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SW 인재 대란] ④ SW 인재 대책에 쏙 빠진 병역특례·취업비자… 뚜렷한 '부처 칸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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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06-2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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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내 2만여명 추가양성 단기 과제 추진

  • 산·학 협력으로 5년간 6만8000여명 배출

  • SW전공자·재직자용 '범부처인프라' 확대

  • 병역특례 축소 방침 국방부는 대책 빠져

  • 대학학과 정원, 외인 취업비자 규제 여전

[그래픽=김효곤 기자]


정부는 최근 '민·관 협력 기반의 소프트웨어(SW) 인재양성 대책'을 내놨다. 기존 대학 교육과 정부 사업으로 오는 2025년까지 배출될 SW 인재 규모 32만4000명에 추가로 8만9000명을 양성하기 위해 기업 재직자훈련, 기업·대학 협력과 대학전공자, 범부처 인재양성사업 인프라를 늘리기로 했다.

1년 이내에 2만1000명을 추가 양성하기 위한 단기 추진과제가 시행된다. 정부가 훈련비 등을 지원하고 민간 협회가 회원 기업 채용수요에 따라 훈련기관과 매칭 운영하는 '벤처·스타트업 아카데미', 게임·빅데이터 등 분야별 선도기업과 훈련기관 간 협업으로 기업맞춤형 구직자 훈련을 제공하는 '디지털 선도기업 아카데미'와 지역 소재 기업·대학·훈련기관 연계로 구성된 훈련, 기업 재직자 자체훈련 지원 확대, 퇴직자·경력단절인재와 전통산업 재직자를 위한 SW전문교육 지원 등이다.

향후 5년간 산업계에 6만8000명을 배출하는 중기 과제도 추진된다. 대학이 기업교육과정을 활용하는 '캠퍼스 SW아카데미', 산·학 공동연구로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채용을 연계하는 'AI 융합혁신 인재양성'이 시행된다. K-디지털트레이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등 기존 정책의 확대와 기업주도형으로의 개편, 대학·특성화고 정규교육을 통한 SW 전공자 인재양성 확대, 스타트업 AI기술인력 양성과 지역의 고급 혁신인재 양성 등을 위한 사업이 진행된다.

정부는 이에 더해 올해부터 시행하는 '신기술 인력양성 관계부처 협업예산'을 활용, 부처 간 SW 인재양성 사업의 유사·중복을 방지하고 기존·신규 사업을 기업 주도로 재설계할 방침이다. SW기업·협회 등이 참여해 정부부처와 협의하고 사업에 대한 기획, 점검, 피드백을 통해 사업을 개선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범부처 인재양성사업 참여자의 취업률·고용유지율 등 성과를 관리하고 경력경로 등을 파악해 정책 관리의 범주로 되돌아올 수 있게 한다.

이 대책은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합동으로 마련됐다. 대책의 핵심은 기존 양성사업과 인프라의 확대에 집중돼 있다. 교육부, 국방부, 외교부, 법무부 등이 동참하지 않은 흔적이 뚜렷하다. 근본적으로 SW 관련 전공자 배출을 늘려 줄 입학정원 확대, 중소기업·스타트업 등의 SW 인재 확보에 큰 역할을 해온 병역특례제도 확대,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외국인 SW인재에 대한 국내 취업비자 발급 규제 완화 등의 조치는 없었다.

산업계·학계 전문가들은 대학교의 SW 전공 학과의 입학정원을 크게 늘려서 전체적인 SW 관련 인재 배출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현행 대학교 입학정원 상한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SW 전공 학과의 정원을 늘리기 위해 타 전공의 정원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교육부의 대학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큰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SW 융합 전공 신설을 유도하는) SW중심대학 사업으로 늘어난 SW 관련 전공 입학정원 수가 2000명이 좀 안 된다"라며 "적극적으로 SW 관련 전공 입학정원을 확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학들이 교육부 차원의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등 지원금을 주는 사업을 활용해 SW 융합 전공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면 타 전공 학생들이 SW 분야를 더 많이 배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병역특례는 현역병 입영대상자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 등 군복무를 해야 하는 '병역 인력 자원'이 병무청이 지정한 중소 제조·SW업체에서 최종학력에 따라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으로 일정 기간 근무하면 병역을 마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SW 전공 인재는 군 복무를 해야 할 기간에 기업 현장에서 직무 경력을 쌓을 수 있고, 고수준 연봉·처우를 보장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창업 초기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양쪽에 이익이 된다.

SW 분야 중소·벤처업계에선 병역특례가 인재 유치를 위한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병역특례를 통해 직무 경험을 쌓고 검증된 인재가 병역을 마친 뒤 정식 채용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최근 SW 인재 부족 문제가 심화하면서 업계는 이 같은 병역특례 지원규모가 확대되기를 원하고 있다.

정부는 병역자원 부족 문제에 대비하고 병역의무 이행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병역특례를 감축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병무청은 연간 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 지원규모를 올해 2500명·4000명(현역입영대상 기준)에서 내년 2400명·3600명으로 줄이고, 오는 2025년까지 2200명·3200명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산업기능요원의 경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이 우선 배정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 기업들이 선호하는 대학 SW 전공 인재 공급은 부족해질 전망이다.

외국인 SW 인재가 국내 기업에서 일할 때 전문직 종사자의 국내 취업과 3개월(91일) 이상 체류를 허용하는 E-7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 비자를 신청할 때 해당 인재가 국내 기업의 취업이 확정된 상태에서 일정 학위·경력 조건을 반드시 충족하고, 85개 중 10여개에 달하는 IT 관련 직종 중 하나를 선택해, 해당 인재의 전문성에 대한 법무부의 정성적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정성적인 심사 요건이 과도해,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 SW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문용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원장은 "외국인 SW 인재가 국내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 E-7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세계 상위 200위에 드는 대학교의 관련 전공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상위 200개 대학 전공자만 SW 개발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이걸 그대로 적용한다면 한국에선 스티브 잡스가 와서 일하겠다고 하더라도 대학 졸업장이 없으니까 취업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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