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보고서] 한은 “집값 상승 속 가계부채 급증…규제에도 대출수요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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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9-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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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한국은행 본부[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에도 대출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가계의 수익 추구 성향이 높아진 데다, 앞으로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가계가 많은 만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통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국은행은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대출로 조달된 자금이 가계의 높아진 수익추구 성향과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결합되면서 자산시장으로 유입됨에 따라 금융불균형 누적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7월 중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79조7000억원 늘어나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증가율도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8%를 웃돈 데 이어, 올해 4월 이후에는 10% 내외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대출항목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에도 비수도권 및 중저가 중심의 주택구입과 전세 관련 자금 수요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한은은 "LTV 등 대출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조정대상지역 및 비규제지역의 9억원 이하 주택을 중심으로 대출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세자금대출도 수급 우려 등으로 대출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자산투자, 생활 및 사업 자금수요 등이 확대되고,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위한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타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은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를 통한 기업들의 주식발행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 공모주 청약 시마다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상환되지 않고 주식, 가상화폐 등의 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전반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규제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비은행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단위농협을 비롯한 신용협동기구는 지방의 주택시장 호조와 대출접근성 측면의 상대적 우위를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늘렸으며, 보험사 역시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제시해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강화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득 개선이 더딘 취약 가구, 자영업자 등의 생활 및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수요 확대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및 여전사의 카드론도 상당폭 확대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노력에도 당분간 가계의 대출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높은 상승률을 보이던 주택 가격이 현재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만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통해 주택자금을 마련하려는 자금수요가 여전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완화적인 금융여건 하에 가계의 수익 추구 성향이 올라갔다는 점도 대출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부채의 큰 폭 증가를 수반한 자산 가격의 빠른 상승 등 금융불균형 누적은 적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금융 시장 불안 및 소비등 실물경제 위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완화적 금융여건하의 금융불균형 누적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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