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에 몸값 상승한 디벨로퍼...인수합병 시장 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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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08-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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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디벨로퍼 업계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택사업이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실탄을 두둑하게 확보한 디벨로퍼 업체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양한 M&A 매물을 쓸어 담으면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라마이더스(SM)그룹은 쌍용자동차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M그룹은 1988년 광주에서 창업한 삼라건설을 모태로 경남기업, 동아건설산업, 삼환기업, 우방, 대한해운·UBC울산방송·탑스텐 호텔 등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21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계열사만 25개에 달하지만 본래는 지방에서 건설업을 모태로 하는 디벨로퍼다.

업계에서는 SM그룹이 쌍용차가 보유한 자산가치에 주목해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85만㎡) 자산가치는 9000억원 규모인데, 평택시는 이 부지를 공업지역에서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공장부지를 복합 개발할 경우 땅의 가치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 보는 쌍용차 적정 매각가는 약 1조원이지만 공익채권을 인수자가 부담하면 실제 투입할 현금은 4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평택 공장 부지 인근에는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많아서 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될 경우 땅의 개발 가치가 조 단위를 넘어설 것"이라며 "SM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성공한다면 부지에 대한 차익은 물론 다양한 건설 계열사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에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HMG홀딩스도 최근 여의도 순복음교회 부지를 3030억원에 매입했다. 여의도 성모병원과 금호리첸시아 주상복합 아파트 사이에 위치한 이 부지(8264㎡)는 학교 용지로 지정돼 40년간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최근 이 규정이 실효돼 개발 기대감이 높아졌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코로나19에 따른 대면 예배 제한으로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부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는 제 2종 주거지역이지만 여의도 금융중심지구 지구단위계획에 속해있어 개발 기대감이 높다. 영등포구는 이 땅에 금융 산업을 지원할 대규모 랜드마크를 짓는다는 발상이지만 굳이 상업지역 변경 없이 3종 주거지역으로만 종상향을 해도 개발 가치는 충분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 부지 바로 옆에 위치한 여의도 금호리첸시아 전용 119㎡ 매매가는 현재 18억~19억원 선이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부지를 인수한 HMG는 부동산 개발과 자산임대관리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디벨로퍼다. HMG는 최근 고덕 국제신도시에 선보인 영국형 테마 상업시설 '브리티시 고덕',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시흥 플랑드리 상업시설' 등의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NH투자증권과 함께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칸서스자산운용을 인수해 대체투자 등 자본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중소건설사인 중흥건설도 최근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를 2조1000억원에 매입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회사가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된 지 한 달여 만으로, 중흥건설은 최근 이행강제금 500억원을 이미 납부하고 한 달간 정밀실사에 돌입한다.

디벨로퍼 업계가 인수합병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분양사업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현금 동원 능력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코로나19를 이겨내지 못한 알짜 매물이 시장에 풀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흥그룹은 계열사인 중흥건설, 중흥토건 등의 현금성 유동자산이 최근 크게 늘면서 동원 가능한 현금 실탄만 4조원에 달한다. 삼라마이다스 역시 현금성 유동자산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동원 가능한 현금이 1조원으로 추정된다.

디벨로퍼 업계 관계자는 "최근 3~4년간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분양가도 동반 상승했기 때문에 영업활동으로 인한 디벨로퍼의 현금창출 능력이 사상 최대"라면서 "비주류로 취급 받던 중소 디벨로퍼들이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무기로 알짜 매물을 싹 쓸어가면서 몸집을 키우고, 기업 가치 재도약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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