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푸틴, 10년 만에 재회하지만…단독회담·만찬·공동발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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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6-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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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두 정상, 식사 없이 4~5시간 회담할 듯"

  • 정상회담 장소 입장·기자회견도 모두 각자 진행

  • 미국, 양국 관계 개선보다 '대면 경고' 목적인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주 앉는다. 지난 2011년 각각 미국 부통령(바이든), 러시아 총리(푸틴)로 만난 지 10년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제네바 현지 기준 오후 1시(한국 기준 오후 8시) 18세기 고택인 '빌라 라 그렁주(Villa la Grange)'에서 만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미·러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공식적인 식사나 차담 일정 없이 4~5시간 진행되고,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도 하지 않는다. 회담장 입장도 푸틴 대통령이 먼저 도착한 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뒤따를 것이라고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왼쪽)·AP 연합뉴스]


이와 관련 엑시오스 등 미국 현지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 사례 되풀이를 막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이라고 풀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당시 푸틴 대통령과 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보당국을 깎아내리고 푸틴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번 미·러 정상회담의 운영 방식이 푸틴 대통령의 잦은 지각에 따른 돌발상황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회담 전부터 드러난 양국의 냉랭한 관계가 회담 형식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정상회담에서 '기선제압'을 목적으로 상승적으로 지각을 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사이버 공격,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 문제 등을 두고 서로에게 독설을 날리며 팽팽한 기 싸움을 펼쳤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확인할 수 있는 발표는 없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악관 당국자도 이번 회담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15일 백악관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개된 미·러 정상회담 설명 자료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는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큰 결과물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기본적인 것들을 추구한다"고 언급, 이번 회담에서 사이버안보, 나발니 인권 문제,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대한 러시아 군대 증강 등에 대한 두 정상 간 대립 구도가 형성될 것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국익과 세계 안전을 위한 협력, 러시아가 대항할 경우 상응 조처를 촉발한 미국의 중요 국익 분야에 대한 명확한 설명, 미국적 가치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비전과 우리의 국가적 우선순위에 대한 설명 등이 미국이 추구하는 것"이라며 "이를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회담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의 장소로 지정된 스위스 제네바 시내의 '빌라 라 그렁주'. [사진=AFP·연합뉴스]


이번 회담의 목적이 양국 정상의 대면 외교를 통한 관계 개선이 아닌 '경고장 직접 전달'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젠 사키 대변인이 전날 "회담은 (러시아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라며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다른 나라 지도자와 만나는 게 외교"라고 말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기반 해커들의 랜섬웨어 공격 등 사이버 안보, 러시아 반체제 인사 나발니 인권 탄압 등을 언급하며 푸틴 대통령의 협력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푸틴 대통령이 과거의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협력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며 "레드라인을 알려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미국 언론인 NBC 방송 대담(인터뷰)을 진행하며 미국의 비난에 반박했다. 그는 미국의 지적을 모두 부인하며 "미국은 안 그러냐", "우스꽝스럽다", "못생기게 보인다고 거울에 화내지 말라" 등의 조롱 발언을 쏟아냈다.

다만 2026년 종료되는 신전략 무기감축 협정(New START·뉴스타트) 등 군축 문제, 양국 워싱턴·모스크바 대사 복귀 사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 대응, 미국의 대북정책 협조 등에 대한 합의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미국 당국자는 워싱턴과 모스크바 주재 대사의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10년 만에 재회한 두 정상의 단독 회담도 없을 전망이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두 정상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 그리고 통역과 함께 만난 뒤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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