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ESG] 돈 되는 ESG 경영, 중기는 비용부담에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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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1-07-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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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부산 기장군에서 자동차 엔진용 부품을 만드는 중견기업 A사는 최근 ESG경영 준비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A사가 부품을 납품하는 대기업으로부터 갑작스러운 ESG 지표를 요구받았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서다. A사 관계자는 “특정 기간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여러 협력사가 있는 대기업 입장에선 요구에 맞지 않는 협력업체를 계속 데려갈 이유가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도 큰 상황이지만, 거래처를 놓칠 수 없어 은행 대출을 늘려서라도 ESG 경영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하소연했다.

# 전북 익산에 위치한 농업·임업용 기계 부품 제조 중소기업 B사는 ESG경영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당장 추진할 계획은 없다. 회사 경영을 위한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ESG 전문 인력까지 배치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당장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팍팍한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세금이나 자금 지원 같은 당근책을 줘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규제나 제재 사항에 대한 발표만 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새로운 경영 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ESG 경영 필요성에 공감할 뿐, 실행 능력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ESG에 적용할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자원이 필요한 데, 자금·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엔 여력이 없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지표가 필요한 이유다.
◆ 中企 “ESG 경영 필요하나 비용 부담에 준비 못해”···정부 지원 절실

중진공이 중소벤처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ESG 대응 동향조사 중 ESG 경영 도입·실천시 애로사항 [표=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15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중소벤처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벤처기업 ESG 대응 동향'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부분이 ESG 경영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조사기업 4곳 중 3곳(74.3%)은 대응 준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ESG 경영 도입·실천이 어려운 원인으로는 ‘비용 부담’(37.0%)이 가장 컸다. 이어 ‘전문 인력 부족(22.7%)’, ‘대응 가이드라인 부재(16.3%)’, ‘ESG 경영 도입 필요성에 대한 확신 부족’, ‘다양하고 복잡한 평가 기준(6.7%)’, ‘ESG 경영 도입 시 인센티브 부족(3.0%)’, ‘영업기밀 등 과도한 정보요구(1.0%)’ 등의 순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저탄소 경영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공정개선, 설비도입 등의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며 “단순 은행 금리의 지원은 차입금 이자가 발생하니 이보다 더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SG 경영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 방안으로는 ‘ESG 경영 우수기업 대상 정책자금 지원’이 5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진단·컨설팅(38.3%)’과 ‘가이드라인 등 정보 제공(29.7%)’, ‘역량 강화 교육(20.3%)’, ‘ESG 우수기업 대상 인센티브 제공(19.0%)’, 기타(비용 지원 등)(3.7%)가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 중진공 등도 중소기업의 ESG 경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앞서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중소기업 ESG 간담회’에서 “ESG 경영을 실천하는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진공은 유관기관·지자체와 협업으로 다양한 탄소중립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는 30억원을 투자해 뿌리, 섬유 등 고탄소 업종 15곳을 대상으로 탄소중립이 필요한 기업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학도 중진공 이사장은 “중진공은 중소벤처기업 진단을 통해 탄소중립 수준을 분석하고, 컨설팅, 정책자금, 인력양성 등을 연계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ESG경영에 필요한 관련정보 제공과 인센티브 마련 등을 통해 중소벤처기업 ESG경영 전환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1일 ESG전담팀을 신설해 중소기업의 ESG 역량 강화와 ESG를 기반으로 한 대기업·공기업과의 상생협력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ESG에 대해 막연하고, 관련 없는 내용으로 인식하는 만큼 ESG 경영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 전문가들 “중기, ESG 또 다른 규제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
전문가들은 ESG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 경영은 기업에 새로운 헌법과도 같은 존재로 다가오고 있어 중소기업도 이런 시장의 흐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중소기업이 ESG 경영을 빠르게 습득하게 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서 교수는 중소기업 맞춤 노동·환경규제 시스템 구축이나 ESG 컨설팅 비용 지원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서 교수는 “정부가 ESG 경영을 실천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중소기업이 ESG를 또 다른 규제로 인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ESG 교육을 무상 제공해, 수업을 수료한 기업에 은행 대출 이자를 깎아 주는 식으로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역시 중소기업이 ESG 경영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노 단장은 “은행이나 혹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ESG 경영을 요구하면서 ‘융자나 투자를 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해주겠다’는 식의 거래를 제안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ESG를 주 52시간제와 같은 노동규제로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우대 조건으로 느낄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중소기업 ESG 경영 지표를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했다. 노 단장은 “중소기업 ESG 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의 ESG에 대한 역학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책적인 시사점을 찾는 데 집중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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