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5G] 미·중 갈등에 흔들리는 오픈랜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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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입력 2021-09-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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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핀란드 통신 장비 제조업체 노키아가 '오픈랜(O-RAN) 얼라이언스'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소속 업체 중 일부 중국 기업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O-RAN 얼라이언스의 존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피어스와이어리스, 라이트 리딩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노키아는 최근 국제 오픈랜 기술 표준화 협력기구 'O-RAN 얼라이언스'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청한 제보자는 이번 노키아의 활동 중단에 대해 "미국의 거래 제한 명단에 포함된 기업에 관한 규정 준수 관련 문제"라고 설명했다.

노키아가 이같이 결정한 이유는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중국 기업이 O-RAN 얼라이언스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해 그로 인한 악영향을 받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O-RAN 얼라이언스 소속 기업 중 킨드로이드(Kindroid), 파이티움(Phytium), 인스퍼(Inspur) 세 곳이 미국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킨드로이드는 반도체 제조 업체고, 파이티움은 슈퍼컴퓨팅 기업이다. 인스퍼는 서버 제조업체로, 미국 상무부의 거래 제한 명단에 올랐다. 특히 미국 정부는 킨드로이드를 중국 인민해방군 관련 기업으로 규정하고 미국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노키아는 성명을 발표해 "일부 O-RAN 얼라이언스 참가자가 미국의 거래 제한 명단에 추가됐기 때문에 O-RAN 얼라이언스 기술 활동을 일시 중지하고 있다.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할 시간을 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며 "주요 공급업체 중 처음으로 O-RAN 얼라이언스에 가입한 노키아의 약속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말했다.

O-RAN 얼라이언스는 지난 2018년 초 미국의 AT&T와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일본의 NTT도코모, 프랑스의 오렌지 등 이동통신사가 공동 설립한 오픈랜 표준 기술을 개발하는 연합체다. 국내에서도 이동통신 3사와 삼성전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오픈랜은 이동통신 기지국을 소프트웨어로 구축하는 기술이다. 특정 장비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고 개방형 소프트웨어로 기지국을 구축해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장비 제조사 의존성이 낮아지고, 추후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에 유리하다. 도입과 운용 비용 또한 절감될 것으로 전망돼 향후 6G 시대 핵심적인 기술로 꼽힌다.

특히 미국에서 통신 장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픈랜 표준 개발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은 중국의 화웨이가 31.4%로 가장 높다. 이어 스웨덴의 에릭슨이 28.9%, 노키아가 18.5%, 중국의 ZTE가 10.9%, 삼성전자가 7.1%다. 중국 업체의 점유율을 합하면 42.3%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반면, 미국 기업은 순위 안에 들지 못했다.

또한 미국은 중국산 5G 통신 장비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면 국가 안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5G 시대에 접어들고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특성을 활용해 로봇,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곳곳에서 5G 네트워크가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기술이 개입될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앞서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오픈랜 상용화 협력이 주요 안건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노키아의 활동 중단에 따라 업계에서는 O-RAN 얼라이언스 소속 다른 기업의 중단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화웨이도 지난 2019년 미국의 제재를 받아 유사한 상황에 처한 바 있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통신 관련 협의체에 면제 조치를 부과하는 일종의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O-RAN 얼라이언스에 이 같은 조치를 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미칠 영향이 광범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일부는 O-RAN 얼라이언스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에드 구빈스 글로벌데이터 수석 연구원은 "주요 랜 공급업체이자 오픈랜 지지자인 노키아는 이 분야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미국은 노키아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노키아는 미국 정부의 우려에 대응할 만큼 충분한 인센티브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빈스 수석 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이 단기적으로 O-RAN 얼라이언스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O-RAN 얼라이언스가 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 상무부 거래 제한 명단에 있는 회원사를 제거하는 해결책도 고려 가능하다. 이는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O-RAN 얼라이언스 내에는 미국 상무부 거래 제한 명단에 오르지 않은 중국 기업도 수십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 컨설팅 업체 스트랜드 컨설트 조사에 따르면 O-RAN 얼라이언스 소속 업체 중 44곳이 중국에 소재하고 있다. 조사 당시 미국 기업이 88곳인 점을 고려하면 O-RAN 얼라이언스에서 미국 다음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한 것이다.

O-RAN 얼라이언스는 2018년 출범 당시 AT&T, 도이치텔레콤 등이 중심이 된 xRAN 얼라이언스와 중국 최대 국영 통신사업자 차이나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중국 통신 기업들의 C-RAN 얼라이언스가 연합해 탄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O-RAN 얼라이언스의 존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라이트 리딩은 "O-RAN 얼라이언스가 국제 그룹으로 지속이 불가능하다면 오픈랜 기술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당국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면 중국의 지식재산권(IP)을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은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여러 판매사나 운용사에서 합의한 규격이 없으면 오픈랜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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