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나우] ③ 활짝 열린 스포츠 테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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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IT모바일부 부장
입력 2021-07-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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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축제의 장(場)이 아니다. 올림픽은 스포츠와 테크(기술)가 만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기회의 장이다.

올림픽 개막식은 테크의 향연장이다. 올림픽에서 본 신기술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 각인된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로켓맨’이 대표적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AR(증강현실) 공연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드론 연출은 아직도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스포츠는 인간이 경기를 펼치고, 인간이 심판을 보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그래서 테크를 도입할 여지가 많다. 스포츠팬들은 더 정확하고 공정한 경기결과를 원한다. 그들은 바로 스포츠 시장을 먹여살릴 소비자들이다. 스포츠와 테크의 융합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도쿄올림픽의 대회 비전을 찾아봤다.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며, 전 세계에 긍정적인 개혁을 가져다줄 대회’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혁신적(Innovative)’이란 말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스포츠와 테크의 융합이다.
 
업그레이드된 드론쇼

도쿄올림픽 개막식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등장한 드론이 다시 등장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소형 드론 1824대를 투입해 도쿄올림픽 엠블럼과 파란색 지구를 형상화했다.

이날 사용된, 프로펠러가 4개 달린 ‘슈팅스타’란 이름의 드론은 1대 무게가 340g, 최대 초속 11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고정밀 LED 4개가 탑재돼 밝기도 선명하다. 드론의 모든 동작과 불빛의 점멸은 소프트웨어로 제어된다. 형상화하고 싶은 영상을 미리 컴퓨터에 입력한 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로 위치를 지정하고 기압 센서로 고도를 맞춘다. 통상적으로 드론은 한 사람이 1대를 조종하지만, 인텔의 드론은 한 사람이 1000대까지 조종할 수 있다.

올림픽 최고위 스폰서인 인텔은 이번 올림픽에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를 활용한 데이터 생성과 처리기술을 제공한다. 선수들의 동작을 카메라로 분석하거나 입체 데이터로부터 자유롭게 시점을 옮겨 TV 중계에도 활용된다.

개막식 세리머니의 연출에 활용된 프로젝터와 음향장비, 조명기구는 모두 일본 전자기업 파나소닉이 제공했다. 파나소닉이 제공한 특수 음향장비는 스피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선명한 음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조명기구도 초고화질 4K(UHD)‧8K 방송에서 선명하게 재현될 수 있게 설계됐다.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인텔이 선보인 드론쇼. (사진제공=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선수의 모든 데이터 측정

“200m 육상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시속 몇 ㎞로 달릴까?”

도쿄올림픽에선 달리는 선수들의 속도가 TV 화면에 시시각각 표시된다.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 오메가는 센서와 AI(인공지능) 카메라를 통해 선수들의 경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육상에선 모든 선수의 등번호판에 소형 센서를 장착, 속도와 가속 타이밍과 같은 데이터를 초당 약 2000개까지 수집해 분석한다. 비치발리볼 경기에선 선수의 점프 높이와 토스한 볼의 위치까지 AI 카메라가 촬영해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때 측정된 데이터는 선수와 코치에게 공유돼 훈련에 활용할 수도 있다.

야구경기에선 이미 덴마크 레이더 장비 업체 트랙맨이 개발한 시스템이 도입돼 투구와 타구 계측에 활용되고 있다. 트랙맨은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추적하는 레이더 기술을 응용해 투수의 공이 손가락에서 떨어지는 순간의 오차와 공의 회전수를 파악해 선수의 컨디션을 측정한다. 이 시스템은 한국, 미국, 일본, 대만의 프로야구에서도 널리 보급됐다.

테니스 경기에선 정확한 판정을 위해 일본 전자기업 소니가 개발한 영상분석 시스템인 '호크아이'가 도입됐다. 고속카메라가 테니스공의 위치를 밀리미터 단위로 촬영해 라인을 벗어났는지를 순식간에 판단한다. 호크아이가 도입되면서 선수들은 심판에게 경기 중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의 컨디션은 일본 소프트웨어 업체 유포리아가 개발한 앱으로 관리되고 있다. 선수들이 유포리아가 개발한 원격관리 앱 ‘원탭스포츠(One Tap Sports)’에 식사와 훈련내용, 몸상태 등을 입력하면 관련 데이터가 추출돼 코치 등과 손쉽게 컨디션을 체크할 수 있다.

 

원탭서비스 앱에 입력된 선수들의 몸상태와 훈련기록, 부상이력은 실시간으로 일괄 관리된다. (사진제공=유포리아)  

 
무관중도 기술로 극복

도쿄올림픽은 모든 경기가 관중 없이 치러지면서 스포츠 관람에 원격 기술이 대거 도입됐다. 멀러 떨어져 있어도 몰입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적용됐다.

파나소닉이 개발한 ‘치어폰(CheerPhone)’은 멀리 떨어진 선수들에게 직접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면서 중계 영상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응원을 보내면 경기장에 설치된 스피커에 목소리가 전달되는데, 실제 관람객이 있는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목소리를 멀리까지 전달하려면 지연이 발생하게 되는데, 파나소닉은 지연 시간을 0.5초까지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경기 진행과 응원 목소리 전달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도록 했다.

 

파나소닉이 개발한 치어폰을 손목에 부착하면 목소리가 경기장에 전달된다. (사진제공=파나소닉) 


일본 최대 통신사 NTT는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멀리 떨어진 관람객 앞에서 실제 크기로 재현하는 기술을 선보인다. 가로 20m, 세로 4m에 달하는 거대한 스크린을 설치해 실제 선수들의 크기와 똑같은 영상을 볼 수 있게 했다. NTT가 개발한 ‘초와이드 영상합성기술’은 복수의 카메라로 촬영된 초고화질 영상을 가로와 세로로 나열해 하나의 영상으로 투영시키는 기술인데, 육상 100m 경기를 달리는 선수를 실제보다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NTT가 원격 관람을 위해 선보인 '초와이드 영상 합성 기술'이 적용된 대형 스크린. (사진제공=NTT) 


일본 통신기업 KDDI는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한 경기관람을 제공한다. KDDI와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가 공동개발한 ‘버추얼 하마스타’는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해 가상 공간에서 스포츠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시범적으로 도입한 야구경기엔 약 3만 명이 버추얼 하마스타를 이용해 원격으로 관람했다.

 

KDDI가 개발한 버추얼 하마스타에서 아바타들이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 (사진제공=KDDI)

 
일본, 스포츠 테크 시대 본격화

일본에선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와 테크를 융합시킨 스포츠 테크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NTT데이터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74개였던 스포츠 테크 기업이 2019년엔 165개로 2배 이상 늘었다.

미국에선 페이스북과 아마존이 매년 야구와 테니스 중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이제 기업들은 스포츠를 통한 브랜드 파워의 향상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비즈니스를 직결시켜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AI의 진화와 IoT(사물인터넷)의 급격한 발전으로, 스포츠 테크 분야는 스타트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에게 스포츠 테크는 새로운 기회다.

스포츠 테크의 활용으로 전체 스포츠 경기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제 체력이 좋거나 훈련을 많이 한 선수가 아닌, 테크에 능숙한 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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