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대중화되고 있다. 올해 초 투자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투자 방식도 다양화된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거래소 등 관련 사업자의 공통된 규제 준수 노력과 함께 정책당국의 전반적인 규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양화되는 가상자산 투자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대중화, 제도화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따르면 올해 초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수의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미래 투자 자산의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거래금액은 지난 2019년 일평균 1조5000억원에서 올해 1~4월 14조2000억원까지 10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가상자산 관련 투자는 그간 거래소를 통한 직접 투자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서학 개미를 중심으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ETF 투자 등 투자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는 지난 4월 14일 나스닥에 상장한 코인베이스(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주식을 약 1억3000만 달러 규모로 순매수했으며, 해외에서 가상자산 ETF가 출시되면서 국내 투자자도 증권사를 통해 김치프리미엄 없이 투자가 가능해졌다.

디지털 예술품, 저작권 기반의 NFT(대체불가토큰)에 투자하고 가상자산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 지속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진행한 디지털자산 투자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투자자 중 일부는 미술품 토큰(6.1%), 음악저작권 토큰(4.2%)을 보유한 경험이 있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도 JYP엔터테인먼트에 365억원을 투자하고 NFT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CJ올리브네트웍스는 두나무 자회사인 람다 256과 NFT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제도화 속도…업권법 입법 논의도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업권법 등 추가 입법 논의가 이뤄지면서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제도화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특금법상 신고 기한(9월 24일)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소 등을 대상으로 사업자 신고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행 특금법상 가상자산 사업자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획득(ISMS), 실명확인 가능 입출금 계정 등의 사전 요건을 확보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현재까지 신고절차를 준비 중인 거래소는 약 3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금법 시행 외에도 가상자산 시장을 보완하기 위한 다수의 법안도 발의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거래 전문은행 제도를 도입해 가상자산 거래소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실명계좌 개설을 보장해주는 내용의 특정금융정보법안을 발의했다. 자금세탁에 대한 위험 때문에 은행에서 거래소에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면서 대부분의 거래소가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해당 개정안은 신고유예 기간도 현행에서 6개월 연장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고 불수리 요건을 완화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실명계좌를 '신고 불수리 요건'이 아닌 '금융거래 요건'으로 이연해 실명계좌가 없다는 이유로 거래소 신고를 금융당국이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적용하기 위해 신고 유예기한을 6개월 연장해 내년 3월까지로 변경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거래소가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신고절차를 마친 뒤 은행에 실명계좌 발급을 신청하면, 은행은 금융당국의 판단을 바탕으로 기존보다 부담을 완화한 가운데 금융거래를 위한 실명계좌를 거래소에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을 디지털자산으로 정의하고 금융위원회가 3년마다 디지털산업 육성계획을 세우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업 육성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외에도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급증하고 시세조종, 해킹 등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법률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며, 시장 질서유지와 이용자 피해 예방을 중점에 둔 다수의 법률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가상자산사업자의 공통된 규제 준수 노력도 선행돼야

다만 시장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거래소 등 개별 사업자뿐 아니라 가상자산 사업자의 공통된 규제 준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투자자 증가 및 제도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며 “이에 따라 개별 가상자산 거래소는 공시제도 강화, 임직원의 가상자산 거래 금지 조치 등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김병욱 의원안과 같이 이용자 보호 목적의 사업자가 가상자산업협회 설립을 통해 자율규제안을 입안, 적용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인식을 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사업자 관련 정책방향도 향후 가상자산 시장 발전에 주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지속적인 매수 움직임 등을 감안해 가상자산 관련 및 가상자산 보유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며 “가상자산업법 제정 등 규제 변화 시 가상자산업을 보다 포괄적으로 정의해 규제 공백을 최소화하는 등 가상자산 관련 이용자 보호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특금법 시행령상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는 거래업자, 보관관리업자, 지갑서비스업자로 한정돼 있어 이용자 측면에서는 규제 공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일부 스타트업은 실질적인 집합투자기구 형태의 가상자산 투자 서비스를 제공 중이나 해당 업태가 특금법 시행령상 가상자산 사업자에 해당되지 않아 이용자 보호가 미흡할 우려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대중화·제도화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변화에 맞춰 국내 금융회사도 블록체인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관련 사업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블록체인 기반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와 가상자산이 외환 결제 등 기존 금융회사의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조직 신설 등 사업 확대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집합투자기구의 투자 대상에 가상자산이 포함될 경우를 가정해 사업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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