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살 우리 아파트 괜찮나요" 불안에 떠는 재건축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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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1-07-0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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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아파트 17%, 준공 30년 넘어…"노후화 갈수록 심각"

[그래픽=연합뉴스]

준공 40년을 넘긴 미국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의 12층 아파트가 붕괴하면서 준공한 지 50년이 육박한 서울시내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5단지'는 올해로 각각 준공 43년과 44년차를 맞이했다. 은마에 7년째 거주 중인 이재영씨(가명)는 "미국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걱정이 많다. 과거 단지 양옆에 양재천이 범람한 적도 있고 아파트 건물에 크랙(균열)이 가기도 했다"며 "요새 싱크홀 문제도 많은데 GTX-C가 단지를 관통하면 건물이 버틸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잠실5단지 조합원 A씨 역시 "요새 무너지는 건물들 얘기를 보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하루라도 빨리 재건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준공 36년 차를 맞은 목동 '신시가지' 인근 단비공인중개업소의 김연대 대표 역시 "오래된 아파트라 건물은 튼튼해도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는 전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우리나라 40년, 50년 된 아파트가 많아서 불안하다" "우리나라 재건축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뼈대인 철근과 콘크리트는 두고 리모델링만 한다고 50년, 60년을 더 버틸 수 있을지 두렵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여의도, 목동, 상계동 등 지역 아파트 단지는 1기 신도시 이전에 대규모로 공급되면서 노후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아파트 총 2만4439동 중, 사용승인일로부터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4124동으로 전체의 16.8%에 달했다.

연한 별로 보면 30∼40년은 3097동, 40∼50년은 854동이었고, 50년이 넘은 아파트도 173동이 있었다. 노후 아파트 비율은 최근 5년 새 높아졌다. 30년이 넘은 아파트 비율은 2016∼2020년 14.4%, 16.6%, 17.2%, 16.8%, 16.9% 순으로 늘어났다.

김성환 건산연 주택토지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재건축은 정밀안전진단 등급에 따라 정해지는데, 기준이 상향되면서 예전 기준으로는 재건축 통과가 됐던 곳들도 지금은 통과를 못 하고 있다. 붕괴가 아니더라도 사고 발생 확률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시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여의도 재건축 대상 단지를 방문한 뒤 "경악했고, 강한 충격으로 남아있다"며 정부를 향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촉구했다. 

특히 오 시장은 미국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재건축·재개발 관련 소관 실국 본부장 회의에서 지적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단기간 정책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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