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발전 이력쌓기 욕심에...SK E&S, 도미니카 LNG발전소 수주전 '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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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장문기 기자
입력 2021-06-1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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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전, 脫탄소 추세 속 사업영역 확대 절실...LNG발전소에 손 뻗어 가스공사와 충돌

  • 신재생에너지 확장 SK E&S가 행운 '덥썩'

도미니카 공화국이 발주한 LNG(액화천연가스) 복합 화력 발전소 수주전이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간 공기업 싸움이 된 배경에는 한전의 LNG 발전소 포트폴리오 쌓기 욕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 4월 도미니카 LNG 복합 화력 발전소 수주를 위해 한전의 발전자회사 한국동서발전과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했다. 

당초 계획은 가스공사와 동서발전이 손을 잡고 해외 발전소 설비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두 공기업은 복수의 해외 발전 설비 기업과 컨소시엄 구성 논의를 진행하면서 사업제안서 등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이 동서발전의 모회사 자격으로 컨소시엄 사업 참여를 요구해 가스공사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비슷한 시기 SK E&S는 도미니카에 발전 설비 시설을 가진 해외 펀드 넥스젠캐피탈과 남미 일대에 LNG를 공급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었다. SK E&S는 도미니카 정부의 발전소 사업 발주 소식을 접하고 LNG유통망을 구축함과 동시에 발전소 사업에도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한전, SK에 러브콜...가스공사 '당황'
이 시기까지만 해도 한국의 민간기업인 SK E&S 컨소시엄과 공기업 가스공사 컨소시엄의 대결이 예고됐다. 

문제는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발생했다. 한전이 갑작스럽게 SK E&S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초기부터 가스공사와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해왔던 동서발전도 한전과 함께 SK E&S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LNG 복합 화력 발전소 수주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발전소 운영, 건설 경력이 있어야 한다. 해당 조건을 모두 만족한 SK E&S는 넥스젠캐피탈 외에 추가 구성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전 측이 컨소시엄 참여를 강하게 원했다”며 “SK E&S 입장에서는 유력한 경쟁상대였던 가스공사 컨소시엄이 무너진 것이니 흔쾌히 수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예정된 컨소시엄이 깨지면서 당장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우선 국내 다른 공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PQ 제안서를 제출하고 발전소 설비 기업과의 논의는 추후에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가스공사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계획변경으로 제안서 등을 급히 수정해야 했다”며 “하지만 계획이 너무 틀어져서 제안서 자체가 기존보다 많이 빈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의도치 않게 한 나라의 공기업이 해외에서 싸우는 형태가 되면서 우리도 크게 부담이 된다”며 “내부에서는 일이 틀어진 마당에 입찰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전 측은 경쟁력을 따져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여러 업체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가스공사와 민간업체가 겹치는 영역이 생기고, 각 공사의 역할이 다른 부분도 있고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공기업 간의 싸움이 관점에 따라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부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전이 수주를 위해 가스공사를 무시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전이 입찰을 앞두고 가스공사와의 결별을 통보함으로 인해 본래 컨소시엄은 무너지고, SK E&S 컨소시엄은 포트폴리오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도의적인 측면보다는 수주를 위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전-가스公, 발전소 사업 경계 무너져
전혀 다른 노선을 가고 있었던 두 공사의  사업영역은 최근 들어 겹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한전은 발전사업과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진행했으며, 가스공사는 해외기술사업과 LNG프로젝트에 집중해왔다.

올해 1분기 기준 한전은 12개국에서 24개의 해외사업(송배전·신사업 제외)을 진행했다. 사업은 화력발전소가 주력이다. 가스공사는 18개국에서 23개 사업에 참여했다. 각각 LNG발전소와 LNG터미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번에 도미니카가 발주한 LNG 복합 화력 발전소는 LNG발전·터미널과 화력발전소가 모두 포함된 만큼 사업영역이 겹치게 된다. 동시에 두 공사가 단독으로는 진행할 수 없는 사업이다. 한전은 발전자회사의 발전소 운영능력을 활용할 수 있지만 LNG수급이 불가능하다. 가스공사는 LNG 수급은 가능하지만 발전소 건설·운영 능력이 없다.

한전의 입장에서는 세계적인 탈탄소정책으로 인해 석탄화력발전소의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지라 사업영역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특히 올해 들어 이들 공사에 대한 정부의 해외발전소 개발 압박은 더욱 커졌다. 

이를 위해서는 LNG발전소 관련 포트폴리오를 쌓아야 하는데, 이 같은 이해관계의 종착점이 현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한전 자충수에 SK E&S '하늘이 준 기회'
SK E&S의 관점에서 보면 하늘이 주신 기회다. SK E&S는 올해 초부터 남미 일대의 LNG 유통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미니카 발전소는 LNG유통과 연계해 높은 동반상승효과를 낼 수 있으며, 동시에 발전소 포트폴리오에도 크게 기여하는 사업이다.

SK E&S는 올해 초부터 도미니카 정부 등과 접촉하면서 무리없이 발전소 사업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도니미카 에너지광업부가 사실상 무한경쟁 방식의 입찰 방식을 발표하면서 발전소 사업 진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한전-가스공사-동서발전과 민간 발전소 기업의 컨소시엄은 최대 경쟁상대였다. 이번 사태로 인해 뜻하지 않게 경쟁상대가 스스로 무너지면서 컨소시엄까지 강화됐다.

SK E&S는 최근 수소, LNG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확장을 진행 중이다. 올해 1분기 SK㈜와 공동으로 북미 수소 사업회사인 플러그 파워(Plug Power) 지분 매입에 약 16억 달러를 지출한 데 이어 호주 가스전에 2025년까지 총 17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또 부생수소 액화설비 생산기지 건설에도 약 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다윈 LNG 프로젝트 지분 매입에도 3억 달러를 투자했다. 투자확대에 따른 재무부담으로 인해 SK E&S의 신용등급은 지난 4월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강등됐다.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따른 공급처 확보가 담보되지 않은 것도 신용등급 하락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미니카 LNG발전소·터미널은 SK E&S의 LNG 사업에 있어 북미와 남미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자료=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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