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언론중재법 첫 입장 밝힌 文, ‘자유’ ‘보호’ 둘 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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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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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협의체 구성 후 입장 발표…“여야 숙성의 시간 환영”

  • 언론사·피해자 상황 모두 고려…언론계 자정 노력도 주문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국회에서 여야가 개정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를 위해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첫 공식 입장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여야와 언론단체들 간의 첨예한 이 법안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관련 질문에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었다.
 
특유의 신중함이 양비론으로…법 개정 취지엔 공감 해석
언론중재법에 대한 입장의 내용과 시기는 특유의 신중한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와 함께 ‘피해자 보호’를 둘 다 강조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피해자 보호를 강조해 민주당의 법 개정 추진 취지에는 공감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고, 국민의 알권리와 함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면서 “따라서 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가 모두 중요하기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회적 소통과 열린 협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악의적인 허위 보도나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자의 보호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신속하게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고 정신적·물질적·사회적 피해로부터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계의 자정 노력도 주문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양비론적 입장에 대해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강성 지지자들과 중도층을 모두 고려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여당이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경우, 당장 9월 정기국회 파행과 길게는 여야 간 대치로 임기 말 국정수행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를 이룬 뒤에야 입장 표명을 했다는 점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게 됐다.

여야는 같은 날 오전 언론중재법의 8월 국회 처리를 미루고 협의체를 구성해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달 27일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협의체는 여야가 양당 국회의원 2명씩, 언론계 등 관계 전문가 2명씩을 추천, 총 8인으로 구성돼 대안을 논의하는 할 예정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위한 협의체 구성, 9월 27일 본회의 상정 등의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가운데는 박병석 국회의장. [사진=연합뉴스]

임기 말에도 영향력 과시 성과…野·언론단체, 원점 재논의 촉구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성과도 있었다. 임기 말에도 굳건한 40%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중재자’ 역할을 해냈다는 점에서다.

실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직접 국회를 찾았다. 이 수석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늦어지면서 다음 날 협의체 구성 합의까지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보다는 부담이 덜한 상황으로 귀결됐다. 특히 해외 언론단체와 언론보도에서까지 비판이 쏟아지면서 강행 처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고조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협의체 구성에 청와대의 입장이 반영됐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협의체 구성은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사항으로 알고 있다”면서 “언론중재법의 구체적인 조항이나 내용은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협의해 만들어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해외 언론들이 ‘언론 통제’라고 비판한 데 대해선 “(문 대통령의) 특별한 언급이 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뒷북 입장 발표는 또 다른 이름의 무책임이자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견해를 밝혀달라는 수많은 외침에도 대통령은 침묵했고, ‘해석은 자유롭게 하시라’라는 청와대의 무책임과 의회 무시 속에서 민주당의 입법열차는 폭주했다”면서 “국내외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국격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어렵사리 물꼬를 튼 협치 역시 극한 대치 속에 길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현업 언론단체들은 각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PD연합회 등 5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양당 간 합의는 예상되는 충돌과 강행 표결 처리를 한 달 뒤로 미룬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면서 “‘밀실 협의’가 아닌 ‘광장’에서 사회적 합의를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관훈클럽·대한언론인회 등 7개 단체도 공동 성명에서 “여야가 언론 악법의 틀과 그 내용을 그대로 놔두고 협의체를 가동할 경우 일부 조항을 빼고, 일부 문구를 고치는 수준에서 졸속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폐기 처분하고, 언론자유와 피해자를 구제할 대책을 원점부터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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