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의무 접종' 꺼내든 바이든...'3차 재유행' 우려에 '강경 방역' 전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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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7-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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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3차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 미국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당 조치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미국 내 백신 접종률을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보훈부와 뉴욕시·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이날 데니스 맥도너 보훈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산하 '재향군인 의료처(VHA)'에 소속한 11만5000명의 직원 전체가 향후 2개월 동안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미국 연방 부처 중 백신 의무화를 명령한 첫 사례다.

VHA는 미국 각지에 거주하고 있는 900만명 이상의 퇴역 군인의 건강 관리·의료 서비스를 책임지는 미국 최대 공영 의료시설 중 하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군 의료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사진=AP·연합뉴스]


미국 보훈부는 최근 해당 의료시설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직원 4명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하고 'VA 훈련센터'에서 직원과 백신 미접종 훈련생 사이의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맥도너 장관은 "퇴역 군인이든, 보훈부 직원이든 보훈부 시설에 발을 들여놓을 때는 언제든지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권한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알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소속 공무원의 백신 접종을 요구했다.

뉴욕시의 경우, 교사와 경찰을 비롯한 34만명의 시정부 소속 노동자 전원을 대상으로 오는 9월 13일까지 백신 접종을 마쳐달라고 요구했다. 9월 13일은 뉴욕시가 지역 내 100만명의 학생들의 등교를 재개하기로 예정한 개학일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4만6000명의 주정부 소속 공무원과 의료 종사자를 상대로 해당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주정부 공무원은 백신을 맞은 뒤 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하지 않을 경우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아야 한다.

NYT는 이 외에도 미국 전역에서 400곳 이상의 대학이 학교에 복귀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백신 접종을 요구하고 있으며, 민간 의료기관들 역시 소속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같은 날 미국 최대 규모의 민간 병원 체인인 메이요 클리닉은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오는 9월 17일까지 백신을 접종하도록 지시했다. 다만,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경우, 관련 절차에 따라 거부 신청서를 제출하고 별도의 교육을 이수한 후 출근 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

이날 미국의사협회(AMA)와 미국간호사협회(ANA) 등 미국 전역의 55개 의료 종사자 단체 역시 각 의료기관이 직원들을 상대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에 참여한 미국 내 의료종사자 규모는 수백만명에 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데비 우터스.[사진=AP·연합뉴스]

 
강경 방역 지침에 법정 싸움 등 논란 예상...그래도 백신 접종 늘려야

다만, 이들 조치가 향후 민간 기업의 자발적 동참을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백신 접종 의무화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한 상태다.

구체적인 시행 방식에서 논란이 생기는 것은 물론, 공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상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신념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뉴욕시의 경우 전면 백신 의무화 조치에 앞서 이를 시내 병원과 보건소 소속 노동자를 상대로 먼저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노동자에 대해 매주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는데, 이와 관련해 노동조합은 감염 검사에 소요하는 시간이 근로 시간에 포함하는지 여부를 놓고 시정부와 교섭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완전한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해당 지시에 대한 법적 공방 가능성도 남아있다.

지난 4월 1일 미국 의료기관 중 가장 처음으로 소속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던 미국 텍사스주에 소재한 '휴스턴 감리교 병원'은 해당 지시를 거부하며 퇴사한 간호사로부터 지난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다만, 법원은 해당 소송을 기각했다.

휴스턴 감리교 병원은 6월 7일까지 백신 접종 의무화 기간을 제시했지만, 2만4947명의 소속 직원 중 178명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정직당했다. 병원은 백신 접종 기간을 2주 더 연장했지만, 178명 중 25명 만이 백신을 접종했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대부분의 직원은 퇴사했다.

아울러,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지역 대부분은 대체로 여당인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서 이미 60~70%의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맹점이다.

반면, 백신 접종률이 저조해 델타 변이 확산세가 급속히 늘고 있는 지역 대부분은 야당인 공화당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지역들로서 '백신 접종 의무화' 움직임에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실제, 지난 7일 동안 미국의 신규 확진자 중 40%가 백신 접종률 하위 3개 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그럼에도 WP는 이들 지역의 백신 접종 의무화 움직임이 향후 백신 접종을 활성화하는 충분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신문은 바이든 행정부 역시 자국 내 델타 변이 확산세와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한 경기 회복세 둔화를 우려하며 관련 자료와 필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영국 정부의 방역 지침과 경제적 영향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만연한 상황에서 방역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높은 백신 접종률로 사망자와 입원환자 발생 비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에 충격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신문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와 백악관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델타 변이 확산세에 따른 경제적 충격 대응 방안과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 한정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복원하는 등의 방역 지침 강화 여부를 놓고 격론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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