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금융감독원이 왜 동네 북이 돼야만 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양성모 기자
입력 2021-07-15 00:1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양성모 증권부 차장]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로 금융감독원 내부가 시끄럽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 즉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감독원에 책임이 크다며 금감원 임직원 8명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부문을 관할했던 국장급 이상 3명에 대해선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처분이 내려졌으나 팀장급 등 나머지 직원 중 2명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직 처분은 해임·강등과 함께 감사원이 조치할 수 있는 중징계 중 하나다.

징계 처분이 내려지자 금감원 노동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감사”라고 지적했다. 책임은 윤석헌 전 원장과 원승연 자본시장 담당 전 부원장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근익 금감원장 권한대행(수석 부원장)이 감사원에 재심의를 청구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사태에 책임이 있는 고위직들이 퇴직자라는 이유로 징계대상자에서 모두 빠진 반면, 의사결정권이 없는 실무자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한 만큼 이를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감사 지적이 2017년 이후부터 지나치다고 말한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감원과 감사원 간 쌓여 있던 앙금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7년 감사원 직원의 청첩장이 문제가 돼 금감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사실상 찍힌 것”이라며 “당시 금감원 직원 40여명이 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보복감사 논란으로 확대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들어보면 감사원이 금감원에 대해 감사 중이던 2017년 4월, 여성 감사관의 결혼식 시간과 장소가 적힌 팩스가 금감원으로 보내졌다. 감사가 진행 중인 시기에 피감기관으로 결혼식 소식을 알렸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결국 해당 여성 감사관은 감사원을 그만뒀다.

이유가 어찌됐건, 금감원 내부에서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직 금감원 관계자들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발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7월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활성화를 목적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며 규제를 대폭 완화한 점을 꼽는다. 이때 금감원 내부에서는 문제 발생 소지가 높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으나 결국 금융위가 강행했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책을 수립하는 금융위도 책임이 있으나 오롯이 감독기관인 금감원만 난타 당하고 있으니 속이 편할리가 없다.

금감원은 사모펀드를 감시할 권한이 없다고 항변한다. 옵티머스 사태와 같이 사기를 목적으로 서류를 위·변조한다면 사전 차단이 어렵다고 말한다.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펀드들이 운용전략과 투자대상 자산의 종류, 투자위험 관리 관련 사항을 금감원에 알릴 필요가 없어지면서 어디에 누가 어떻게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또한 금감원 내에 있던 사모펀드 전담팀도 2017년 말에 해체되면서 사실상 사모펀드는 방치된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지난해 11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계 개편 필요성 및 입법과제’ 보고서를 보면 “투자자 요건 등 운용규제를 완화하면서도 보고사항・주기까지 완화하는 등 금융위의 견제와 균형을 상실한 금융・감독정책으로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피하기 어려웠다”고 꼬집기도 했다.

사모펀드는 자금력을 갖춘 거액 자산가들이 뜻을 모아 만든 일종의 계(契)와 같다. 계주(운용사)와 투자자들이 있으나 계주가 사기를 목적으로 돈을 모은 뒤 잠적한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금감원의 감시 권한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내용이다.

계획되고 조직된 금융범죄를 막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감시 역할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합당한 지적은 달게 받아야겠지만 지나친 지적은 의욕을 꺾는다. 팔다리가 묶인 금감원이 언제까지 무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동네북’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해야 할 일이 많은 곳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