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이른 ‘백신 인센티브'... 독려 아닌 독 될라

정석준 기자입력 : 2021-06-21 16:49
실외 마스크 미착용, 집합 금지 인원 미포함 내용 담긴 '백신 인센티브' 발표 백신 접종률은 이제 30%... 인센티브 제공 '시기상조' 지적 변이 바이러스에 방심까지 겹쳐... 영국, 이스라엘 등 재확산 조짐
국민 10명 중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가운데 정부가 백신 접종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인센티브는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집합금지 제외’ 등 코로나 팬데믹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 나온다.
 
당국, 접종 독려 위해 인센티브 제공···혼란에 재확산 우려 나와
2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는 백신 접종 본격화와 함께 감소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해 말 1000명대였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0시 기준 357명을 기록했다. 최근 2주 동안에는 각각 전주 대비 9%, 15%씩 평균 확진자 수가 줄었다. 이날까지 국내 백신 1차 접종자는 총 1501만4314명으로 접종률이 29.2%를 기록했다. 1회 접종 백신인 얀센을 포함한 2차 접종 완료자는 404만6808명으로 인구 대비 접종률은 7.9%다. 사용된 백신 종류는 영국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가 1271만9217건으로 월등히 많다. 이어 화이자 729만4867건, 얀센 1157만607건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 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이 정도는 (확진자가) 감소하는 경향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최근에는 2주 연속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예방접종이 일종의 원인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정부는 코로나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접종자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에는 오는 7월부터 백신 접종자가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백신 접종자는 소모임, 가족 모임에 참여하거나 다중이용시설, 종교시설 등을 이용할 때 참여 인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각 지자체도 백신 접종자에 대해 주요 공공시설, 관광지 입장료나 이용료를 할인 또는 면제해주거나 우선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백신 인센티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백신 인센티브’가 과하거나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한국은 백신 접종률이 낮고 변이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직 노마스크 허용 안 했는데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벌써 백신 맞았다고 진상을 부린다”, “공원 산책 중에 노 마스크가 너무 많아서 당분간 안 가려고 한다” 등 백신 보급에도 여전히 불안감을 표하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누리꾼도 “백신 맞고 홀가분한 마음이 이해는 되지만 마스크 벗고 돌아다니는 건 시기상조다. 돌파 감염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나 각 지자체가 백신 접종자에게 배포하는 ‘백신 접종 인증’ 배지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아무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업체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이 사면 어떡하냐는 소비자 질문에 “구매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없다. 방역에 혼란을 주기 위함이 아닌 백신 접종 장려다”라고 답했다. 정부도 접종 배지가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전자‧종이 증명서를 대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시 방역 고삐 죄는 나라들···"방역 완화 천천히 해야"

지난 6일 영국 런던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해외에는 백신 접종률이 높음에도 갑작스러운 방역 조치 완화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로 인해 다시 방역의 고삐를 죄는 나라가 등장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준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62.55%에 달하는 영국은 최근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는 중이다. 이미 지난 17일 영국 내 신규 확진자 수는 1만1007명으로 올해 2월 이후 넉 달 만에 일일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재확산 원인으로는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 ‘델타’와 성급한 백신 인센티브 정책이 꼽힌다. 매트 핸콕 영국 보건장관은 “최근 영국 신규 확진자의 91%가 델타에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델타는 전파력과 감염률이 높으며 백신 저항력까지 갖춘 ‘변이 바이러스’다. 영국 공중보건국 조사 결과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자의 델타 예방률은 33%에 그쳤다. 2차 접종 후 예방 효과는 아스트라제네카 60%, 화이자 88%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정부는 지난 4월 1차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어서자 집합 인원 제한, 실내 음식물 섭취 등 봉쇄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거리에는 백신 접종자가 아님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등장했으며, 해변이나 파티장 등 밀집지역에 다시 수많은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결국 확진자 수는 다시 증가했고, 영국 정부는 봉쇄 해제를 4주 후인 7월 19일로 미뤘다.

가장 먼저 마스크를 벗은 국가로 주목받은 이스라엘도 코로나 재확산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이스라엘 내 백신 2회차 접종자는 514만여명으로 전 국민의 55%에 해당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방역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해 지난 15일 마지막 조치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철회했다.

예루살렘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최근 이스라엘 중부의 모딘 초등학교 6학년 학급에서 감염자 12명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북부 빈야미나 지역 내 학교 2곳에는 확진자 44명이 발생했다.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이스라엘 보건부는 곧바로 해당지역 내 학교에 대해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명령했다. 북부도시 벳샨에서 열린 한 문화행사 참석자 중에서도 다수 확진자가 나와 해당 행사 참여자들을 모두 격리 조치했다.

전문가는 방역 완화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인센티브라는 것은 접종하지 않겠다는 사람한테 주는 개념으로 접종률이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시행하는 제도다.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부작용 두려움 때문에 접종률이 낮으니 인센티브가 나온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에서는 1차 접종자가 60%가 넘거나 2차 접종자가 인구 50%에 육박할 때 인센티브가 나왔다. 반면 한국은 2차 접종률이 한 자릿수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에 마스크를 벗고 여행은 갈 수 있지만 (방역은) 열악한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델타 변이는 전파가 빠르고 감기 증상과 비슷해 진단이 잘되지 않아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가 됐다. 해외 유입에 대해 자가격리를 철저히 진행하고 방역 완화는 최소 8월까지 조금 더 천천히, 2차 접종률이 최소 50%까지 완성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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