치 못한 부실이 발견되더라도 중간에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도 있게 검토하되 KDB인베스트먼트(KDBI)와의 조율점을 찾아가겠다는 방침이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성공적으로 인수하게 되면 '지방 건설사'라는 한계를 이기고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게 된다. 중흥그룹 계열사인 중흥토건과 중흥건설,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을 합치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국내 건설사 톱 3위로 도약할 수 있다.

재계 순위도 훌쩍 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흥건설의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으로 재계 47위지만, 대우건설 인수를 거치면 자산총액 19조540억원으로 재계 서열 20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에서는 중흥그룹이 주택 부문에서의 브랜드파워와 해외사업, 플랜트에 정통한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양적인 측면과 함께 질적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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