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독립 의지 품은 태극기 3점, 보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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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8-1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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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청, 데니 태극기‧김구 서명문 태극기‧서울 진관사 태극기 보물 지정 예고

  •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 서명문·축하문 등 4건 문화재 등록 예고

(왼쪽부터) 데니 태극기와 김구 서명문 태극기, 서울 진관사 태극기가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항일 독립 의지가 담긴 태극기와 광복군 유물이 대거 보물·문화재로 지정·등록 예고됐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지난 12일 제4차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데니 태극기'와 '김구 서명문 태극기', 그리고 '서울 진관사 태극기' 등 태극기 유물 3건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 서명문 및 축하문', '한국광복군 기관지 광복(光復)', '한국광복군 훈련교재 정훈대강', 김좌진 장군 사회장 약력서' 등 4건은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독립운동사료를 포함한 근현대문화유산에 대한 적극적인 역사·학술 가치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 지난 2019년부터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국가등록문화재들을 검토해왔다.

이에 지난해에는 '말모이 원고' 등 한글 관련 문화재 2건을 보물로 지정했으며, 이번에 태극기 3건을 보물로 추가 지정 예고했다. 

이번에 지정 예고한 태극기 3건은 19세기~20세기 초 제작된 것들로, 일제강점기 혹독한 시련 속에서 독립에 대한 열망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겼다.

특히 우리 역사 최초로 국기(國旗) 제작이 시도되고 변천되는 과정과 독립에 대한 열망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대한민국 역사의 대표이자 우리 민족의 상징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았다.
 

데니태극기[사진=문화재청 제공]

◆국기 제정 초창기 역사 고스란히···데니 태극기

'데니 태극기'는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활동한 미국인 오웬 니커슨 데니(Owen Nickerson Denny, 1838~1900)가 소장했던 것으로, 지난 1891년 1월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갖고 간 것을 1981년 그의 후손이 우리나라에 기증했다. 데니 태극기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데니 태극기는 세로 182.5cm, 가로 262㎝로,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옛 태극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특히 우리나라 국기 제정의 초창기 역사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를 처음 만들어 사용한 시기는 1882년 9월이었고 1883년 3월 6일 고종은 전국에 사용토록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19세기 말 한국의 국기가 반포된 이래 그 모습을 그리거나 기록한 자료들은 일부 남아 있지만, 실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데니 태극기'는 우리나라 국기 변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제작기법 측면에서도 근대문물이 밀려오던 19세기 말 정세가 반영됐다는 점도 특이하다. 당시 서양 국기 제작법을 참조한 것으로, △전통적인 손바느질이 아닌 상하 90cm 정도 크기의 넓은 폭의 면직물에 재봉틀을 사용해 박음질한 점 △청색·홍색 태극과 청색의 4괘(四卦)를 부착하는 데 있어 바탕천을 오려내고 두 줄로 박음질해 멀리서도 문양이 또렷하게 보이도록 한 점 등 초창기 국기 제작법을 적용했다. 

문화재청은 "데니 태극기는 국기를 제정해 독립국임을 세계에 알리려고 했던 대한제국의 외교적 노력을 증명하는 유물이자, 일제강점기 독립을 향한 열망의 상징이 된 태극기의 기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의 자주독립을 지지한 미국인 외교관 가문이 90년 넘게 간직해 오다 우리 정부에 기증함으로써 진정한 호혜(互惠, 서로 동등하게 혜택을 누림)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고 큰 태극기라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대한민국 보물로 지정할 사유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사진=문화재청 제공]

◆독립운동가들의 독립 염원 오롯이···김구 서명문 태극기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41년 3월 16일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 김구 주석이 독립 의지를 담은 글귀를 적어 벨기에 신부 매우사(본명 샤를 메우스)에게 준 것이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매우사 신부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부인 이혜련 여사에게 이 태극기를 전했고, 후손들이 보관하다가 1985년 3월 11일 독립기념관에 기증됐다. 

세로 44.3cm, 가로 62cm 크기의 비단 천에 청색과 홍색의 천으로 태극을 만들어 붙이고, 흑색 천으로 4괘를 덧대어 제작했다. 깃대와 괘의 사이에는 김구 선생의 친필로 묵서 4줄 143자가 쓰였고, 마지막에 ‘김구(金九)’라고 새겨진 작고 네모난 인장이 찍혔다. 

이 태극기의 가장 큰 역사적 의의는 김구와 안창호로 대표되는 일제강점기 해외 독립운동가들의 활동과 한국인들의 광복에 대한 염원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는 점이다.

서명문에서 김구는 "망국의 설움을 면하고 자유와 행복을 누리기 위해 광복군을 도와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세기~20세기 초 제작 태극기 중 정확한 제작 시기가 알려진 유일한 자료라는 점 △대한민국의 독립을 열망한 독립운동가들의 간절한 신념이 대표적으로 담겼다는 점 △매우사 신부로부터 안창호 선생이 태극기를 전달받기까지 상황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점 △1942년 6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태극기의 제작 규정을 통일하기 직전에 제작돼 태극기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적 가치가 높다. 
 

서울 진관사 태극기 [사진=문화재청 제공]

◆항일 의지 극대화···진관사 태극기 

이번에 보물로 함께 지정 예고된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우리나라 사찰에서 최초로 발견된 일제강점기의 태극기로, 불교 사찰이 독립운동의 배후 근거지나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형태상으로도 일장기 위에 태극의 청색 부분과 4괘를 검은색 먹물로 덧칠해 항일 독립 의지와 애국심을 강렬하게 표현했으며,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린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사례라는 점에서 항일 운동사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이 태극기는 2009년 5월 26일 서울시 은평구 진관사의 부속건물인 칠성각(七星閣)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내부 불단 안쪽 벽체에서 발견됐다.

1919년 6월 6일부터 12월 25일까지 독립신문류 19점도 태극기에 보자기처럼 싸인 상태에서 함께 발견됐다. 진관사 소장 태극기 역시 3.1만세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즈음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진관사 태극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의 형상을 먹으로 덧칠해 항일 의지를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왼쪽 윗부분 끝자락이 불에 타 손상됐고, 여러 곳에 구멍이 뚫린 흔적이 있다.

문화재청은 "현재 1919년에 제작된 태극기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태극기는 1919년에 제작된 실물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진관사 태극기는 △불교계 등 다양한 계층에서 주도했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 △항일 정신을 형태상으로 강력하고 생생하게 담고 있다는 점 △함께 발견된 독립신문류를 통해 태극기의 변천사와 그 의미를 밝힐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는 점에서 역사·학술적 가치가 높다. 

문화재청은 이번 데니 태극기 등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 서명문 및 축하문'과 '한국광복군 기관지 광복(光復)', '한국광복군 훈련교재 정훈대강', '김좌진 장군 사회장 약력서' 등 4건의 문서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등록 예고되는 4건에 대해서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최종 등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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