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량은 줄었는데 매매가는 상승? 규제가 만든 기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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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1-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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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숙·지산센 등 틈새시장으로 '자금 쏠림'

  • 상업시설 거래량도 2017년 이후 최고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광진구 주택가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규제지역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에 포함시켰고, 6개월 뒤엔 일부 광역시와 지방 중소도시까지 규제를 확대했다.

규제지역에 지정되면 청약자격요건과 대출자격요건이 훨씬 까다로워지고, 대출한도가 낮아질 뿐 아니라 분양권 전매마저 제한돼 투자수요의 진입이 어려워진다. 다주택자들은 취득세와 종부세, 양도세 등 세부담까지 크게 늘어나 신규주택을 취득하기 힘들다.

문제는 규제를 하면 할수록 '풍선효과'는 뚜렷해지고,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본다는 데 있다.
 
규제지역 확대에 발목 잡힌 주택시장
일반적으로 아파트 거래량은 부동산 가격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거래량 증가는 집값 상승 신호로, 감소는 하락 신호로 인식된다.

그러나 각종 규제가 더해지면서 아파트 거래량은 줄었지만 매매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5만2123건이었으나, 올 상반기에는 37만3014건이 거래됐다.

반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상반기 2.4% 수준에서 올 상반기 6.3%까지 올랐다. 거래량은 줄어들어도 거래가 됐다 하면 신고가이거나 이에 근접한 가격에 계약이 이뤄지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서울 강남·서초구에서 3.3㎡당 1억원이 넘는 거래 건수의 증가 속도는 가팔라졌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에서 3.3㎡당 1억원 이상으로 거래된 아파트는 총 5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804건)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7일 3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1일 35억원에 거래돼 3.3㎡당 1억원을 기록한 지 6일 만에 1억원이 더 오른 것이다. 현재 해당 단지의 같은 주택형 호가는 최고 40억원까지 올랐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도 48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 대비 3억8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지난달 26일에는 84㎡가 37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가격(37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KB금융그룹이 지난달 발표한 'KB 통계로 살펴본 오피스텔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도심권, 동남권, 서남권의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은 3억원을 상회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2억6000만원, 5개 광역시가 1억8000만원으로 나타나 1년 만에 3400만원, 2400만원 상승했다.

2016년 이후 감소하던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규제와 맞물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1분기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전년동기대비 47% 늘어났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제공]

'규제 칼날' 피한 생활형숙박시설·지식산업센터 인기
주택시장 규제가 강화되고 집값이 치솟자 생활형숙박시설이나 지식산업센터 등 틈새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들 상품들은 청약 통장이 필요없는 데다 전매제한도 없고, 세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지난 3월 롯데건설이 부산 동구 초량동 일대에 짓는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 드메르'는 평균 356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에 완판됐다. 총 청약건수가 43만여건에 달했고 최고경쟁률은 2300대1이었다.

이 외에도 경기 구리시에 '구리역 더리브 드웰(189대1)', 서울 영등포구의 '라포르테 블랑 여의도(140대1)' 등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식산업센터의 인기도 뜨겁다. 지난 5월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 고양시 향동지구에서 분양한 '현대 테라타워 향동'은 분양시작 5일 만에 모든 물량이 소진됐다.

지난 5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분양했던 '현대 그리너리 캠퍼스 별가람역'과 경기 부천시에서 4월에 공급된 '레노부르크 부천'도 짧은 시간 안에 모두 팔렸다.

주택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틈새 상품에 대한 인기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은 8월 서울시 강서구 마곡특별계획구역 내 CP2블록에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서울시 강서구 양천로 47길 40에 짓는 '놀라움 마곡'도 분양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강덕구 고덕동에 '고덕 아이파크 디어반'을, DL건설은 천안 성성동에 '천안 G1비즈캠퍼스'를 분양할 예정이다.
 

 

상업용 부동산도 대체 투자처로 주목
주택시장에 집중된 규제로 상업시설의 반사이익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 지역이 규제 지역인 수도권은 상업시설 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수도권 상업·업무용 부동산에서 오피스텔을 제외한 거래량은 총 4만9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21% 증가했다. 집계가 시작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오피스텔을 제외한 상업·업무용 부동산의 거래량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주택 시장에 집중된 고강도 규제와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상업시설에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오피스텔, 상가와 같은 신규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해 LTV 40% 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주택 대비 대출 부담이 낮고 은행 금리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대체 투자처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소규모 상가 수익률은 △서울 5.51% △경기 5.84% △인천 4.67%로 전국 평균 수익률(4.62%)를 웃돌았다. 제1금융권 은행의 12개월 적금 금리가 최고 3.3%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수도권에서 우수한 입지에 분양한 상업시설들은 단기간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1월 서울 중구에서 분양한 '힐스 에비뉴 청계 센트럴'은 계약 한 달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6월 서울 지하철 9호선 증미역과 가양역 역세권 입지에 들어선 '마스터밸류 에이스' 지식산업센터 내 상업시설은 분양 당일 모두 완판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설익은 정책에 대한 후유증으로 '이중 전셋값', 신고가가 속출하며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는 형국"이라며 "규제를 피해 비교적 규제가 덜한 상업시설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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