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시대의 키워드 ‘ESG·공정성’, 기업 채용도 원칙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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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1-09-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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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사기업의 채용 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공정한 채용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ESG 경영이 기업의 채용 문화 개선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오랫동안 이어지는 높은 청년실업률이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S(사회)’와의 연관성이 높아졌다.

KOSIS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5~29세 실업률은 2010년 7.9%에서 2020년 9.0%로 상승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9.8%까지 치솟으며 이 나이대 청년 10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에 내몰리기까지 했다.

취업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으나 직장을 구하는 데 실패해 좌절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이들의 좌절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기업 채용에도 공정의 잣대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강조되면서 주주·임직원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G(지배구조)’ 측면에서 채용문화에 대한 점검으로 이어졌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액주주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주가 많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개인 회사’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 확보가 ESG 경영의 일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공정이 떠오르고 있는 점도 채용을 비롯한 전반적인 기업 경영의 과정을 개선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산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성과급 논란’도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의 공정한 분배가 핵심이었다. 성과급 논란을 비롯해 기업들이 공정 관련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프로세서 개선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산업계가 변화하는 가운데 채용비리에 연루된 LG전자 관계자가 유죄 판결을 받은 점과 기업이 내놓은 재빠른 피드백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재판의 피고인들은 과거 LG전자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자사 임원의 자녀 등을 부정 합격시켜 회사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당시 신입사원 채용업무를 총괄했던 담당자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와 함께 기소된 LG전자 관계자 7명에게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번에 드러난 채용비리는 2013~2015년에 이뤄졌다고 한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채용 문화가 달랐을 것이다. 또 피고인의 판단에 따라 상급심에서 이 사안이 다시 다뤄지는 경우 판결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다만 ESG 경영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채용비리’에 연루된 관계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재판부도 판결문을 통해 “채용 절차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허물어 사회적으로 큰 허탈감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판결 직후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사회의 인식 변화, 높아진 잣대에 맞춰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 전반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재빠른 대응을 통해 개선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개선 의지를 내비치긴 했지만 최근 급격하게 이뤄진 사회의 인식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회사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ESG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와 산업계는 비단 LG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들이 합리적인 채용 시스템을 구축해 열심히 노력한 청년들이 ‘합격’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도래하길 기대한다.
 

장문기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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