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2020] 韓선수단 도시락이 도쿄올림픽에 피해?...부흥올림픽 실패에 '혐한'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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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8-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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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우리 선수단이 별도로 제공받는 도시락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나는 식자재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행위라면서 우리나라가 '올림픽 정신'을 위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 하순(20~31일) 대한체육회의 급식지원센터가 도쿄올림픽의 이미지 악화(風評被害·후효히가이, 풍평피해)를 조장한다면서 한국 외교부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풍평피해란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의미하는 단어다.

대한체육회는 도쿄올림픽 선수촌 인근 호텔에 별도의 급식지원센터를 개설하고 우리 선수단의 식사를 지원하고 있다. 급식지원센터는 이번 도쿄올림픽 때만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선수단의 영양 관리를 위해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이후 대회마다 거의 운영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2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교도·연합뉴스]


그러나 일본 측은 이를 대한체육회와 우리 선수단이 후쿠시마현의 식자재를 피할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교도통신에서 "(한국 정부가) 한일간의 새로운 정치적 문제가 비화하지 않도록 지도해줬으면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본 현지에서 해당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달 27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2020년 원자력 백서'를 발표한 이후부터다.

백서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 10주년을 맞아 미쓰비시종합연구소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실었는데, 이 조사에서 도쿄도민의 약 25%가 '방사능 우려로 후쿠시마산 식자재와 후쿠시마 여행을 우려한다'고 답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가운데). 사진은 일본 자위대 복무 중 이라크 파병대장을 역임할 당시 모습.[사진=트위터]


이에 각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올림픽 유치 단계에서부터 도쿄올림픽을 '후쿠시마 부흥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주장해왔지만, 정작 올림픽이 개막하자 부흥 올림픽 구호는 사라졌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후 히라사와 가쓰에이 일본 부흥상 역시 지난달 28일 후쿠시마시에서 열린 야구 개막전과 선수촌을 시찰한 후 관련 발언을 내놨다. 일본 부흥청은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해당 지역의 재건을 위해 2031년까지 한시적으로 설치된 중앙기관이다.

당시 히라사와 장관은 선수촌 식당이 식자재의 원산지를 명확히 표기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원전 사고) 피해 지역인 동북 지역(후쿠시마현 등)의 것이라고 확실히 표기하고 선수들이 (이를 인지해서) 식사해야 한다"면서 "일본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JOC)가 '(후쿠시마) 부흥 올림픽'을 알리려는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일본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야당인 입헌민주당 소속의 겐바 고이치로 중의원은 대한체육회의 급식지원센터 운영 사실을 언급하고 "후쿠시마현민이 실망하고 있다"면서 이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현 식자재는 철저한 검사를 통해 100% 안전한 것만 나오고 있는데, (선수촌 식당은) 원산지 표시는 물론 (식품) 안전성에 대한 설명도 없다"면서 "한국 측의 안전성 우려는 '모욕적'이며, 이를 관망하다 보면 풍문피해가 확대한다"고 말했다. 겐바 의원의 지역구는 후쿠시마현 제3 선거구다.

이후 일본 내부에선 우리나라 선수단의 도시락 식사에 대한 비판 기사가 이어지면서, 극우 인사들도 거친 발언을 보태고 있다.

일본 자위대 출신으로 외무성 차관을 지내기도 한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은 석간 후지에서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한국이 연발하고 있는 불합리한 시비와 쓸데없는 말이 지겹다"면서 "한국이 자국 선수를 위해 선수촌 밖에서 도시락을 만드는 것은 상관없지만, (이를) '방사능 FREE(프리·없는) 도시락'이라고 말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의 생각을 짓밟는 행동이며 불쾌하다"면서 앞서 우리 선수단이 선수촌에 내건 이순신 현수막도 언급하곤 "한국 측은 도쿄 올림픽의 '다양성과 조화의 실현'이라는 정신을 무시하고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방사능 FREE 도시락'은 지난달 21일 KBS가 대한체육회의 급식지원센터를 보도하며 제목에 사용한 단어다.

당시 KBS는 "이곳에서 태극 전사들만을 위한 특별 도시락이 공수되고 있다"면서 "김치, 고추장 등 일부 재료는 한국에서 준비한 가운데, 현지 반입이 금지된 육류와 과일 등은 방사능 세슘 측정기까지 사용해 꼼꼼한 검수를 거치고 있다"고 급식지원센터를 소개했다.

다만,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한 자리에서 교도통신의 관련 질문에 "급식센터가 오해를 받는 것 같다. 정부는 (선수단에 후쿠시마현 식자재를 먹지 말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면서 "(선수들의) 컨디션과 입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급식센터를 운영하며 원하는 선수만 도시락을 먹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KBS가 대한체육회의 급식지원센터를 소개한 보도.[사진=KB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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